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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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오상진 칼럼니스트] 한 남자가 팔뚝에 약물을 주입한다. 잠시 눈을 감고 의자에 앉아 있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의 눈동자는 하얗게 변해 있었다. 주변의 사람들이 말을 시켜도 듣지 못한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붓과 팔레트를 들고 일필휘지로 그림을 그려 나간다. 고민의 흔적도 없다. 그냥 그릴뿐이다.

이 순간 만큼은 그의 모든 것을 집중한 셈이다. 그림 작업이 끝난 후 모든 것을 탈진한 듯 의자에 널부러져 있다. 그제서야 주변 사람들의 말이 들리는 듯 반응을 한다. 이 남자는 2006년부터 시작되어 지금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미드 “히어로즈(Heroes)”의 “아이작 멘데즈”이다. 이 드라마는 초능력자에 대한 이야기 인데, 그의 능력은 미래를 보는 것이다. 그림으로 미래를 표현하는 그는 약물에 중독되었을 때 능력을 발휘한다. 중독을 통해 무아지경의 몰입이 나타는 것이다.

"몰입(flow)" 이론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는 몰입을 “무언가에 흠뻑 빠져 있는 심리적 상태’를 의미하고,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심취한 무아지경의 상태라고 말한다. 또한 몰입은 주위의 모든 잡념, 방해물을 차단하고 자신이 원하는 어느 한 곳에 모든 정신을 집중하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히어로즈의 아이작 멘데즈와 같은 상태인 것이다. 그러데 재미있는 것은 이 친구가 몰입을 할때는 약물중독 상태라는 것이다. 드라마 상의 설정이지만 상당히 흥미로운 내용이다. 왜 이런 설정을 한 것일까? 의문이 든다. 그런데 중독의 의미를 살펴보면 이해가 간다. 중독이란 무엇일까? 중독과 몰입의 차이는 무엇일까?

중독은 크게 “물질중독(substance addiction)”과 “행위중독(behavior addiction)”으로 나뉜다. 대상이 물질(마약류)이면 물질중독이라 분류하고, 대상이 행위이면 행위중독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중독과 몰입은 유사한 점이 많다는게 뇌 과학자들의 의견이다. 관여하는 뇌회로가 같고 유사한 일련의 단계를 거친다는 것이다. 바로 시냅스의 도파민 분비로 인해 안심과 쾌락을 느끼고 행위 후에는 급격히 피로감을 느낀다는 구조가 같다는 것이다.

최근 뇌과학 연구에 의하면 중독과 몰입은 그 과정이 비슷하다. 뉴런과 뉴런을 연결하는 시냅스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이 분비되면서 만족감과 쾌락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몰입을 통해 느끼는 무아지경의 상태는 강력하고 파워풀한 것이다. 칙센트미하이는 몰입했을 때의 느낌을 ‘물 흐르는 것처럼 편안한 느낌’, ‘하늘을 날아가는 자유로운 느낌’이라고 했다. 일단 몰입을 하면 몇 시간이 한 순간처럼 짧게 느껴지는 시간 개념의 왜곡 현상이 일어나고 자신이 몰입하는 대상이 더 자세하고 뚜렷하게 보인다.

그리고 몰입 대상과 하나가 된 듯한 일체감을 가지며 자아에 대한 의식이 사라진다고 했다. 이렇듯 몰입은 중독과 같은 연속적이고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스포츠에서는 이것을 “In the Zone”이라고 부른다.

※ 참고자료 : 오상진의 『나는 왜 괜찮은 아이디어가 없을까?(비즈니스북스, 2016)』

칼럼니스트 프로필

오상진 칼럼니스트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영감을 주는 크리에이터로서 20여년간 기업, 기관, 대학에서 창의력 및 아이디어 발상법, 혁신 등을 강의해오고 있다. 2014년까지 제일기획에서 HR 디렉터로서 창의적 인재들을 양성하는 일을 해왔고, 현재, 국내 유일의 경영전문대학원대학교인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에서 기업교육전공 PhD과정 주임교수 및 국내최초 HRD관련 전문강사를 양성하는 HRD Instructor MBA 과정 주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창의와 혁신, 아이디어 발상, Trend Sensing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프로젝트와 연구를 진행 중이며, 최근 사용자 중심의 창의적 문제해결 방법인 Design Thinking, Living Lab 관련 프로젝트 및 강의를 진행 중이다. 국내 유수의 기업과 기관들에서 글로벌 시대 직장인들에게 필요한 창의적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있는 그는, 모호할 수 있는 아이디어 발상과 창의력 관점에 대한 이야기를 손에 잡히는 이야기로 위트 있게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저서로는 『아웃 오브 박스』, 『나는 왜 괜찮은 아이디어가 없을까?』, 『生不出好創意 就賺不了錢!』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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