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지상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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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안상현 기자] 한국을 대표하는 SF 작가이자 가장 SF다운 SF를 쓰는 작가로 평가받는 김보영, 과학 커뮤니케이터 ‘하리하라’ 이은희, 작가이자 사회활동가인 이서영이 한자리에 모였다.

작중 각각 ‘신작가’, ‘노학자’, ‘한단결’로 캐릭터화된 이들에게 은밀히 주어진 임무는 인간에게 실망해 홀연 무리를 이끌고 지구를 떠나겠다 선언한 대장 고양이의 마음을 돌리는 일.

이 가상의 설정을 바탕으로, 세 작가가 SF를 둘러싼 독자들의 기상천외하고도 위험한 질문을 모아 논제를 함께 정하고, 매주 텔레그램에 모여 뜨거운 토론을 벌였다. 그리고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 김보영이 재구성해 소설처럼 엮었다.

2019년 출간되어 올해의 청소년 도서로 선정되는 등 적잖은 반향을 일으킨 《SF는 인류 종말에 반대합니다》의 후속편 기획으로, 전편에서 ‘인류를 구할 답’을 찾고자 했다면 《SF는 고양이 종말에 반대합니다(지상의책, 2024.01.19)》에서는 인간을 넘어 ‘비인간’이라 칭해지는 다양한 존재와 공존하는 삶을 모색한다.

전편인 《SF는 인류 종말에 반대합니다》에서 SF 속 ‘엉뚱한 질문’에 착안해, 허무맹랑해 보이는 상상이 과학기술을 통해 실현되어온 맥락을 짚어보았다면, 《SF는 고양이 종말에 반대합니다》는 한 걸음 더 나아가 SF 속 ‘위험한 질문’에 주목해, 그 도발적인 문제 제기가 우리 사회를 어떻게 얼마나 바꾸어놓았는지 들여다본다.

이제껏 금기시된 문제를 길어 올리고, 당연하게 받아들여 왔던 이분법과 정상성의 사고방식을 거부하며, 세상이 지우고자 한 존재들을 수면 밖으로 드러낸 SF 작품을 다수 다뤘다. 여기에 주장과 사실 사이 간극을 좁혀온 과학적 시선을 보탰다.

한국을 대표하는 SF 작가 김보영의 문학적 상상력, 작가이자 사회활동가 이서영의 비판적 통찰, 생물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은희의 과학적 논증이 한데 모인 시너지효과는 예사롭지 않았다.

김보영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전뿐만 아니라 한국의 숨은 걸작까지 찾아 소개하는 데 공을 들였고, 이서영이 논쟁적인 질문을 던지고 이은희가 과학적인 사실을 확인해주는 과정에서, 토론이 점점 깊어지면서 세계관의 지평이 확장되는 것을 독자는 시시각각 경험할 수 있다.

시시껄렁한 유머부터 통렬한 비판까지, 분야를 넘나드는 방대한 대화를 정리하는 작업은 분명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렇기에 이토록 진솔하고 생동감 넘치는 책이 탄생할 수 있었다. 세 작가의 불꽃 튀는 토론에 전율을 느끼곤 했던 편집자로서, 공존의 미래를 모색하는 보람 있는 작업이었다고 자부한다.

책에는 〈블러드차일드〉(옥타비아 버틀러)가 제기하는 성별이분법의 허상, 《어둠의 속도》(엘리자베스 문)에서 되묻는 장애와 정상성의 경계, 《레디 플레이어 원》(어니스트 클라인)이 상상한 가상현실 속 위계성의 문제 등 제법 묵직한 이야기들이 수많은 SF 작품과 대화 속에서 펼쳐진다.

청소년뿐 아니라 미래에 관한 호기심 가득한 독자라면 누구든, 상상의 세계에서 과학적 깊이를 파고들며 사회적 이슈를 통찰하는 이 흥미진진한 모험에 만족할 것이라 확신한다.

저자 김보영은 한국을 대표하는 SF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가장 SF다운 SF를 쓰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2004년 〈촉각의 경험〉으로 제1회 과학기술 창작문예 중편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 SF 작가로는 처음으로 미국의 SF 웹진 〈클락스월드(Clarkesworld)〉에 단편소설 〈진화신화〉를 발표했고, 영미 하퍼콜린스에서 선집 《I’m Waiting for You and Other Stories》가 출간되었다. 저서로는 《얼마나 닮았는가》, 《다섯 번째 감각》, 《종의 기원담》 등이 있다.

저자 이은희는 ‘하리하라’라는 필명으로 과학을 쓰고 알리는 칼럼니스트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 연세대학교에서 생물학을, 동대학원에서 신경생물학을 공부한 뒤 고려대학교에서 과학언론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저서로는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 《하리하라의 몸 이야기》, 《하리하라의 과학 24시》 등이 있다.

저자 이서영은 주로 노동문제와 연관된 SF와 판타지를 쓴다. 2010년 환상문학웹진 거울에 단편 〈종의 기원〉과 〈성문 너머 코끼리〉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기술이 어떤 인간을 배제하고 또 어떤 인간을 위해 일하는지, 혹은 기술을 통해 배제된 바로 그 인간이 기술을 거꾸로 쥐고 싸울 수 있을지에 관심이 많다. 저서로는 《악어의 맛》, 《유미의 연인》, 《낮은 곳으로 임하소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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