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안상현 기자] 삼각산은 북한산의 별칭으로 백운대(白雲臺, 835.6m), 인수봉(人壽峰, 811.1m), 만경대(萬鏡臺, 800.6m)의 세 봉우리가 있어서 불리게 된 이름이다. 그 산 아래 강북구 수유동에 재미난마을이 있고, 그 중심엔 재미난학교가 자리하고 있다.

삼각산재미난학교는 2004년 3월 1일 미인가 대안학교로 개교하여, 2023년 2월 15일 서울특별시교육청 대안교육기관으로 등록한 초·중등 대안교육기관이다. ‘따뜻한 돌봄과 자유로운 배움이 일어나는 마을 속 학교공동체’ 교육철학을 지향하며, 서로 돌보고 함께 배우며 더불어 성장해가는 학교·마을공동체다.

이 학교의 학부모와 교사는 별명으로 불린다. 자유로운 사고를 위해 어른에게는 별명을, 학생에게는 이름을 부른다. 오늘 만나볼 주인공인 삼각산재미난학교 장세은 교사도 ‘하늬’라는 별명을 불린다.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삼각산재미난학교에서 16년째 일하고 있는 교사 하늬입니다. 처음에는 장애아동과 장애-비장에 통합을 지원하는 통합지원교사로 일했는데, 지금은 학년 담임을 하는 생활교사로 일하고 있고 현재 3학년 아이들과 함께 지냅니다. 하늬는 ‘서쪽에서 부는 바람’인 하늬바람에서 따 왔는데요, 바람 같은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 하늬라고 별명을 지었습니다.

Q.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삼각산재미난학교 교사가 되었는지요?

저는 대학을 졸업한 후 바로 삼각산재미난학교에 들어왔어요. 대학생 때 새터민 관련 활동을 했었는데, 거기서 새터민들이 다니는 대안학교를 처음으로 접했어요. 그리고 다른 대안학교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전공이 특수교육이라 장애 아동에게는 통합교육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는데, 대안학교를 접하면서 통합교육을 펼치기에 가장 이상적인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안학교를 알아보던 중, 통합교육을 하고 있으나 통합지원교사가 없어 처음으로 통합지원교사를 뽑는 삼각산재미난학교에 첫 통합지원교사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Q. 16년간 대안학교 교사로 지내온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대안학교 교사는 의미 있는 직업이지만 또 매우 힘든 직업이기도 합니다. 업무하는 시간 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대안학교 교사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안학교 교사로 오랫동안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 직업이 내 삶과 연결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하게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직업이라고만 생각했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하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내가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곳으로 삼각산재미난학교를 선택했기에 오랫동안 있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최선을 다해 일을 하지만, 모든 힘을 여기에 쏟지 않아야 합니다. 내 삶이 여유 있고 즐거운 일로 가득해야, 계속 해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취미 활동도 다양하게 하고 여행도 다니고 봉사 활동도 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여유롭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습니다.

Q. 삼각산재미난학교 교사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삼각산재미난학교에서 꽤 오랜 시간을 일했기 때문에 삼각산재미난학교의 교사로 살아간다는 것을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가 삼각산재미난학교의 교사로써 성장하면서, 그리고 나이를 먹어가고, 새로운 것을 경험할 때마다 조금씩 바뀌는 것 같습니다.

처음 학교에 들어왔을 때는 이전에는 겪어보지 않았던 새로운 곳에서 좀 더 특별한 삶을 살아간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이 일상이 되었으니까요. 지금은 좀 더 삶다운 삶을 살아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을에서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고, 어린이들에게 해야 할 것 보다는 하고 싶은 것을 하며 행복을 느끼게 하고, 부모와 학생과 교사가 서로 존중하는 삶. 사실 당연해야 하는 삶인데 그렇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삼각산재미난학교 교사로 살아가는 것은 좀 더 이상적이고, 좀 더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Q. 교사로 생활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많은 에피소드가 있겠지만, 코로나 첫 해에 교실 수업인원 제한으로 모두가 한 번에 모일 수 없었는데, 함께 마음을 모으기 위해 여러 활동을 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6학년 학생들과 멋진 졸업여행을 가고 싶었는데 갈 수가 없어서 랜선 여행하는 기분으로 ‘80일간의 세계일주’를 같이 읽고, 각자 파트를 나누어 ‘100일간의 세계일주’라는 소설도 만들고, 목판화로 삽화도 만들고, 스토리에 맞게 부루마불 게임도 만들었습니다. 전혀 여행을 갈 수 없는 상황이라, 여행 영화도 함께 보며 오히려 더 여행을 테마로 활동을 많이 했어요.

밀키트로 요리를 만들고 팝콘을 먹으며 각자의 집에서 같은 시간에 같은 영화를 본 뒤 온라인에서 만나서 후기를 나누는 시간도 재미있었습니다. 아이들의 관계,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교라 학교에 함께 등교하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는데, 온라인에서도 함께 소통하고 관계 맺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Q. 학생들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다면?

아이들과 함께 정한 교육과정임에도 저는 가끔 ‘진도’에 쫓기는 경험을 합니다. 이번 학기에 배우기로 한 것이 있으면 시간이 빠듯하더라도 계획한 진도를 끝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러 사정으로 계획과 실제 상황이 달라질 수 있지만 아이들과 정한 교과 내용을 다 끝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함께 준비하고 함께 진행하는 과정 뿐 아니라 계획한 것을 잘 마무리해 내는 결과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과정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고 결과를 통해 성취감을 맛봅니다. 즐겁게 했지만 남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공허한 배움이 될 뿐입니다. 그래서 학기 초 수업을 시작할 때 수업마다 개별 목표를 각자 정한 뒤, 학기말에 그 목표를 얼마나 잘 성취 했나 확인해보는 평가 시간을 가집니다.

