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강사가 Y강사에게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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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강래경 칼럼니스트] 아나운서와 앵커의 역할은 다르다. 아나운서는 프롬프터를 이용해 기자의 원고를 또박또박 전달하지만 , 앵커는 쓰여진 것을 읽기 보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담아서 자유롭게 말한다. 때문에 앵커는 보도국에서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맡는다. 그 만큼 자기 목소리를 내려면 책임질 일이 많기 때문이다.

앵커는 1952 년 미국 CBS TV 의 전설적인 뉴스 진행자였던 Walter Cronkite (1916~2009) 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정직 , 성실 , 믿음 , 프로정신을 앵커의 덕목으로 삼아 시청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뉴스 보도를 하였다. 특히 뉴스 30 분 가운데 광고 시간을 뺀 23 분은 '월터 타임 '으로 통하는데 , 아나운서가 기계적으로 원고를 읽어 내려가던 시절에 크롱카이트가 각종 현안에 대해 좀 더 강력하고 주도적인 역할을 맡게 되면서 만들어진 용어다.

강사도 앵커처럼 말해야 한다. 정보가 귀하던 시절엔 청중이 모를 만한 것을 알려주기만 해도 충분했 . 하지만 정보는 포털에 널려있다. 청중이 듣고 싶은 것은 왜 그 정보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 그 의미는 무엇인지다. 유명인이나 책 , 미디어의 얘기를 Ctrl+C, Ctrl+V 하는 것이 아니라 강사 나름의 해석을 듣고 싶은 거다.

영국박물관은 elginism (타국 문화재를 약탈한 후 반환을 거부하기 위한 합리화 ) 덕분에 유물 8 백만점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 전시는 1%인 8 만점에 불과하지만 하나의 유물을 10 초씩만 본다고 해도 222 시간이 걸리는 엄청난 일이다.

그래서 어느 박물관이나 Curator 가 있다 . '보살피다 ' '관리하다 ' 라는 뜻의 라틴어 Cura 에서 유래한 용어인데 , 감독인 , 관리인을 뜻한다 . 즉 수많은 유물을 단순히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의 관심을 끌 만한 주제로 유물들을 선택 , 분류해 이미 다녀갔던 관객들도 다시 불러모으는 것이다 . 지금이라면 <일상에서 희망을 찾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 특별전 >과 같은 제목이 어울리려나 …

박물관만이 아니다 . 정보가 넘쳐나기 때문에 목적에 맞는 양질의 정보를 찾아내는 것 , 즉 Curation 능력이 필요하다 . 코로나 최대 수혜주인 넷플릭스가 동종 업계에서 강자가 된 것도 <시네매치 >라는 추천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특정 작품과 시청자의 취향이 몇 % 매칭하는지 표시해 표시해주기 때문에 선택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넷플릭스에서 분류하는 사람 (tagger)들은 270 여가지 기준을 가지고 무려 5 만종으로 세분한다고 하니 나도 모르는 나를 알고 있는 것 같아 무섭기까지 하다.

채널은 많아졌지만 ‘볼 게 없다’고 리모컨을 던져버리기도 한다. 제목만 다를 뿐 그게 그거인 유사품은 얼마나 많은가! 청중의 입장에서는 강사가 왜 그 말을 하는지 알 수 없고, 자신이 예측한 메시지에 그친다면 실망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강사라면 청중과 강의 목적에 따라 정보를 큐레이션 할 수 있어야 한다.

빅토리아 여왕시대에 활동했던 Oscar Wilde는 당시 영국의 위선을 날카롭게 풍자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탐미주의(유미주의)자로 사회, 정치, 종교의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목적에 충실한 예술을 추구했다. 긴 머리와 괴상한 옷차림, 그리고 가슴에는 항상 꽃을 달고 다녔으며, “너 자신이 되어라. 다른 이들의 모습은 이미 주인이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오스카 와일드처럼 자기 목소리를 내자. 다른 사람의 해석대로 세상을 보고, 그 사람의 생각을 내 것처럼 흉내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주의를 기울이자.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안되는 상황 설정과 인물관계로 구성된 것이 막장 드라마다. 비난 받고 희화화 되고 있지만 시청률 때문에 끊임없이 재생산되더니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막장은 막장일 뿐이다.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청중이 재미있어 한다는 이유로, 목적이 불분명하고, 자신의 메시지가 없는 강의를 하다 보면 막장 강의에, 그 강사가 그 강사라는 복제품 취급을 당할지도 모른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강래경 (사)한국강사협회 10대 회장(23~24년)은 90년 산업교육에 입문하여 교육 영업, 기획, 운영을 거쳐 93년부터 강의를 시작한 30년차 강사다. 상담심리 석사와 평생학습(리더십 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위캔탤런트매니지먼트 대표, 에듀테크기업 커넥트밸류(주) 수석교수를 맡고 있다. 강사로 오랫동안 살아온 만큼 “강사를 돕는 강사”를 책임과 보람으로 여기고 있으며, 저서로는 『대한국에서 강사로 산다는 것』 『협상을 못하면 함께 가도 멀리 못 간다』가 있다.

[B강사가 Y강사에게] 칼럼은 “Baby boomer세대 강사가 Young 강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생각과 마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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