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윤선동 기자] 살면서 어려운 관계나 불편한 관계를 꼽으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고부관계를 선택할 것이다. 서구권에서는 이와 반대로 장인-사위 관계를 꼽기도 한다. ‘시’자 들어간 건 시금치도 싫다는 분들이 놀랄만한 책이 나왔다. 바로 황영자-권세연 작가의 『고부공감』이다. 오늘은 두 작가 중 한 명인 권세연 작가를 인터뷰하였다.

Q.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3년 전 엄마들을 코칭 한 사례와 저의 실제 일상을 담은 『엄마인 당신에게 코치가 필요한 순간』 이라는 책을 출간했었고, 이번에는 남편의 엄마 ‘시어머니인 황영자’ 작가님과 함께 『고부공감』이라는 책을 출간한 권세연 작가입니다.

Q. 『고부공감』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시어머니는 부안 시장에서 올해 36년째 야채장사를 하고 계세요. 그런데 2년 전쯤 저녁에 어머니께서 전화를 주셨는데 ‘매일 새벽에 컴컴할 때 출근해서, 컴컴할 때 퇴근하고 집에 와서 저녁 먹고 가만히 누워있으니 적적하다.’라고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그 때 문득 13년 전 돌아가신 친정아빠 생각이 났습니다.

제가 4월에 결혼하고 9월에 부모님께 비밀로 하고 남편과 함께 자전거 여행을 한 달 정도 떠났어요. 보름정도 지났을 때 생전 전화 안하시는 아빠가 전화를 주셨어요. 저는 여행을 비밀로 하고 떠났으니까 전화통화를 아주 짧게 마쳤는데, 며칠 뒤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정말 깜짝 놀랐어요. 아빠가 돌아가신 것도 힘들었지만, 그 후에 아빠가 보고 싶은데 막상 함께한 추억이나 대화가 없으니 힘들더라고요. 제가 어렸을 때 아빠가 편찮으셔서 오랫동안 병원에 계셨었는데, 외롭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는데, 시어머니의 적적하다는 말씀에 아차 싶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고민하던 차에 제가 글을 함께 쓰는 모임에서 주위에 글 쓸 분을 추천해주면 도와주신다는 말씀에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시어머니가 떠올라서 함께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부안에 있는 시장에서 아주 작은 공간에서 야채장사로 거의 한 평생이라 할 수 있는 기간을 사신 분이세요. 처음에 글을 써보자고 했을 때는 당황하셔서 어려울 것 같다고 하셨는데, 제가 딱 한번만 써보자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머니께서 노트를 쭉 찢어서 글을 써서 보내셨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제가 결혼한 지 13년이 되었는데 처음 듣는 이야기였어요. 그래서 진심으로 어머니께 너무 재밌다고 글을 더 써달라고 말씀드렸더니 그때부터 하나하나 쓰기 시작하셨어요. 그런데 저희 어머니께 놀랐던 게, 쓰시면 무조건 한 장을 다 채워서 쓰시는 거예요. 빼곡히 채워진 종이를 보면서 우리 어머니가 하시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시구나 싶었습니다.

[사진출처=대경북스]
[사진출처=대경북스]

Q. 책 제목을 『고부공감』이라고 지은 이유가 있나요?

제가 최근 3년간 책을 공저 포함해서 7권정도 출간을 했는데 책 제목을 정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이번 책은 처음에 초안을 쓸 때부터 『고부공감』이라는 제목에 마음에 갔어요.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말이 ‘고부갈등’ 인데요. 이제부터 이 책을 계기로 고부공감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올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 시어머니도 저보다 훨씬 앞서기는 하셨지만, 같은 집안에 사람과 결혼을 했으니 그 가정에서 오는 고민을 제일 많이 공감해줄 수 있는 입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살면서 나를 이해해주고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 딱 한 명만 있어도 살 수 있다는데 정말 큰 힘이 될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Q. 책을 쓰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무엇입니까?

어머니께서 퇴근하고 오시면 글을 써서 저한테 보내주셨는데, 몇 달 후에 문득 제가 어머니께 질문을 드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어머니께 설명을 드리고 제가 질문을 드렸는데, 어머니께서 어느 날 오늘 질문은 뭐냐고 먼저 물어봐주셨던 날이 기억에 남아요.

