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년생 시어머니와 83년생 며느리의 대화
-가족 간 사랑 온도 높이는 120개의 질문 수록

[사진출처=대경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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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정헌희 기자] 사람들의 삶의 가치와 비전을 찾아주는 일을 사명으로 여기며 코치, 강사, 작가로 활동 중이던 며느리는 고향 부안에서 평생 장사를 하면서 가족을 부양해 온 시어머니께 함께 글을 쓰자고 제안했다.

시어머니는 글을 통해 당신의 삶을 돌아보고, 돌아가신 친정엄마께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글로 적어 내려갔다. 글을 읽던 며느리는 친정어머니 대신 시어머니께 답장을 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어머니에게 답장을 쓰던 며느리는 질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답으로 발전된 소통은 서로를 더욱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게 해주었고 그 여정을 이 책 『고부공감(대경북스, 2024)』으로 엮게 되었다.

한 지붕 안에서 살아가는 가족 간에도 소통의 부재로 인해 대화가 재미없거나 지루하게 느껴져 힘들 때가 있고,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가족이라면 소통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별로 없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인 고부 또한 각각 안양과 부안에 사는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대화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두 사람 모두 낮에는 바깥일하고 밤에는 집안일을 하다보면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 자체를 확보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것을 극복해내고 서로를 품어주는 방법으로 글쓰기를 선택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와 글로 소통하면서 목소리에 생기가 돌고 밝아졌다. 시어머니가 글을 어떻게 시작하는 게 좋을지 고민할 때 며느리는 “어머니의 친정어머니를 만난다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적어보자.”고 조언했다. 일흔 가까운 나이에 접어든 시어머니가 쓴 글을 읽은 며느리는 친정엄마를 그리워하시는 모습에 코끝이 찡해졌다. 글을 통해 친정엄마를 만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시어머니는 안정감을 찾고 행복마저 느끼게 되었다.

며느리는 함께 글을 쓰지 않았다면 결코 알 수 없었을 어머니의 인생을 이해하게 되었고 마음 깊이 존경하게 되는 시간을 경험했다. 그전까지 두 사람의 대화는 보통의 사람들 대화가 그러하듯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식사는 하셨는지, 건강하신지 정도로 무언가를 확인하는 형태에 머물렀다. 어떻게 해야 더 깊게 소통할 수 있는지 방법을 몰랐고, 남들도 이렇게 사니까 다 이런 건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글을 매개로 두 사람은 시간과 거리에 구애받지 않는 소통 방법을 찾았고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항상 강인해 보였던 시어머니의 모습 뒤에 숨겨진 여리디 여린 소녀의 모습을 발견한 것 또한 큰 기쁨이고 수확이었다. 누구보다 여린 감성을 가진 시어머니가 장군처럼 살아가는 동안 얼마나 많은 아픔을 속으로 삭였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졌다.

“나는 이제 나이도 많고 지금처럼 너희들만 잘 살면 된다. 죽어도 여한이 없다.”

숨 쉬듯 자주 하시던 시어머니 말씀에 며느리는 은연 중 어머니께서 남은 시간을 잘 마무리하실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확실히 깨달았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즐겁게 만날 수 있도록 보다 다양한 것을 경험해야 하는 것처럼, 시어머니 역시 과거를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세상을 더 경험하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귀한 경험이 없었다면 아마도 시어머니의 속마음을 모른 채 살았을 것이다.

만약 가족간 소통이 부족하다면, 혹시 부모와 자녀와 대화를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것이 힘들다면,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소통의 방법을 모색해보기를 바란다. 부록에는 150여명이 넘는 분들이 직접 작성한 자녀가 부모에게 받고 싶고, 하고 싶은 120개의 질문과 그 이유를 실전에 바로 적용가능하도록 수록하였다.

이 책이 가족의 마음을 열어줄 마중물 같은 책이 되기를 바라며, 이 책을 보는 모든 분들께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가 전해지길 간절히 바란다.

