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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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강래경 칼럼니스트]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거나 특정 장소에 가면 ‘셀카’부터 찍는다. 남과는 다르게, 좀 더 아찔하게 사진을 찍으려다 목숨까지 잃는다고 하니 그저 추억 남기기는 아닌 듯하다. 인터넷에는 하루 평균 약 3억 5천만 장의 셀카가 올라오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3년 옥스퍼드 대학은 영어권에서 셀카를 지칭하는 ‘셀피Selfie’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하기도 했다.

셀카에 몰두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전문가들은 자기만족보다 SNS 공유를 통해 타인에게 인정받고 관계를 형성하고 싶다는 심리가 더 크다는 데 동의한다. 셀카 밑의 ‘좋아요’와 댓글 개수가 인간관계의 너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 특실로 발권했습니다

2007년 가족과 함께 인도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기 위해 뉴델리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을 때였다. 스쳐 지나가던 승무원 일행 중 한 명이 내게로 다가와서 조심스레 아는 척을 했다. ‘제 얼굴 잘 모르시죠. 저는 기억하는데.’ 그리고는 옆에 있던 아내에게 ‘소장님 강의 들어보셨어요? 지난번 저희 회사에 오셨는데 너무 감명 깊게 들었습니다. 이렇게 모실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정리가 끝나는 대로 기내에서 뵙겠습니다.’

여행하기 얼마 전, 그날 이용할 항공사 사무장을 대상으로 강의한 적이 있었다. 강의 중 인도를 다녀온다고 말했는데 아마도 담당자가 해당 비행기 사무장에게 귀띔을 해줬던 것 같았다. 사실 이런 부탁을 자주 받아서 귀찮을 법도 한데 너무도 반갑게, 그것도 아내 앞에서 받으니 여행의 피로가 싹 날아갔다.

강사는 수많은 청중을 만나기 때문에 일일이 그들을 기억할 수는 없다. 기억한다고 해도 얼굴 따로, 이름 따로, 그런 적이 많다. 상대가 반갑게 아는 척을 해도 누군지 몰라 머리를 쥐어짜기도 했다. 언젠가 1년에 몇 명을 만나는지 궁금해서 강의 때마다 숫자를 헤아려본 적이 있다. 3년을 집계해보니 평균 1만 명이었다.

그래서 강사는 참 좋은 직업이다. 사람을 기억하지 못해도 직업 특성으로 이해받을 수도 있고 때론 그들이 먼저 기억해준다. 그리고 자신의 SNS로 자화자찬하지 않더라도 청중들이 글을 써주기도 한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는 식으로 네가 눌러야만 비로소 나도 누르는 형식적인 ‘엄지 척’과는 엄연히 다르다. 강의에 대한 솔직한 느낌을 자발적으로 SNS에 올리기 때문에 강사로서는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확실한 인정을 받은 셈이다.

철도인재개발원에 10여 년을 출강하다 보니 전주역에서 기분이 하늘 높이 붕 떴던 일도 있었다. 예상보다 역에 일찍 도착하게 되었는데 마침 10분 후 도착하는 열차가 있어서 열차표를 바꿔달라고 부탁을 했다. 잠시 후 조그맣게 뚫린 창구 속에서 역무원의 소리가 들렸다.

“특실로 발권했습니다.”

원래 표는 일반석이었기에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럼 차액이 얼마인가요?”

“괜찮습니다. 지난주에 좋은 강의를 해주셔서 제가 선물하는 거예요.”

그 당시는 지금과 같은 개방형 창구가 아니라 직원의 얼굴을 보기가 힘들었고 기차 시간이 촉박해 더 이상 얘기를 나눌 수 없었지만 내 강의에 대해 생각지도 못한 보상을 받으니 그 뿌듯함은 무엇과도 비할 바가 아니었다. 물론 강의 중간 중간 쑥스럽게 건네는 감사 인사 한마디에도 힘이 난다. 하지만 강연장이 아닌 장소에서 청중과 조우할 때면 배구에서의 시간차 공격마냥 기분이 짜릿하다.

※참고자료: 『대한민국에서 강사로 산다는 것: 나는 출근하지 않고, 퇴직하지 않는다(페이퍼로드)』

칼럼니스트 프로필

강래경 칼럼니스트는 말 한대로 살려고 하는 노력하는 강사다. 사실에 기초하여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학습자들에게 친숙한 사례를 제시해 감성을 자극한다. “가짐을 내세우지 말고 나눔에 인색하지 말자”라는 좌우명으로 강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돕고자 노력한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강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대한민국에서 강사로 산다는 것』 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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