물론 그 평가는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노력하고 그에 따른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매우 중요한 교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다가 어려워서 중간에 그만두고 싶을 때 적절한 동기를 부여하고 도움을 주어 잘 끝내게 만들고, 자신이 이루어낸 성과를 아이들이 확인하게 하여 스스로 성장을 확인하게 하는 것.

잘 했다고 칭찬해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자신의 결과를 보며 얼마나 많이 성장했는지 스스로 깨닫습니다. 친구와 비교할 필요도 없습니다. 내 목표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고, 얼마나 성장했는지 아이들 스스로 잘 알기 때문입니다. 자유롭고 즐거운 배움이 결과로도 만족스럽게 나타나, 앞으로 이어질 배움에 새로운 동기가 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배움의 중요한 가치입니다.

Q. 교사로 생활하면서 후회되는 점이 있다면? 그때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하나도 없어요’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네요. 처음 교사를 시작했을 때는 대학에서 배운 것과 실제는 다르니까, 그리고 대학에서는 특수교육을 배우는데 삼각산재미난학교에서는 통합교육 위주로 진행해야 하니까 미숙한 점이 많았던 것 같아요.

아이들과 함께 교육내용을 구성하는 학교 교육과정의 특성상, 살면서 쌓은 다양한 경험들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되는데 그 때는 지금만큼의 경험도 없었구요. 지금 그 때로 돌아간다면 그 때보다 훨씬 잘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 때가 가장 열정이 넘치고, 생기가 있었겠죠?

그래서 지금의 경험을 가지고 그 때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면 아마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교사로 생활한 모든 순간이 완벽하진 않았지만,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거든요.

Q. 삼각산재미난학교의 교육철학은 무엇인가요?

삼각산재미난학교의 교육철학은 ‘따뜻한 돌봄과 자유로운 배움이 일어나는 마을 속 학교 공동체’입니다. 따뜻한 돌봄은 교사가 학생에게 주는 돌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모두에게 주는 돌봄을 의미합니다. 교사, 학생, 부모가 서로를 따뜻하게 돌보는 것이죠. 그래서 이 공간에서는 모두가 따뜻하게 돌봄을 받으며 지냅니다. 모두가 모두의 아이를 키우고, 어른도 그 안에서 성장하는 곳이지요.

자유로운 배움은 ‘아이들의 배움은 자발적인 동기가 있을 때 그 의미가 있다’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아이들은 매 학기 초 자신들이 배울 내용을 스스로 선택합니다. 축구나 놀이 같은 재미있는 활동을 선택하기도 하고, 제도권 학교에서 배우는 기성교과들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교사가 짜 왔을 법한 평범한 시간표가 결정되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원하는 것을 선택해서 배운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큰 동기가 됩니다. 그래서 우리학교 아이들은 수업을 즐거워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삼각산재미난학교는 삼각산재미난마을이라는 마을공동체 속에 포함되어 있는데, 마을이라는 개념은 따뜻한 돌봄과 자유로운 배움의 확장입니다. 또한, 학교 밖을 벗어나도 안전하게 돌봄을 받을 수 있고, 즐겁게 배울 수 있는 공간입니다. 특히 마을은 어른에게도 즐거움과 배움의 공간으로 큰 역할을 합니다. 그 부모님들이 다시 아이들에게 더 큰 마을이 되어 주십니다.

Q. 삼각산재미난학교 입학을 고민하는 부모에게 꼭 해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저는 삼각산재미난학교에 입학하시는 모든 부모님께 존경과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저는 여기서 오랜 기간 일했기에 학교의 매력을 알고, 학교에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또 시간이 지나면 이겨낼 것을 믿지만, 처음 오시는 분들은 경험도 없이 아이를 입학시키시기 때문입니다.

삼각산재미난학교는 아이만 다니는 곳이 아닙니다. 마을에서 따뜻한 돌봄과 자유로운 배움을 느끼고 싶은 부모님이 함께 하는 곳입니다. 부모와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커 가는 곳이 삼각산재미난학교입니다.

아이가 자기가 뭘 배우고 싶은지 알고 스스로 탐구하며 기쁨을 느끼고, 친구들과 깊은 관계를 맺으며 성장하고, 그 아이의 성장을 아이의 부모 뿐 아니라 학교의 구성원 모두가 함께 축하해주고 기뻐해 줄 수 있는 곳이 삼각산재미난학교입니다. 부모도 마음 맞는 사람들을 만나 함께 공부하고 함께 즐겁게 지내며 관계를 쌓아가는 곳이 삼각산재미난학교입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삼각산재미난학교에서는 매학기말 어린이 상담과 부모 상담이 진행됩니다.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당장 얼마 남지 않은 학기말 상담을 잘 마치고, 마무리잔치에서 아이들과 공연도 잘 하고, 겨울여행을 안전하고 즐겁게 잘 다녀오는 것이 계획입니다.

그리고 겨울방학 때는 즐거운 휴가 기간도 가져야겠죠?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에게도 그 행복이 전해지니까요. 가능하다면 또 새로운 것들을 경험해보려고 합니다. 교사의 다양한 경험들이 아이들과 함께 수업 구성을 할 때 큰 도움이 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