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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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오상진 칼럼니스트] 새로운 언어가 필요할 때, 세종대왕처럼 새로운 문자를 다시 창제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쓰는 언어를 다르게 사용하면 새 언어가 창조되는 것입니다. 익숙한 사용 방식을 바꿔 낯설게 사용할 때 동일한 언어라고 할지라도 전혀 다르게 와 닿습니다. 물론 단어 자체를 부분적으로 변형해서 색다른 의미로 재창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아니면 기존 단어의 조합이나 배치를 바꿔 낯선 의미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언어 경작을 통해서 언어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지요. 첫 번째 방법은 단어를 뒤집어 생각의 물구나무를 서보는 것입니다. ‘역경(逆境)’을 뒤집으면 ‘경력(經歷)’이 된다거나 ‘금지’를 뒤집어 ‘지금’ 하면 된다는 말과 같은 언어유희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좀 더 예를 들어볼까요. 남다른 ‘경력’을 쌓으려면 남다른 ‘역경’을 경험해야 합니다.

‘교육(敎育)’을 뒤집으면 ‘육교(陸橋)’가 됩니다. ‘교육’은 지금 여기서 미래로 가는 ‘육교’를 건설하는 업입니다. ‘기자(記者)’를 뒤집으면 ‘자기(自己)’가 되고, ‘기사(記事)’를 뒤집으면 ‘사기(詐欺)’가 되며, ‘사설(辭說)’을 뒤집으면 ‘설사(泄瀉)’가 됩니다. ‘기자’는 ‘자기’가 쓴 ‘기사’나 ‘사설’에 이름을 걸고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그렇지 않은 ‘기자’가 쓴 ‘기사’는 ‘사기’가 되고, ‘사설’은 ‘설사’해놓은 관념의 파편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일생(一生)’을 목숨 걸고 살지 않으면 ‘생일(生日)’조차 맞이할 수 없으며. ‘성숙(成熟)’하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마련하지 않으면 절대로 ‘숙성(熟成)’되지 않습니다. 세상의 소음과 ‘단절(斷絶)’하지 않으면 인생이 ‘절단(絶斷)’날 수 있으며, ‘성품(性品)’을 곱게 가꾸지 않으면 ‘품성(品性)’마저 망가집니다. ‘수고(手鼓)’하지 않으면 ‘고수(高手)’가 될 수 없으며, ‘체육(體育)’으로 몸을 단련하지 않으면 ‘육체(肉體)’를 잃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시작 또는 끝나는 말을 같은 단어로 조합해서 의미도 기억하기 쉽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뒷길이나 옆길로 빠져 헤맬 때도 있었고 갓길이나 샛길로 가끔 샐 때도 있었네’같이 단어를 조합하는 방법입니다. ‘살길을 찾다 숨길조차 막히고 발길 닿는 대로 하염없이 걸었었지’라는 말처럼 ‘길’이라는 말로 운율을 맞추면서도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방법입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죠.

‘세상에는 6가지 지식이 존재한다. 숙성된 지식을 만드는 묵은지(知), 모든 지식의 토대가 되는 근거지(知),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결정적인 한 가지(知),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이바지(知), 기존 통념을 깨는 뚱딴지(知). 색다른 상상력의 세계로 인도하는 별천지(知)’, ‘초심으로 출발해서 뒷심으로 마무리되는데 초심이 뒷심으로 연결되는 중간에 중심이 있다. 중심이 흔들리면 초심도 뒷심도 발휘할 기회를 상실한다. 중심은 신념이다. 신념이 흔들리면 모든 게 흔들린다. 신념(信念) 없는 개념(槪念)은 관념(觀念)에 지나지 않는다. 개념에 자신의 철학과 열정, 그리고 용기를 추가하지 않으면 개념은 현실 변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관념의 파편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개념 놀음의 원동력은 풍부한 어휘력, 동의어와 반의어에 대한 지식, 그리고 한자의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 참고자료 : 오상진의 『나는 왜 괜찮은 아이디어가 없을까?(비즈니스북스, 2016)』

칼럼니스트 프로필

오상진 칼럼니스트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영감을 주는 크리에이터로서 20여년간 기업, 기관, 대학에서 창의력 및 아이디어 발상법, 혁신 등을 강의해오고 있다. 2014년까지 제일기획에서 HR 디렉터로서 창의적 인재들을 양성하는 일을 해왔고, 현재, 국내 유일의 경영전문대학원대학교인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에서 기업교육전공 PhD과정 주임교수 및 국내최초 HRD관련 전문강사를 양성하는 HRD Instructor MBA 과정 주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창의와 혁신, 아이디어 발상, Trend Sensing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프로젝트와 연구를 진행 중이며, 최근 사용자 중심의 창의적 문제해결 방법인 Design Thinking, Living Lab 관련 프로젝트 및 강의를 진행 중이다. 국내 유수의 기업과 기관들에서 글로벌 시대 직장인들에게 필요한 창의적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있는 그는, 모호할 수 있는 아이디어 발상과 창의력 관점에 대한 이야기를 손에 잡히는 이야기로 위트 있게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저서로는 『아웃 오브 박스』, 『나는 왜 괜찮은 아이디어가 없을까?』, 『生不出好創意 就賺不了錢!』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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