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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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강래경 칼럼니스트] 회식 때, 한 직원 때문에 바가지를 왕창 썼던 경험이 있다. 강남에 위치한 남도 한정식 집이었는데 가격에 비해 양이 많고 맛도 좋으니 거기서 회식을 하자는 거다. 직원의 얘기가 좀 미심쩍기는 했지만 밥 한 끼 먹는 것이 별일이 아닌지라 식당으로 향했다.

그런데 주문 후 나온 음식은 직원 말했던 것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거의 한 접시에 5만원이나 하는 메뉴가 서너 젓가락질만 하면 비워나갔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안 그랬다며 억울해하기에 내막을 확인하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일 때문에 자주 만나던 연예인이 밥을 산다면서 이 집에 데리고 온 것이었다. 그런데 이 집은 <체험 삶의 현장>이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이 일했던 집이라 푸짐하게 대접을 했던 것이다. 순진한 우리 직원은 가격을 확인하고 비싼 게 아니라고 생각해 적극 추천을 했는데 우리는 한 끼 식사에 큰돈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유명 식당에 가면 연예인들의 사인을 볼 수 있다. 연예인뿐 아니다. 웬만큼 얼굴이 알려진 사람이면 주인과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그 대가로 대개 음식을 제공받는다고 하니 수지맞는 장사 같다. 연예인 프리미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주인이 좋아서 제공하는 것과 그것을 당연하게 제공받는 것은 다르다.

강사들도 많은 대접을 받는다. 기업에서 자신들이 생산하는 물건을 제공하기도 하고, 그 지역의 특산물을 선물로 줄 때도 있다. 처음에는 감사한 마음으로 받는데 그것에 길들여지면 ‘그런 것도 하나 안 주나?’ 하고 괜스레 바라게 되고, 아무것도 받지 못하면 급기야 회사 흉을 보기도 한다. 심지어 강사라는 것을 밝히고 할인을 받았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경우도 본 적이 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여의도 한 빌딩에 볼링장이 있었다. 내가 처음 몸담았던 회사에서 볼링장 직원들을 교육시켰는데, 2박 3일씩 진행하다 보니 직원들과 자연스럽게 얼굴을 아는 사이가 되었다. 그래서 평상시 일이 끝나면 그곳에 가서 게임을 즐겼는데 3게임을 쳐도 계산할 때는 1게임으로 적어줬다. 처음에는 몰랐다가 알게 된 후에 직원들의 호의라 감사히 생각했다. 그런데 두 번째 갈 때부터는 그런 서비스를 은근히 기대하게 되었고 젊은 객기에 그런 상황을 즐기기까지 했다. 돌이켜보면 참 부끄러운 기억이다.

감사는 억지스러우면 안 된다. 일의 대가는 강의 전 계약에 의한 것인 만큼 강사가 관여할 수 있다. 하지만 감사는 청중의 마음이 결정할 일이지 강사가 바란다고 될 일은 아니다.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인사가 아니고 청중의 마음을 얻고 싶다면 강의에 충실한 것 외에는 없다.

혹시라도 얼굴을 알고 있기 때문에 배려받으려고 하는 것은 특권 의식이다. 최근 문제가 되는 ‘갑 질’까지는 아니어도 강사라는 직업윤리에 맞지 않다. 손에 쥐여주는 쇼핑 봉투의 무거움이 감사의 묵직함을 대신할 수는 없다.

홍대 근처 술집에서 누군가가 아는 척하며 ‘지난주에 강의를 들었는데 인상에 남았다’며 따라주는 소주 한잔을 마셔보면 안다. 편안한 옷차림으로 동네 편의점 테이블에서 맥주를 마시는데 지난달에 신입사원 교육을 들었다며 ‘열심히 생활하겠다’는 젊은이의 인사를 받으면 안다. 덕분에 술자리에 동석했던 일행으로부터 ‘어, 유명한데’라고 장난스런 놀림을 들었을 때 내가 얼마나 멋있는 일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참고자료: 『대한민국에서 강사로 산다는 것: 나는 출근하지 않고, 퇴직하지 않는다(페이퍼로드)』

칼럼니스트 프로필

강래경 칼럼니스트는 말 한대로 살려고 하는 노력하는 강사다. 사실에 기초하여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학습자들에게 친숙한 사례를 제시해 감성을 자극한다. “가짐을 내세우지 말고 나눔에 인색하지 말자”라는 좌우명으로 강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돕고자 노력한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강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대한민국에서 강사로 산다는 것』 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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