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네이버영화 "리멤버 타이탄" 포스터]
[사진출처=네이버영화 "리멤버 타이탄" 포스터]

[한국강사신문 양흥열 칼럼니스트] K리그(대한민국 프로축구)에서 가장 오래된 라이벌 팀인 포항스틸러스와 울산HD FC가 외부 정치 상황 때문에 강제로 한 팀으로 통합되었다고 상상해 보자. 아마도 선수들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팬들까지 극심한 혼란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이런 황당한 상황에서 통합된 팀을 맡은 감독은 어떻게 선수들을 One-Team으로 융화시켜 명문구단의 전통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미국에서 흑백 갈등이 큰 사회적 이슈가 되어 흑인은 백인의 레스토랑에 발도 들여놓지 못하던 1970년대, 정부 방침에 따라 인근의 흑인 학교와 백인 학교가 강제로 통합되었다. 따라서 각각 운영되던 미식축구팀이 갑자기 한 팀으로 재편되면서 흑백 선수들 간의 갈등이 심하였다. 같은 팀이 되었음에도 흑인과 백인 선수들 간에는 패스조차 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서로 협력하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수였던 것이다. 당신이 이 팀의 감독을 맡는다면 어떻게 선수들이 하나의 팀으로 뭉칠 수 있게 할 것인가?

그룹 계열사 임원으로 처음 부임했을 때 직원들 간의 소통 활성화 이슈로 고민이 많았다. 이 회사는 매우 빠른 속도로 사업이 확장되면서 직원 수가 2년 사이에 2배 이상 증가한 상황이었다.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이다 보니 협업을 통한 시너지 발휘가 쉽지 않았다. 

이런 고민을 하던 중에 우연히 “리멤버 타이탄” 이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바로 위에서 언급한 강제로 통합된 미식축구팀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이다. 이 때 흑인 감독(댄젤 워싱턴 분)은 우선 백인 코치(윌 패튼 분)를 설득하면서 서로의 진정성을 확인하고 힘을 합치게 된다. 감독과 코치가 온갖 비난과 반발을 무릅쓰고 서로에 대한 불신과 분노로 분열된 선수들을 하나의 팀으로 만들어가면서 다이나믹한 승리의 팀으로 변모시킨다. 이후 13연승으로 주 챔피언 등극 및 전국대회 2위의 성적을 기록하면서 선수들뿐 아니라 지역의 흑백 주민들을 하나로 연결해 주는 위대한 성과를 이뤄낸다. 

흑백 선수들이 서로 소통하도록 감독이 취한 첫 번째 조치는 “흑인과 백인 선수들이 면대면 대화를 통해 서로에 대해 파악한 내용을 감독에게 리포팅하라” 는 지시였다. 그러면서 “이 지시를 따르지 않는 선수는 경기 출전에서 제외하겠다”라고 선언하였다. 처음에는 죽기보다 싫은 일 이었지만, 선수생활을 계속하기 위해 억지로 대화를 이어가면서 서로가 ‘생각보다 괜찮은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되었다.

영화에서는 몇 장면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순간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 방식을 적용해 봐야겠다고 결심하고, 이 활동을 <소통의 리포트> 라고 명명하였다. 우선 내가 맡고 있는 조직을 대상으로 운영 취지를 설명하고 시행해 보았다. 직원들에게 2주 이내에 모든 부서원과 1:1 면대면 대화를 통해 파악한 내용과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정리해서 나에게 리포팅하도록 했고, 내가 직접 개인별 종합파일을 만들어서 개인별로 피드백을 해주었다. 

피드백의 주 내용은 다른 직원들이 자신에게 해주는 이야기들이었는데, 개인별로 내용을 종합해 보고는 깜짝 놀랐다. 조금은 서운한 이야기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정말 지침을 준 것도 아닌데 피드백 내용들이 상대방에 대한 좋은 인상, 발견한 강점, 감사와 기대감 표현 등 100%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해주는 이야기들이었다. 그 이후 이 피드백을 받아본 직원들이 조직에 애착을 가지고 서로 도와주려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뿌듯해짐을 느꼈다.

반기에 한 번씩 이 소통의 리포트 활동을 진행하였고, 신입사원 교육 시 필수 프로그램으로 운영하였다. 신입사원 교육 수료식 때 어느 신입사원으로부터 “소통의 리포트가 동기들 간 유대강화의 촉진제가 되었다”라는 피드백을 듣고, 모든 부서에서 이 활동을 하도록 전파하였다. 

그런데 어떤 일을 하든 꼼수를 쓰는 사람들이 있듯이 이 소통의 리포트가 100% 내 의도대로 진행되지는 않았다. 어느 날 한 직원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는데, 자기 자신을 소개하면서 똑같이 회신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아마도 직원들을 직접 만나서 대화하기가 번거로워서 그 방법을 쓴 것인데, 잘못해서 나에게까지 이메일을 보낸 것이다. 그 순간 괘씸한 생각이 들었지만, 내색을 하지 않고 왜 이 직원이 이런 방법을 썼을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는 면대면 대화가 진정한 소통방식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당시 사내 단톡방, 문자메세지 등을 즐겨 쓰고 있던 직원들은 이메일이나 문자로 소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모르는 체하고 넘어갔는데, 지금 생각해 봐도 적절한 대응이었다고 생각한다.

공감 재능을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인생이나 상황에 자신을 이입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잘 느낄 수 있다. 따라서 감정단어 정리, 감정 표현 연습, 명상 등 공감 재능 강화 노력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더욱 강력한 강점으로 발전시킴으로써 더욱 원활한 소통을 실천해 나갈 수 있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양흥열 칼럼니스트는 한국코치협회와 국제코칭연맹의 인증전문코치이다.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POSTECH Techno-MBA 석사과정을 졸업하였고, 갤럽인증 강점코칭, 코칭슈퍼비전 전문가, 임파워링코칭 FT, 스포츠멘탈코칭 전문가 1급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 인사팀장‧혁신기획그룹장‧글로벌 HR그룹장‧홍보실장‧경영지원본부장 등과 포항스틸러스 사장을 역임한 다양한 근무경력, 인적 네트워크 및 코칭 전문성으로, 현재는 리더십과 성과향상 위주의 비즈니스 코칭, 프로 축구단과 여자 탁구단 대상의 스포츠 멘탈코칭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비즈니스 코치이자 강점 코치이며, 스포츠멘탈 코치”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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