먼저 물어봐주신다는 건 어머니도 흥미를 느끼고 계시다는 거니까요. 그리고 한번은 제가 어머니께 직접 받고 싶은 질문을 하나 만들어 보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어머니가 만든 질문이 ‘영자야, 다음에 태어나면 어떻게 살고 싶니?’ 라는 질문이었어요. 스스로 쓰신 답이 ‘나는 일도 안하고 철없는 공주처럼 살고 싶다.’라고 하셨는데 이 답에 정말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150쪽).

그리고 두 번째 질문으로, 인생 여행 마지막 날 듣고 싶은 말씀을 들려달라고 말씀드렸는데, ‘다 잊어버리고 마음 편히 주무세요. 모든 거 다 잊고 편히 계세요.’ 라고 말씀 해주셨는데 너무 슬프더라고요. 저는 살아생전 기억들을 다 가져가고 싶은데, 다 잊어버리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하시니 그 동안 삶이 얼마나 힘드셨는지 알겠더라고요

Q. 작가님이 생각하는 공감의 정의와 역할은 무엇인가요?

공감은 사전적 의미로 ‘남의 감정, 의견, 주장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인데요, 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타인을 지지해주는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살면서 누군가가 나를 지지해준다고 느끼게 하는 한 사람만 있어도 세상을 살아가는데 정말 든든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게 해주는 마음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Q. 책을 쓰면서 가장 신경을 많이 썼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어머니와 저는 서로에 대해 알고 있으니까 글을 쓰면서 재미있었는데, 독자들도 우리글을 읽으면서 재미있을까? 라는 걱정이 들면서 고민이 되기 시작했어요. 이 책을 읽은 분들이 그냥 보기 좋다. 이렇게 생각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책이 되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이 총 3장으로 구성되어있는데 1장은 시어머니께서 하늘에 계신 친정어머니께 쓴 편지에 제가 며느리로서 답장을 쓰는 형태로 썼어요. 이걸 본 독자들은 본인의 가족들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이 책을 읽어보신 분들께서 본인도 가족들과 글쓰기를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 해주셔서 뿌듯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장에서는 어머니께서 쓰신 글을 보고 제가 기억에 남는 단어를 하나 선택해서 질문을 만들어봤는데,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할 수 있는 상황들에 대한 질문을 넣었어요. 독자 분들도 본인들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어요.

3장에서는 제가 질문을 하고, 시어머니께서 답을 써주셨는데 그 옆에 독자들도 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두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제일 많이 신경 쓴 부분은 ‘부록’이었어요. 제가 시어머니께 질문을 만들어 드리다 보니 정말 너무 좋은 경험이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가족들은 어떤 소통을 하고 싶을까라는 고민을 하다 설문조사를 했어요. 처음에는 지인 분들 몇 분께 부탁드렸는데, 설문을 하셨던 지인 분들이 질문을 작성하다가 울컥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설문인원을 확대했고, 200여 분이 설문해주셨고 그 중 일부를 책에 실었습니다. 완전 감사한 일이지요.

그런데 설문 결과를 보면서 정말 많이 울었어요. 특히 나를 사랑하나요? 라는 질문이 그렇게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생각보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표현을 많이 못하잖아요. 자녀들에게 받고 싶은 질문이 ‘나를 사랑하나요?’란 질문이었는데 부모님들이 일상에 묻혀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마음속에 품고 있던 ‘사랑한다’는 답을 해주고 싶으셨던 거였어요.

[사진출처=대경북스(좌우),북코리아(중앙)]
[사진출처=대경북스(좌우),북코리아(중앙)]

Q. 『고부공감』을 추천해주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그 대상과 이유를 말씀해주세요.

이 책은 제목 때문에 고부간에 갈등을 해결해 줄 것 같은 책으로 오해를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제가 시어머니와 책을 썼기 때문에 고부 공감이에요. 그리고 가족 간에 가장 어려운 관계 중에 하나가 고부이기 때문에 그런 상징성이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우리 모두에게 추천해요. 제 책을 제 스승님께서 읽고 해주신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이 책은 ‘만민공감’이라고 해주셨거든요.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자녀이기에 가정에서 사랑 받고 자라고 싶었을 거예요. 그런데 제가 마흔이 넘었는데, 우리 세대 부모님들은 애정표현에 익숙하지 않으셨던 분들이라 서로 많이 사랑을 나누지는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가정에서 충분히 사랑을 주고받으면 뿌리가 단단해질 테니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될 거예요.

