[한국강사신문 안상현 기자] 삼각산(三角山)은 북한산의 별칭으로 백운대(白雲臺, 835.6m), 인수봉(人壽峰, 811.1m), 만경대(萬鏡臺, 800.6m)의 세 봉우리가 있어서 불리게 된 이름이다. 그 산 아래 강북구 수유동에 재미난마을이 있고, 중심엔 삼각산재미난학교가 있다.

삼각산재미난학교는 2004년 3월 1일 미인가 대안학교로 개교하여, 2023년 2월 15일 서울특별시교육청 대안교육기관으로 등록한 초·중등 대안교육기관이다. ‘따뜻한 돌봄과 자유로운 배움이 일어나는 마을 속 학교공동체’ 교육철학을 지향하며, 서로 돌보고 함께 배우며 더불어 성장해가는 학교·마을공동체다.

이 학교의 교사는 별명으로 불린다. 자유로운 사고를 위해 교사는 별명, 학생은 이름을 부른다. 오늘 만나볼 주인공인 삼각산재미난학교 한주연 대표교사도 ‘해피’라는 별명을 사용한다.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삼각산재미난학교 대표교사 한주연입니다. 처음 학교에 왔을 때 교사를 별명으로 부른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어떤 별명을 지을지 고민된다고 말하니, ‘늘 행복하라!’는 의미로 ‘해피’가 어떠냐고 하더군요. 그렇게 짓게 되었습니다.

Q. 언제, 어떤 계기로 삼각산재미난학교 교사로 일하게 되었는지요?

오래전 친한 친구가 과천에 있는 대안학교에서 보조교사로 일을 했었습니다. 대안학교에 관한 이야기를 종종 들으며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던 중, 방과 후 돌봄 교사를 채용한다는 공지를 보고 2012년 10월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방과 후 돌봄, 교육 활동, 여행 등 참여하면서 재미난학교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고, 2014년 생활교사(담임교사)로 채용되었습니다.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아이들 간 문제가 발생하면 '처벌' 대신 '성장'에 초점을 맞춰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었어요. 아이들에게 적용하면서 오히려 어른들 간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었답니다.

Q. 삼각산재미난학교에서 대표교사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요?

대표교사의 가장 큰 핵심 업무는 교육활동을 총괄하는 것입니다. 교육회의와 학교행사를 담당하고, 각 학년 교육활동 지원 및 생활교사 업무 지원을 합니다. 두 번째 역할은 신입교사 및 교사회 연수를 기획하고 진행하여, 교사 역량 강화를 높이는 데 노력합니다.

교사에게 필요한 역량 중 한 가지를 꼽으라면, 저는 무조건 ‘체력’이라고 말합니다. 면접 시 체력이 너무 약한 교사는 채용이 힘들 정도로 중요한 역량입니다. 체력관리가 소홀할 경우 학기 중 몸이 아파 교육활동에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게다가 재미난학교는 여행, 나들이, 바깥 활동이 자주 있어서 평소 체력안배가 중요합니다.

세 번째, 학교의 편입학 상담을 총괄하며, 입학설명회와 학교홍보를 기획합니다. 지난 6월 상반기 입학설명회에 많은 학부모가 참석하여 대안교육과 재미난학교에 대해 소개할 수 있었어요. 11월 4일(토)에 열리는 하반기 입학설명회에도 많이 참여하길 기대합니다.

네 번째, 학교의 기타 조직(부설기관, 상설위원회, 학생회)과 소통합니다. 특히 학생회 담당교사로서 학생과 교사의 이견을 조율합니다. 지역사회 회의에 참여하여 학교 교육활동과 연결 짓기도 하며, 서울 및 경기권 대안학교 대표교사 모임에서 다른 학교와 협력, 소통하며 대안교육 소식을 알리고 있습니다.

Q. 삼각산재미난학교의 교육철학은 무엇인가요?

재미난학교는 ‘따뜻한 돌봄, 자유로운 배움, 마을 속 학교공동체’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요즘 언론에서 돌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역 운영센터, 돌봄 시간 연장 등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는 저녁 7시까지 안정적인 돌봄이 가능하다는 큰 장점이 있어요. 또한, 학교 가까이 거주하는 가정이 많아 자연스러운 마실이 가능하여, 함께 돌보는 마을 속 학교공동체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우리 학교 아이들의 가장 큰 강점은 장애와 비장애 통합교육 덕분에 편견 없는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것입니다. 각자 존엄함을 기반으로 서로 이해하고 다름을 인정하며 신뢰 관계를 쌓아갑니다. 이 바탕 위에 배워야 하는 것과 배우고 싶은 것에 대해 학기마다 깊게 토론합니다. 아이들 욕구에 맞춰 시간표를 구성하는 자유로운 배움이 자발성을 높입니다.

Q. 삼각산재미난학교가 다른 대안학교와 다른 점이 있다면?

자유로운 배움의 범위가 넓다고 생각합니다. 보통의 대안학교에서는 미디어기기 사용과 학교 밖 활동에 대해 규제가 강합니다. 재미난학교는 미디어 사용 금지보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하여 올바른 정보탐색과 다양한 활용방법을 제공합니다. 크롬북이 비치되어있어 컴퓨터 수업, 코딩 수업 등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올바른 미디어 사용 덕분에 인쇄가 줄어 환경에도 도움이 됩니다.

