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로우 성우 학원 박희은 성우 인터뷰

[한국강사신문 정헌희 기자] 용인에버랜드의 마스코트 ‘레니’, 애니메이션 구름빵의 ‘울리’, 게임 <리그 오브 히어로즈>의 ‘루실리카’,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자이라’ 등 개성 넘치는 목소리로 캐릭터와 혼연일치한 연기를 보여주는 박희은 성우를 만났다.

박 성우는 2004년 EBS 20기 성우로 시작하여, 2006년 KBS 32기 성우로 재입사했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 KBS <동물의 세계>, 인천국제공항철도 안내 방송 등 다수의 방송 내레이션, 라디오 드라마, 광고 및 홍보, 국가고시 녹음 등을 진행한 바 있다. 현재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서울호서예술실용전문학교(호서예전)과 인플로우 성우학원에서 성우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성우 연기에 진심인 그는 강의 역시 진심이다. 전문성과 열정까지 모두 겸비한 그의 성우로서의 삶과 강사로서의 강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박희은 성우와 인터뷰 중

Q. 성우는 언제부터 어떤 계기 시작하셨는지요?

안녕하세요. 성우 박희은입니다. 대학시절 ‘극예술연구회’라는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하고 프로극단에서도 잠시 연기를 한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MBC 성우로 활동하던 대학 선배가 저의 무대연기나 목소리 등을 듣고는 성우시험을 볼 것을 권유해주었으나, 일본유학을 앞두고 있던 시기여서 그때는 시험을 보지 않았습니다.

일본으로 건너가 어학연수 코스를 밟던 중,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일본인 선생님들이 또렷한 목소리나 딕션 등 전달력이 좋다며 한국어 녹음을 권유해주셨죠. 그 녹음을 하면서 제가 하고 싶은 연기도 하고 목소리도 부각시킬 수 있는 직업인 ‘성우’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성우 시험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에서의 3년 생활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바로 성우 공부를 시작해서 MBC를 3차까지 갔었고, 이후 EBS에 공채성우로 입사, 1년 정도 다니다가 사표를 쓰고 KBS 공채시험을 다시 봐서 합격, 최종 KBS 성우가 됐습니다.

Q. 성우로 활동하시면서 언제 보람을 느끼세요?

저한테는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보람입니다. 대본을 읽고 내용을 파악하고 캐릭터를 분석해서 표현하기까지의 그 과정 자체가 설렘이고 기쁨이예요.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더빙 등과 같은 캐릭터녹음의 경우에는 개성 있고 과장된 표현을 통해 평상시에 느끼지 못하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녹음 된 작품에 대해서 주변에서 좋게 반응해주시면 더할 나위 없는 큰 행복입니다.

[사진출처=박희은]
[사진출처=박희은]

Q. 강의는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는지요?

성우가 된지 10년차 정도 되던 2013년 무렵, 성우 선배의 제안으로 학원에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그때 강의를 하면서 성우로서의 경험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이론의 틀까지 정립해서 좀 더 체계적으로 강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었죠. 이후 녹음도 하고 강의도 하면서 한창 바쁘게 일하던 중 과부하로 인해 심신이 지치고 공황장애까지 오면서 아주 힘든 시기가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좀 쉬다가 이 기회에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공연영상학과에 입학해서 공부를 하고 화술과 발성관련 논문을 쓰고 졸업을 했습니다. 이후 바로 호서예전에서 성우과 특임교수로서 전공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게 되었고 2023년부터는 인플로우 성우학원에서도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Q. 하시는 강의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 호서예전에서는 대학교 전공수업이 세분화되어 있어 저는 <애니메이션 더빙>이라는 커리큘럼으로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더빙 실습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애니메이션 더빙을 하기에 앞서 반드시 이해해야만 하는 연기의 기초, 화술의 이해, 매체와 장르에 따른 화술의 특성과 차이, 발성 훈련, 대본 분석과 캐릭터 파악 등등 이론과 실기를 병행하여 체계적으로 수업을 진행합니다.

인플로우 성우학원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성우의 연기 화술과 전반적인 것에 대해서 수업합니다. 일반적인 드라마 연기, 애니메이션 더빙, 내레이션 등 성우가 하는 활동분야에서의 화술 대부분이 강의 내용에 해당됩니다.

