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유영만 칼럼니스트] 마이클 폴라니는 물리화학자이면서 철학자이기도 합니다. 노벨상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뛰어난 화학자였던 그는 『원자반응』, 『과학‧신앙 및 사회』, 『개인적 지식』 등의 저술을 남겼습니다. 저는 그중 과학철학 분야에서 기념비적 저작으로 꼽히는 『개인적 지식』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개인적 지식’의 원어는 ‘personal knowledge’입니다. 이 말은 사실 개인적 지식이라기보다 ‘인격적 지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좀 더 적절할 듯합니다. 폴라니는 평생에 걸쳐서 지식이 인격적 지식일 수밖에 없음을 다양한 방식으로 주장하면서 독창적인 사유 체계를 구축한 사람입니다.

모든 지식은 내가 이미 가진 신념과 이론에서 벗어나 탄생되지 않습니다. 관찰하면서 내 머리 속으로 들어오는 어떤 현상은 이미 내 머릿속에 그런 현상을 포착할 수 있는 개념이나 이론의 프레임으로 걸러진 결과입니다. “신념을 모든 지식의 원천으로서 인정”해야 한다고 한 마이클 폴라니의 주장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신념이 추가되지 않은 개념은 관념의 파편에 불과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마이클 폴라니는 지식의 습득과 형성에 인간 주체의 참여 의지와 열정, 그리고 주체적인 의미 부여의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밝혀내는 데 일생을 바쳤습니다.

“우리를 유쾌하게 하는 아름다움과 우리를 황홀하게 하는 심오함을 인정하지 않은 채 우리가 그러한 이론을 받아들이는 이유를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다.<마이클 폴라니, 『개인적 지식』>

유쾌한 아름다움과 황홀한 심오함은 이론 창조자의 뚜렷한 신념과 열정이 반영된 예술적 평가에서 나오는 심미적 판단입니다. 과학이 엄밀성을 추구한다는 명목하에 인간이 추구하는 예술적 감성을 거세하고 주체의 신념과 열정도 없는 논리적 지식을 만들고자 했던 당대의 과학관에 마이클 폴라니가 왜 그토록 반기를 들었는지를 알아보려고 합니다.

△열정 없는 지식이 가능한가

마이클 폴라니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독일 칼스루어 공과대학과 베를린 대학에서 물리학과 화학을 전공하고, 1919년 카이저 빌헬름 연구소에 물리화학 연구원으로 들어갔지만 나치가 등장하자 영국으로 이주합니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 물리화학과 교수와 사회과학대 학장을 지내고 옥스퍼드 대학과 머튼 칼리지에서 펠로우를 역임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 지식』을 비롯해서 몇 권의 기념비적 작품을 남겼습니다.

특별히 제가 마이클 폴라니의 인격적 지식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그것이 제가 지향하거나 추구하는 지식관을 아주 적나라하게 잘 드러내주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마이클 폴라니의 지식관에 관한 철학을 탈비판철학(Post-Critical Philosophy)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우주를 관찰과 측정이 가능한 거대한 기계로 파악하는 뉴턴의 기계론적 근대과학을 비판합니다.

검증되지 않은 신념이나 가정, 권위나 전통은 확실한 지식의 방해물로 간주하는 근대 철학적 전통 역시 탈비판철학의 비판 대상입니다. 탈비판철학은 주체의 적극적 헌신이나 개입을 제거하고 복잡한 것을 작은 단위로 분석해서 이해하려는 환원주의적 객관주의에 반기를 듭니다.

폴라니의 탈비판철학은 특히 지식을 창조하는 과정에 주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헌신적으로 몰입하는 행위가 지식 창조 과정에 열정과 신념을 개입시켜 지식의 타당성과 객관성을 훼손한다는 주장은 지식의 본질적 성격을 오해하는 데에서 비롯된다고 비판합니다.

폴라니는 주체의 헌신과 확신을 배제하고는 지식의 본질 규명이 불가능하고 지식 탐구 자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모든 과학자의 지식은 과학자의 철학과 신념과 열정이 첨가되지 않는 지식이라야 객관적 지식으로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객관적 지식’이라는 것이 정말 가능할까요?

※ 참고자료 : 『아이러니스트: 내 맘 같지 않은 세상에서 나를 지키며 사는 법(EBS BOOKS, 2021)』

칼럼니스트 프로필

유영만 칼럼니스트는 지식생태학자이자 한양대학교 교수로 활동 중이다. 유 교수는 한양대학교 대학원 교육공학 석사, 플로리다주립대학교 대학원 교육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삶으로 앎을 만드는 과정에서 철학자의 주장보다 문제의식이 주는 긴장감에 전율하는 경험을 사랑한다. 오늘도 삶의 철학자로 거듭나기 위해 일상에서 비상하는 상상력을 배우며 격전의 현장에서 현실을 매개로 진실을 캐내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아이러니스트』 『부자의 1원칙, 몸에 투자하라』 『책 쓰기는 애쓰기다』 『유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한다』 『유영만의 파란 문장 엽서집』 『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 『한 줄의 글이 위로가 된다면』 『독서의 발견』 『지식생태학』 『나무는 나무라지 않는다』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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