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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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김용현 칼럼니스트] 매일 정확한 시간에 산책을 해서 동네 사람들이 그 시간에 시계를 맞추곤 했다던 철학자. 이 한 줄로도 대략 누구인지 맞출 정도로 유명한 칸트. 정작 그가 철학자로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철학(인식론)을 다룬 <순수이성 비판>, 윤리학을 다룬 <실천이성 비판>, 미학을 다룬 <판단력 비판> 걸작 3종 세트로 전 세계에 유명해졌지만, 정작 이 책을 모두 읽어 본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는 당시 유럽 철학의 양대 산맥인 영국의 경험주의와 대륙의 합리주의를 통합했다는 어마 무시한 철학자였다. 아이러니한 것은 당시 여러 갈래로 나뉘었던 철학 이론들을 이렇게 양대 학파로 구분 짓고 평정한 사람이 바로 칸트였다는 사실. 이를테면, 당시 영국의 철학자들도 각자 자신이 고유한 학파라고 주장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후대의 학자들은 서양철학을 칸트 이전과 이후로 나누기도 한다.

이런 세계적인 철학자였음에도 평생 자신의 고향 쾨니히스베르크 반경 150Km를 한 번도 벗어나지 않았다. 그곳에서 태어나 고향의 대학교에서 교수로 글을 쓰고 가르치며 80세에 독신으로 생을 마쳤다. 참고로 칸트가 살던 고향은 향후 독일이 되는 프로이센 왕국의 도시였는데, 2차대전 이후에 러시아에 편입되면서 지금은 칼리닌 그라드로 명칭이 바뀌었다. 결국 칸트의 유적지를 보려면 러시아에 가야 하는 셈.

한 평생 철학이라는 한 우물을 팠을듯하지만, 예상외로 거의 모든 학문에 박학다식했다. 젊은 대학 강사 시절에는 수학과 과학, 지리학, 정치학 등 다양한 과목을 가르쳤는데, 재미있는 일타강사로 소문이 나서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집에만 틀어박혀 연구하는 깐깐한 학자의 이미지가 떠오르겠지만, 지인들과 당구도 즐겨 하는 사교적인 사람이었다. 물론 독일인임에도 맥주보다 와인을 즐겨 마신 일관성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그처럼 다양한 사상과 지식의 토대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큰 역사적 업적이 나왔을까 싶다. 실제로 교수가 되기 전인 강사 시절(이미 그때도 엄청나게 많은 책을 읽고 논문을 썼다고 한다) 대학생들에게 가장 수강신청이 높았던 과목은 아이러니하게 평생 고향을 떠나지 않았음에도 지리학이었다. 왜냐하면 그의 인문학적 성찰과 과학적 식견이 지리학에 고스란히 녹아들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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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픽사베이] 칼리닌그라드

만약 그가 철학이라는 한 우물만 팠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나의 좁은 생각을 전제로 해봤을 때, 아마도 당시에 유행하던 어느 학파의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 내는 것에 그쳤을듯싶다. 이쯤에서 커리어와 한 번 연관 지어 생각해 보자. 커리어라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 커리어를 깊이 파들어 가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다양한 커리어를 통한 경험에서 우리는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다.

현재 자기가 속한 조직이나 자기가 하는 일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전과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을 꿈꾼다. 직장인이라면 회사나 직무를 바꾸거나, 자신이 꿈꾸는 사업을 시작하는 창업을 고민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지나온 자신의 역사를 부정하곤 한다. 다르게 말하자면 이제껏 내가 해 온 일은 내 인생에서 지워야 할 시간 낭비의 흔적으로 여긴다.

그렇다 보니 지금과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새로 태어나는 삶으로 다시 시작하는 인생을 기대한다. 이미 지나간 삶에 대한 보상을 받으려는 것처럼. 하지만, 커리어(Career)의 어원이 라틴어의 마차(Carrus)와 도로(Carraria)에서 유래한 것도 내가 지나온 길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것도 결국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기 위함이 아닌가.

그렇다면 현재 내가 걷고 있는 길은 나중에 어떻게 보일까? 당연히 뒤돌아보면 지나온 길로 보일 것이다. 거꾸로 보자면 미래의 경력이 되는 길이 바로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길인 셈이다. 이렇듯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어떻게 보느냐의 관점을 다룬 이론 중에 목표 지향 이론(Goal Orientation Theory)이 있다. 최근에는 교육학 분야에서 학습에 보다 구체적인 성취목표 이론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이론의 핵심은 사람마다 추구하는 목표의 특성이 다르므로, 그에 따라 동기부여되는 행동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어떤 목표를 정하느냐에 따라 그 행동도 바뀐다는 게 핵심이다. 여기에서 목표는 숙달 목표(learning goal)와 수행 목표(performance goal) 2가지로 나뉜다. 숙달 목표는 번역 과정에서 학습목표라고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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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달 목표는 학습과제 자체를 마스터함으로써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을 습득하고 능력을 높이며 도전적인 과제를 성취하는 데 주안을 둔다. 그래서, 과제의 숙달과 이해의 증진은 과제 그 자체에 초점을 둔 목표로 자신의 유능감 향상에 관심을 갖는다. 다른 사람의 시각과는 상관없이 스스로 얼마나 도전하고 성장하느냐의 관점이다.

반면, 수행 목표는 자기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능력이 더 높다는 것을 과시하려고 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이 낮다고 인식하는 것을 회피하는 데 주안을 둔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능력을 타인과 비교에 초점을 둠으로써 자신의 능력이 타인에게 어떻게 평가받는가에 관심을 갖는다.

위의 이론을 경력개발에 한 번 적용해 보자. 나의 일을 내가 주도적으로 미래를 향해 만들어 가는 길로 보는가, 아니면 타인이 보기에 성공했는지의 길로 보는가. 나의 삶을 다른 사람의 기준으로 보게 되면, 내 삶의 주인은 더 이상 내가 아니다. 다른 사람이 원하는 방식에 따라서 평생을 끌려다니는 삶이 된다. 타인보다 우월한 삶을 살고 싶었지만, 결과적으로 그 목표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도달하기 어렵다.

지금 내가 만족하지 못하거나 새롭게 도전하고자 하는 일은 주도적인 숙달 목표와 수동적인 수행 목표 중에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 한 번 생각해 보자. 평생을 자신만의 기준으로 살았던 칸트를 떠올려 보면서 내 삶과 내 일의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 돌아보자. 필요하다면 그것을 한 줄의 글로 표현해 보면 어떨까? '개인과 조직의 함께 성장을 돕겠다'라는 나의 목표는 아직도 변함이 없는지 이참에 나도 함께 돌아볼 일이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김용현 칼럼니스트는 1인 기업 자기설계연구소 대표이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에서 20년간 IT개발과 HRD 직무를 수행했고, 현재는 리더십 강의와 커리어 코칭을 통해 개인과 조직이 함께 성장하는 일을 돕고 있다. 저서로 <나는 인정받는 팀장이고 싶다>, <반퇴시대 나침반>, <반도체 전공면접 한번에 통과하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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