Q. 시어머니를 작가로 이끌어주셨는데요, 책을 쓴다는 건 사람들에게 어떤 경험이 될까요?

제가 이번에 책을 준비하면서 잊어버리고 있던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혼 직전에 예비시어머니로서 저에게 주신 편지를 발견했어요. 그때도 어머님은 편지지 빼곡히 편지를 쓰셨더라고요. 그래서 고마운 마음에 책 말미에 편지를 사진 그대로 넣었습니다.

저는 책을 쓰겠다는 분들, 글을 쓰겠다는 분들을 무조건 응원합니다. 그 이유로는 책을 쓰면서 내 마음을 한번 세상 속으로 끄집어낼 수 있어요. 음표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면 그냥 낙서에 불과할 수 있지만 그것을 일정하게 나열해놓으면 음악이 되잖아요. 저는 글을 쓰는 작업을 여기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내 마음과 머릿속에 여러 가지 돌아다니는 생각들, 이걸 글로 표현하면 정리가 되고, 자기 객관화가 됩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얼마나 열심히 살고 있는지를 알 수 있어요.

또 글을 통해서 일상을 관찰하는 힘이 생깁니다. 그냥 허투루 지나갈 수 있는 것들이 다 글감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거예요. 사람마다 다를 수는 있지만 저는 이 과정에서 일상에 감사하는 시선이 더 커졌습니다. 단조로운 평면적인 일상이 입체로 살아 움직이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책의 발간 유무를 떠나서 여러분도 한번 내 마음속에 있는 나를 만나보는 과정, 글쓰기를 한번 해보시면 어떨까요.

Q. 현재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저는 숭실대 커리어학습코칭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대학생들을 만나서 취업을 포함한 진로코칭을 하고 월드비전에서 멘토코치로 일하면서 초, 중, 고등학생들의 진로코칭, 부모교육을 진행했어요. 지난해에는 서대문구 시니어클럽에서 시니어방과후코치양성과정을 진행했는데 어른들도 은퇴 후 진로에 대해 고민하시더라고요. 그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 남녀노소에 상관없이 스스로의 능력에 대해 한계를 짓지 않는 것이 앞으로 성장해나가는데 중요하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삶을 더 희망적으로 보고 진취적으로 할 수 있더라고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은 가장 가까운 가족과 지인이 지지해줄 때 극대화되는 것 같아요. ‘지지’라는 것은 마음으로만 해주는 것이 아니라 표현을 해줄 때 강력하게 느낄 수 있는데, 그 표현의 수단이 말이 될 수도 있고 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소통, 그 중에서도 공감해주는 소통에 대해 관심이 많이 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제가 직접 개발한 'MOTHER 라이프코칭모델'을 통한 엄마, 아빠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들의 행복증진을 위한 코칭과 소통 강의, 부모와 아이가 함께 공통적으로 바라보는 미션과 비전 작성을 돕는 워크숍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또, 제가 작년에 개발한 시니어코치 양성과정을 통해 어르신들도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세상에 전파해보고 싶습니다.

가장 가까운 계획으로는 2024년 2월 24일 토요일에 신도림 씨네큐 극장에서 북+영화콘서트가 있습니다. 많은 분들 오셔서 함께 즐기다 가셨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작가 소개]

권세연 작가는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로, 숭실대 커리어학습코칭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대학생 진로코칭과 월드비전 멘토코치, 중, 고등학생들의 진로코칭, 부모교육을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엄마인 당신에게 코치가 필요한 순간》(2021, 홍콩, 대만, 마카오 판권 수출. 한국코치협회 올해의 코칭도서 선정) 등 공저가 있으며, 2021년 한국코치협회 Coaching Growth Session 감사패를 받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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