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박혜숙 칼럼니스트] 국제코칭연맹(ICF)의 코칭 핵심 역량 5번째는 프레즌스를 유지한다(Maintains Presence)이다. 5번 역량의 실행지침 중 5-6은 침묵, 멈춤, 성찰을 위한 공간을 만들거나 허용한다.(Creates or allows space for silence, pause or reflection)에 대해 생각해 보려 한다.

여러분은 ‘성찰을 위한 공간’을 어떻게 만드나요? 인간이 현재의 상태에서 벗어나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한 니체는 ‘모든 것이 오랫동안 걷는 길 위에서 떠올랐다.’라고 하며,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사유와 존재의 의미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성찰의 공간을 마련하는 데 걷기(산책)도, 책도, 코칭도 만남도 유익하다. 특기 걷기는 혼자 침묵 속에서 길을 따라 한발 한발 내디디며 호흡에 집중할 수 있다. 들숨과 날숨을 동해 코끝에에서 느껴지는 공기를 알아차릴 때쯤이면 공간이 느껴질 것이다.

공간을 확장하기 위해 걷기의 목적지까지 가는 여정에서 자신의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나의 입장에서 지각하고 해석하며 반응한 것들을 회상하고, 돌아오는 길에서는 상대의 입장에서 성찰하면 의식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난 일요일 아침, 아침 명상을 하고 차를 준비하여 컴퓨터 앞에 앉았다. ZOOM을 이용하여 시즌 2  ‘세계 철학사’ 스터디 모임을 시작하는 첫날이었다. 2시간의 스터디가 마칠 때까지 혼자 생활하고 있는 지인이 접속하지 않아 궁금한 마음에 톡으로 안부를 확인하고, 오전에 결혼식장에서 만났다.

새 가정을 이루어 새롭게 인생 2 막을 시작하는 선남선녀를 축하 한 후, 우리는 좀 더 함께하는 시간을 갖고자 했으나 오후에 또 다른 결혼식이 있어 자동차로 이동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인과는 10년 전 대학원 선후배로 만나 ‘멘토 코치’를 하며 지금까지 이어온 인연이라 편안하게 느끼는 관계였다.

며칠 전 zoom 미팅 시에 서운한 마음이 일어났다고 말하자, 그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해 달라고 하여 난 말문을 열었다. 나의 서운함이 다 표현되기도 전에 지인은 큰 소리로 자신의 입장을 거세게 표현했다. 순간 당황스러웠다.

생각의 언어로는 말하라고 했지만, 마음의 공간이 없어 내 이야기를 담을 공간이 없나 보다 생각되었다. 다 쏟아내고 공간이 생길 동안 난 기다렸다. 그러나 그 과정에 대화의 이슈와 관계없는 과거의 이야기들이 표출되었고, 그 마음속에는 뜨거운 것이 가득 차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코치에게 중요한 스킬 중 하나가 경청임을 알면서도, 마치 마음속에 새겨진 뜨거운 별을 다 헤지 못하고 날이 밝을까 걱정이라도 하듯, 그렇게 뜨거운 마음을 쏟아내고 그 마음이 채 식기도 전에 그렇게 자리를 떠났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윤동주 님의 ‘별 헤는 밤’의 시어가 떠올랐다. 그리울 때마다 추억의 별들을 하나씩 꺼내어 밤하늘로 띄워 보내도 좋을 텐데, 무엇이 그리 바쁜지 그렇게 떠났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눈이 녹아 바다로 흐르듯, 뜨거웠던 마음에도 맑은 물이 흐르리라 생각하며, 나의 성찰을 위한 공간을 키우기 위해 이어령 님의 마지막 저서 ‘마지막 수업’을 펼쳤다.

“이 유리컵을 사람의 몸이라고 가정해 보게나. 컵 은 무언가를 담기 위해 존재하지, 그러니 원칙적으로는 비어 있어야겠지. 빈 컵이 아니면 제구실을 못할 테니 비어 있는 것, 그게 보이드(void) 라네.” (중략) “컵이 깨지면 차갑고 뜨겁던 물은 다 사라지지, 컵도 원래의 흙으로 돌아가는 거야.” 이어령 님은 공간을 보이드로 표현했다.

우리가 지각하는 모든 것들은 ‘옳다, 틀리다.’라고 할 것도 없다. 좋고 싫음도, 즐겁고 괴로움도 내가 살아 있기에 지각하고, 느끼고, 반응하는 것이다. 잠시 멈추어 성찰의 공간을 마련하고 내가 하는 반응들이 온전한 나의 반응인지, ego의 반응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내가 맞다’라는 생각의 틀이 확고하면 할수록 타인의 말은 들리지 않는다. 함께 한다는 것은 타인에게 호기심을 갖고 내 마음의 거울로 그를 비추어 주는 것이다. 상대를 보고 들었다면 궁금한 것은 질문하여 연결하면 된다. 

경청은 말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듣는 것'으로 말속의 뜻과 감정, 욕구와 의도를 맥락적으로 들어야 하는 것이다. 인간은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산다.  관계하는 관계 속에서 상대의 마음을 더 잘 듣고 헤아리기기 위해 먼저 내 마음에 성찰을 위한 공간(space)을 마련하자.

 

#성찰

Q. 오늘 들은 ‘마음의 소리’는 무엇인가요?

Q. 마음의 공간은 어떻게 만드나요?

 

칼런니스트 프로필

박혜숙 칼럼니스트는 개인과 조직이 존재 목적을 발현하고 실현하도록 돕는 Inspiration Creator로, 한국코치협회 슈퍼바이저코치(KSC)와 국제코칭연맹 프로페셔널코치(PCC)이다. 아주대학교대학원 코칭석사, 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 철학(코칭)박사를 취득한 코칭 전문가로, 현재 LCM컨설팅대표, 아주대학교 글로벌경영대학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아주코칭협동조합 이사, 한국코칭문화원 이사, 법무부 보호관찰위원, 한국코치협회 인증심사위원으로 활동한다. 저서로는『미래에게 묻고 삶으로 답하다』(공저)와 자저전 『Miracle Journey』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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