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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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강래경 칼럼니스트]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현실에만 충실했던 적이 있다. 바쁘다는 것을 위안 삼아 강의를 잘만하면 저절로 하고 싶거나 할 일이 생길 것이라고 믿었다. 실제로 돈이 곧 강의 품질이라고 믿는 강사들도 많았다. 그런데 그런 강사들을 천박하다고 비난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질시하며 그것을 나의 미래로 꿈꾸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진정한 간지럼이 아니었다. 후배들에게 성공의 모델이 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 20대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힘내’라는 격려라고 한다. 말로만 힘내라고 하지 말고 진짜 힘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거다. 마찬가지로 ‘나 봐라, 이렇게 하니 성공했다’라는 식보다 ‘도와줄 테니 함께 성공하자’라는 태도가 내가 가야 할 길이었다. 그래야 자기만 아는 강사라고 손가락질 받지 않을 것 같았다.

더구나 강사가 수없이 쏟아내는 말처럼 살지 않는다면 이것은 부끄러움 이전에 무책임한 일이다. 그럴 즈음 병아리 강사들 모임인 한국기업교육 Leading Society (병아리 강사, 닭이 되는 그날까지)를 알게 되면서 ‘후배 강사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사명으로 삼게 되었다. 이후에는 기존 강사들 모임인 (사)한국강사협회 명강사 육성과정 운영자로 참여하면서 책임감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고 있다.

모임에 참여하며 놀란 사실은 강사를 꿈꾸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이었다. 우연한 기회를 통해 강사의 길을 걷게 된 나로서는 이 길을 일부러 찾아 나선 분들의 속마음까지 알지는 못했다. 그래서 나름대로 시간을 투자해 돕는다고 했지만 그분들의 갈증 해결에는 부족함이 있었음을 최근에 깨달았다.

고려대 평생교육원과 이화여대 글로벌미래평생교육원에는 명강사를 꿈꾸는 분들을 위한 단기과정이 개설되어 있다. 매주 한두 번의 수업과 실습을 통해 강사에게 필요한 소양과 스킬을 배우고, 명사들의 강의를 듣기도 한다. 또한 교안을 만들어서 시범 강의를 하고 부족한 점을 개선해 가는데 이때 전문 강사의 도움을 필요로 해서 인연을 맺게 되었다.

거기서 만난 분들은 강의를 직업적으로 하고 있는 후배들과는 달랐다. 우선 살아온 이력이 다양하다. 군인부터 퇴직을 앞둔 공무원, 교수, 교장, 회사원, 자영업자, 시인, 일반주부까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그리고 강의를 하려는 이유도 경제적인 것보다 자기 삶에 대한 의미 부여가 컸다. 사실 그 분들이 살아왔던 시간에 버무려진 이야기는 분명 누군가에게 큰 자극제가 될 수 있었다.

다만 강의는 그분들에게 도전이었다. 현역으로 있을 때는 직책이나 직급 같은 자리의 무게가 있기 때문에 강의를 못해도 문제될 것이 없었지만 자리를 치우고 나면 ‘강의력’만 남는다. ‘이제는 예비군 대상의 교육도 강의를 못하면 기회가 없다’고 걱정하던 전역예정 군인의 말이 생각난다. 자칫 나이 든 사람의 추억담이고 잔소리 같기 때문인데 처음엔 대부분 그것을 강의라고 생각한다.

강사 양성과정에서 만났던 최고령자는 85세의 선배였다. 선배라기보다 아버지뻘 되는 분이라 조심스럽게 강사가 되고 싶은 이유를 여쭤보았더니, 그냥 열심히 살고 싶을 뿐이라고 하셨다. 그분은 과정 내내 모범을 보이셨고 과정이 끝날 무렵 10여 분을 꼿꼿한 자세와 낭랑한 목소리로 동료들의 건투를 빌어주었는데, 그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사람들을 돕는다면서도 그것조차 남에게 인정받기를 원했던 속내를 들킨 것 같아서 돈이나 명예 이외에도 내가 강의를 하는 이유를 찾아야 했다. 지금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잘나가는 강사가 되려면 더욱 그랬다. 그래서 5년 후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강사를 돕는 강사.’ 선배 강사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면서 나를 설레게 하는 비전이 바로 이거였다. 비로소 간지러운 곳을 찾은 느낌이었고 하루하루를 박박 긁어야 할 이유도 분명해졌다. 만약 강사를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다면, 강의를 해야 하는 이유 다섯 가지를 적어봐라. 그리고 읽어봐라. 진짜로 그렇게 살면 멋지겠다고 마음이 대답하면 이제 실천하라.

※참고자료: 『대한민국에서 강사로 산다는 것: 나는 출근하지 않고, 퇴직하지 않는다(페이퍼로드)』

칼럼니스트 프로필

강래경 칼럼니스트는 말 한대로 살려고 하는 노력하는 강사다. 사실에 기초하여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학습자들에게 친숙한 사례를 제시해 감성을 자극한다. “가짐을 내세우지 말고 나눔에 인색하지 말자”라는 좌우명으로 강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돕고자 노력한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강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대한민국에서 강사로 산다는 것』 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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