아이들의 배움에 대한 욕구는 끝이 없습니다.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은 교사와 부모가 아이의 욕구에 맞춰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도전적인 활동을 권장합니다. 아이들은 다양한 것을 배우고 싶어 합니다. 마을의 다양한 배움터에서 도자기, 수영, 발레, 클라이밍(암벽등반), 드럼, 목공 등을 배우며 마을 속 학교공동체를 온몸으로 체험합니다.

또한, 자유로운 배움이 활짝 꽃피우는 시간으로 ‘자기활동’이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은 온종일 자신만의 배움을 일궈나가는 시간입니다. 삼삼오오 다양한 동아리를 만들고, 동아리 일원이 되기도 하고, 혼자만의 작업을 즐기기도 하고, 다른 친구들이 무엇을 하는지 기웃거리기도 하며, 배움과 관계가 확장됩니다. 수요일은 절대 아프면 안 되는 날이라고 말해요. 즐겁고 행복한 ‘자기활동’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죠.

Q. 교사로 생활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아이들과 여행을 가면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현재 중학교 3학년을 초등학교 3학년 때 담임을 맡았어요. 독채 펜션으로 여행을 갔는데 그곳에 수레가 있었어요. 3박 4일 동안, 아침 5시부터 해질 때까지 그 수레를 타고 밀며 놀았답니다.

수레 놀이는 매일 변형되었어요. 태우고 밀며 노는 것은 기본이고, 바닥에 지도를 그려 코스를 만들어 놀기, 오토바이처럼 만들어 타고 놀기 등 자연경관을 벗 삼아 심심할 겨를 없이 노는 아이들을 보며 뿌듯했어요. 한편 부럽기도 했습니다. 나도 저 나이에 저렇게 놀았으면 어땠을까 상상을 하기도 했어요.

경주 양동마을 한옥 민박 시 창호 문이 너무 신기해 구멍 뚫다 보상했던 일, 강화도에서 신발 한 짝을 잃어버렸는데 다음날 산책 시 그 한 짝이 바닷물에 밀려와 발견되었던 일 등 재밌는 일들이 떠오릅니다. 졸업생과 전학생이 가끔 찾아오면, 당시 일을 회상하며 깔깔대고 웃어요. 현재 고등학생 또는 성인이 된 아이들은 여행이 가장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고 합니다.

Q. 교사로 생활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학사 이전 시 힘들었어요. 깊은 정이 든 이전 학사를 떠나는 것이 너무 아쉬웠고, 이사과정도 순탄치 않아 서로 힘들었어요. 하지만 공동체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답니다. 학부모를 비롯하여 마을 이웃까지 힘을 보태주어 지금 학사에 잘 정착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Q. 아이들이 삼각산재미난학교에 입학해야 하는 3가지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 친근한 어른들이 있습니다. 재미난학교는 부모와 교사를 별명으로 부릅니다. 어른과 아이가 수평적 관계를 맺어, 어른을 어려운 존재가 아닌 친근하게 여길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에요. 또한, 수평적 관계는 서로를 존중하게 만들어 줍니다.

둘째, 너도나도 친구가 됩니다. 작은 학교이다 보니 함께하는 활동을 통해 관계를 확장합니다. 학생회, 우리모둠(학교나 마을에 도움이 되는 모둠활동), 자기활동(동아리), 전체 여행(학년을 섞어 가는 여행) 등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하는 동안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경험을 합니다. 관계 맺는 법, 배려하는 법 등 차이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문화를 만들어 갑니다.

셋째,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울 수 있어요. 재미난학교에서는 청소, 설거지, 대중교통 이용 등 자립심을 키우는 배움이 다양합니다. 어쩌면 귀찮고 힘들지만 내가 머무는 곳, 내가 먹은 식판, 내가 가야 할 장소 등 스스로 정돈하며 할 수 있는 것들을 늘려가는 동안, 생활습관으로 자리 잡도록 연습합니다. 그것이 자립의 기초가 되어 자신감과 자립심을 키웁니다.

Q. 삼각산재미난학교 입학을 고민하는 학부모에게 꼭 해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고민이 많으실 거로 생각합니다. 대안교육에 처음 발을 내디딜 때 잘한 선택일까에 대해 의문이 들 수 있어요. 처음인 것은 늘 적응 기간이 필요합니다. 재미난학교에서는 이러한 고민을 부모와 교사가 함께 소통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의 의미와 기쁨에 대해 차근차근 알아가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현재 여름방학 중이며 교사들은 1학기를 평가하고 있습니다. 재미난학교 54명의 아이들 학교생활을 심도 깊게 다루며 성장한 부분, 지원할 부분 등 함께 이야기 나누었어요. 모든 교사가 한명 한명의 성장을 위해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합니다. 또한, 방학 기간에는 부모님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려, 아이들의 방학이 즐겁고 알차게 채워지고 있습니다.

제 아이는 현재 6살이고 내년 ‘학교 겪어보기’를 거쳐 재미난학교에 입학하는 날을 꿈꿉니다. 아이들을 위해 교사와 부모가 어떤 노력과 사랑을 기울이는지 알기에 앞으로 펼쳐질 아이의 삶도 부모로서의 삶도 모두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