▣ 저자 소개

-황영자(시어머니): 부안에서 태어나 여고 졸업 후 24살에 결혼하여 시장에서 35년 넘게 야채 장사를 하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이던 막내아들을 먼저 보내는 아픔을 가슴에 묻었을 때도, 허리, 무릎, 심장 등 여러 번의 수술을 받았을 때도, 어떠한 일에도 묵묵히 가게로 향했다. 지금은 아침에 눈 뜨면 일할 수 있는 곳이 있음에 감사한 마음으로 가게로 향한다. 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유심히 보던 며느리의 권유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쓰는 동안 행복했다. 그 마음이 이 책을 보는 모든 분들에게 전해져 함께 행복해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권세연(며느리): 서울에서 대학 졸업 후 29살까지 직장 생활을 하다 결혼 후 3번의 유산을 겪으며 그만두었다. 안양에서 22개월 터울 딸 둘을 키우며 ‘엄마’라는 굴레에 갇힌 느낌에 시달렸다. ‘나’를 찾기 위해 직장과 대학원을 병행하며 커리어ㆍ라이프 코치가 되었다. 지금은 사람들의 삶의 가치와 비전을 찾아주는 일을 사명으로 여기며 코치, 강사, 작가로 활동 중이다. 부안에 계신 시어머니와 시간과 거리에 구애받지 않고 소통하고자 함께 글을 쓰기 시작했다. 글쓰기를 시작한 이후 눈에 띄게 밝아진 어머니를 보며 행복했다. 이 책을 보는 모든 분들께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가 전해지길 간절히 바란다.

- 저서 : 《엄마인 당신에게 코치가 필요한 순간》(2021, 홍콩, 대만, 마카오 판권 수출. 한국코치협회 올해의 코칭도서 선정) 외 공저 5권

- 논문 : 〈미취학 자녀를 둔 여성의 자아탄력성 향상을 위한 M.O.T.H.E.R 코칭모델 개발〉(숭실대학교 교육대학원, 2022)

- 수상 : 2021 한국코치협회 Coaching Growth Session 감사패

[사진출처=대경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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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속으로

“아내 덕분에 어머니 속내와 삶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들로 4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왔지만 처음 듣는 이야기는 어머니가 어떤 고난에도 흔들리지 않는 거대한 산이 아니라 여리디 여린 여인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어머니도 매일 이른 새벽에 일어나 늦은 밤까지 일하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가게에서 손님들과 보내는 시간이 아닌 집에서 가족들과 온전히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한번 쯤은 가족이 아닌 어머니 꿈을 위해 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그저 앞으로 걸어가야만 했던 가여운 여인의 지난 시간을 따라가며 가슴이 먹먹해져옵니다.”(p.11)

“엄마, 오늘은 시장이 한가하네. 엄마가 장사할 때는 여름엔 더워서 땀띠나고 겨울엔 연탄불에 데여 물혹 났잖아. 지금은 여름에는 에어컨 켜고 겨울에는 난방 틀고 천국이야.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이라 하면서도 자식 걱정에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던 엄마 말이 가슴에 콕 박혀 있어. 나도 엄마 마음 닮아서 이왕 사는 거 열심히 살아야지 마음먹어. 엄마가 자랑하고 싶은 딸이 되고 싶어서 노력 많이 했어.”(p.88)

“도시로 가고 싶어도 차를 못 타니까 친구들이 서울로 가자고 해도 가질 못 했어요. 서울에 가면 차가 너무 많아서 내 명대로 못 살 것 같았거든요. 차만 보면 골치가 아파서 ‘나는 공기 좋은 시골에서 살아야 할 팔자인가 보다.’라고 생각하며 살았더니 마음 편했어요. 스무 살로 다시 돌아간다면 어떻게 살아보고 싶을까 오늘 하루 종일 생각했어요. 나는 우리 엄마, 아빠와 안 아프고 재미있게 살고 싶어요. 엄마, 아빠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장사를 하셔서 우리와 같이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어요. 재미있고 좋은 추억이 없어서 아쉬워요. 그래서 내가 이렇게 억척스럽게 살았나 봐요.”(p.134)

“시간이 멈추지 않고 자꾸만 흘러가니 허망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 젊을 때는 시간이 더디 갔는데 환갑이 넘으니 물처럼 속절없이 흘러가 무섭더라. 말로 하면 금방 잊어버리는데 그 시간을 우리 세연이 덕분에 글로 적고, 책으로 나온다니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있겠나 싶어. 고마워. 우리 집에 네가 처음 인사하러 오던 날 나는 첫눈에 알아봤어. 똘똘해서 잘 살겠다 싶어 보였거든. 네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내가 많이 응원할게. 우리 더 재미있게 잘 살아보자. 알았지? 세연아 사랑해.”(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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