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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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정인호 칼럼니스트]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곳에는 미완성 작품 20점 이상을 전시한다. 미완성 작품이라고 해서 대충 걸려있거나 방치된 수준이 아니라 완성작 옆에 나란히 걸려있다. 왜 미완성을 전시하는지 큐레이터에게 물어보니 “미완성 작품이 그려지는 과정을 통해 우리에게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노고와 기술, 그리고 영감을 감상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대체로 사람들은 미완성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일부만 색깔이 칠해져 있거나 손이 없고,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가 비워져 있기 때문에 감상하는 내내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편함을 걷어내고 작품을 감상하면 미완성은 다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에, 비어 있기 때문에 보다 완벽하고 보다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갈대가 속을 비운 것도 꺾이지 않고 휘기 위해서다. 사람의 마음도 다 채워 놓으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가득 채운 자는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고, 계속 채워 놓기만 하면 결국 썩게 마련이다.

따지고 보면 비즈니스도 미완성이다. 애플, 구글, 아마존, MS 등 글로벌 기업들은 세계시장에서 일류 제품으로 인정받을 만큼 우수한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고 경영능력 면에서도 세계 일류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렇다고 이러한 기업들이 완전한 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들은 완전함의 끝 단계에 도달하기 위한 진화 경쟁의 승리자들이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 완전함이란 있을까? 만약 있다면 스스로 그렇게 정의를 내렸기 때문이다. 비즈니스는 진화할 뿐 완전함이란 있을 수 없다.

미국의 듀폰은 1802년에 설립해서 지금까지 200여 년 이상을 이어온 화학섬유회사다. 창업 초기에는 개척기 미국에서 꼭 필요했던 신종 화학을 개발하여 입지를 굳혔고, 1940년에는 섬유역사상 최대 히트작인 나일론을 개발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1900년대 초부터 듀폰의 섬유 부문은 그룹 전체 매출의 약 25%를 차지해왔다. 당시 듀폰의 CEO는 대부분 섬유 부문 출신이었으며, 섬유는 전통적으로 듀폰의 핵심 사업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듀폰에는 섬유가 없다. 1998년 석유회사인 코노코의 매각을 시작으로 과감한 인수합병 행보를 보였다.

2004년에는 섬유부문과 석유 및 제약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종자업체인 파이오니어를 인수한 뒤 농업과 바이오연료 분야 등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2010년에는 농업 생명공학 부문 매출이 30퍼센트를 차지하는 과학기업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오늘날에는 식품, 영양, 건축, 의류, 운송, 전자부문까지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며 종합과학회사로 탈바꿈했다. 당시 듀폰의 CEO인 채드 홀리데이는 이렇게 말했다. “성장이 있는 곳으로 가라(Go where the growth is).” 이것이 200년을 걸쳐 세계 최고의 기업이라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듀폰의 생존비결이다. 

<자치를 위한 투쟁>을 쓴 링컨 스테펀스(Joseph Lincoln Steffens)는 이렇게 말한다. “아무것도 끝난 것은 없다. 세상의 모든 것은 미완성으로 남아 있다. 가장 위대한 그림은 아직 그려지지 않았고, 가장 위대한 희곡은 아직 쓰여지지 않았으며, 가장 위대한 시는 아직 읊어지지 않았다. 결국 성장이 있는 곳에 완전함은 없다. 다만 미완성을 채우기 위한 진화만 있을 뿐이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작품활동

정인호 칼럼니스트는 경영학 박사이자 경영평론가로서 현재 GGL리더십그룹 대표로 있으며, 《한국경제》, 《헤럴드경제》, 《브릿지경제》, 《이코노믹리뷰》, 《KSAM》 등의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그룹, 지멘스, SK그룹, 롯데그룹, KT, KAIST, 두산그룹, GS그룹 등 국내외 기업을 대상으로 매년 200회 강연을 하고 있으며, 벤처기업 사외 이사 및 스타트업 전문 멘토로도 활동하고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인호의 강토꼴’을 7년째 재능 기부로 운영하고 있으며, 유튜브 《아방그로》 채널을 통해 경영, 리더십, 협상, 예술, 행동심리학 등 통찰력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저서는 《다시 쓰는 경영학》, 《아티스트 인사이트》, 《언택트 심리학》, 《화가의 통찰법》, 《호모 에고이스트》, 《갑을 이기는 을의 협상법》, 《가까운 날들의 사회학》, 《다음은 없다》, 《소크라테스와 협상하라》, 《당신도 몰랐던 행동심리학》, 《협상의 심리학》, 《HRD 컨설팅 인사이트》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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