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남혜지 칼럼니스트] 얼마 전 만난 직장 동료 모임에서 언어 감수성의 확장을 또 한 번 체감했다. 동료A가 자녀 둘을 키우며 업무까지 병행하는 힘듦을 토로했다.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동료B가 ‘가사도우미’ 어플리케이션을 추천하는 게 아닌가.

가사도우미. 이전에는 ‘가정부’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했으나, 요즘은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다. 하나의 직업인으로서 그들을 인정하고 존중하기 위한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는 놀랍게도 가정부의 한자가 ‘며느리 부’자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 언어에 대한 민감성을 뜻하는 ‘언어 감수성’은 이미 깊이 들어와 있다. 그리고 이제는 조직 내에서도 언어 감수성이 뛰어난 인재가 필요한 시점이 도래했다. 많은 기관의 2024년 HRD 트렌드에서 DEI를 이야기한다.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ality), 포용성(Inclusion)을 뜻하는 DEI의 실천이 조직의 성공과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으며 이에 맞추어 조직문화와 인재관리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이제 우리는 조직 내에서 활용되는 나의 언어 표현이 DEI 개념을 잘 지키는 언어인지, 또 사회적 언어 감수성에 위배되지는 않는지 더욱 깊이 점검해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부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언어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가장 기본은, 실제로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언어에는 언어적 함의(含意)가 담겨있음을 인지하는 것이다. 어떤 단어를 보고 들었을 때 사람들은 어떠한 의미와 감정을 느끼는데 이를 함의(connotation)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언어에는 긍정적 함의와 부정적 함의가 들어있다.

예를 들어 똑같은 사람을 보았을 때 ‘검소하다’고 하는 지, ‘인색하다’고 하는 지에 따라 우리는 그 속에 담긴 ‘함의’를 캐치할 수 있다. 언어적 감수성이 높은 사람은 대게 이러한 언어의 함의에 민감도가 높은 사람들이다. 이제는 직장 내에서 나의 동료에게, 후배에게, 혹은 나의 고객에게 내가 사용하는 언어를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내 언어에는 어떤 함의가 담겨있을지 미리 고민하고 더 좋은 표현을 고르고 선택하는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밥을 먹으며 하는 일상 대화에서, 업무를 지시하는 상황에서, 피드백을 주고받는 회의실에서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한 사람의 이미지가 새로이 만들어지고 부숴 질 것이다.

‘언어의 한계가 내 세계의 한계다’

비트겐슈타인의 말처럼 당신이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당신의 인간관계와 업무 확장성이 달라진다. 내 언어 속에 담긴 의미를, 나의 무의식적 사고를 다시금 뒤집고 점검해보아야 한다.

‘나는 직장 내 언어 감수성이 높은 사람인가?’

이제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자.

칼럼니스트 프로필

남혜지 칼럼니스트는 서울여대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했고, 아레테 성장연구소를 경영하고 있다. 서울과학기술대학 교양학부 외래교수, 삼성전자서비스 경인지사 전임강사, 현대자동차 국내영업인재개발원 사내강사 등을 지냈으며, 현재 국내 1호 언어스타일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삼성전자 모바일, 삼성SDS, 현대자동차 등 다양한 기관에서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남 칼럼니스트는 습관과 관성으로 무심코 사용하는 언어가 대화에서 오해와 소통의 오류를 많이 만들어 낸다는 것을 경험했다. 옷장에서 T.P.O.에 맞는 적절한 옷을 꺼내 입듯, 언어를 새로이 발견하고 스타일링 해 소통으로 인한 고통을 겪지 않고자 하는 마음에서 ‘남혜지의 언어의 발견’이란 칼럼을 연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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