성우 수업 중 한 장면 [사진출처=inflowvoice 인스타그램]
성우 수업 중 한 장면 [사진출처=inflowvoice 인스타그램]
[사진출처=inflowvoice 인스타그램]
[사진출처=inflowvoice 인스타그램]

Q. 박 성우님  강의에 차별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연기 실습에 들어가기 전 화술의 기본 개념이나, 매체별 화술의 특징 등과 같은 반드시 알아야 할 기초적이고 이론적인 것들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자신의 목소리의 특징과 장단점, 말하기 습관 등에 대해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진단하게 함과 더불어 타인의 목소리, 말하기 습관 등도 관찰하게 하면서 듣는 귀가 열릴 수 있도록 합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훈련단계에 들어가면 개인별 수준에 맞춘 피드백과 시연을 하면서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개인의 장점은 부각시키되 문제점들은 개선할 수 있도록 합니다.

애니메이션 연기를 위한 음역대 확장 훈련도 반복하여 발성 능력을 향상시킵니다. 호흡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하면서 공명점을 바꿔가면서 연령대와 성별, 캐릭터에 맞춘 변성이 가능하도록 함과 동시에 애니메이션에 많이 등장하는 극단적인 감정의 표출도 다양한 방법으로 훈련합니다. 학생 한 명 한 명 안 되면 될 때까지 합니다. 수업시간에 해결이 안 되면 과제로 제출합니다.ㅎㅎ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연기의 본질과 기본을 잊지 않도록 늘 상기시켜주는 것입니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인물이 처해 있는 상황과 상대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이고 그것을 왜 말하는지, 인물이 느끼는 감정상태가 어떠한지, 듣는 이가 납득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몰입해서 진실 되게 연기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연기 외적으로 몰입을 방해할 수 있는 요소들을 배제시켜야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위에서 말한 발성능력입니다. 소리에 신경 쓰기 시작하는 순간 제대로 몰입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호흡, 발성, 발음 등의 발성훈련을 지나칠 정도로 많이 강조하는 편입니다.

가르치는 입장에서 저에게 배우고 있는 학생들의 문제점이 개선되고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볼 때 가장 흐뭇합니다. 그런 저에게 한정된 수업시간이 늘 부족하기만 합니다. 열심히 강의하다 보면 한 시간을 훌쩍 넘기기도 하죠. 수업 이외의 시간에도 언제든지 카톡이나 이메일을 통해 학생이 보낸 녹음파일에 대한 피드백을 주면서 연습과정에서 잘못된 방법으로 빠지지 않도록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사진출처=박희은]
[사진출처=박희은]

Q. 탁월한 성우가 되기 위해 필요한 3가지는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성우는 연기자입니다. 뭐니 뭐니 해도 연기력! 연기를 잘 해야죠. 흔히들 ‘성우’하면 목소리가 좋아야 한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좋다는 것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고 취향도 다르듯 좋은 소리만이 꼭 필요한 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배우가 예쁘고 잘생긴 사람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성우도 타 매체 연기자와 똑같이 연기하는데 청각적인 요소, 즉 소리만 전달되는 것이기 때문에 성우에게 있어 절대적인 표현도구라 할 수 있는 자신의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아는 탁월한 발성 능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발성 능력을 통해 필요에 따라 소리를 꺼내 쓰는 거죠. 듣기 좋고 매력적인 소리뿐 아니라,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등에서와 같이 변성을 통해 개성 있고 카리스마 있는 소리도 낼 수 있어야 합니다. 마치 배우가 역할에 따라 분장을 하고 옷을 갈아입듯이 말이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작품을 분석하고 캐릭터를 파악할 줄 아는 지적 능력 또한 갖춰야 합니다. 아무리 연기를 잘하고 발성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본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작품의 내용과 상황, 캐릭터의 성격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작품 안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의 기능을 다할 수 없게 됩니다. 이는 자신의 연기뿐 아니라 상대의 연기, 나아가 작품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정확한 작품(대본) 분석과 캐릭터 파악 능력이 반드시 요구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성우를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앞서 말씀드렸듯이 성우는 연기자입니다. 연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뛰어나야 합니다. 연기라는 것은 작품속의 한 인물이 되어 그 인물의 삶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살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직·간접적인 경험들을 통해 인간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할 줄 알게 된다면 연기를 하는 데 있어 아주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 연극, 뮤지컬, 시나 소설, 희곡, 시나리오 등과 같은 문학작품 등등 닥치는 대로 감상하세요. 그리고 훈련을 통해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 등과 같은 다양한 감정들을 가능한 한 많이 표현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와 더불어 우리의 신체에서 목소리가 어떻게 나오는지 발성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올바른 방법으로 호흡, 발성, 발음 등의 훈련을 통해 음역대를 확장하는 등 발성 능력을 갖추시기 바랍니다. 이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을 추천합니다. 잘못된 방법으로 훈련하다 습관이 잘못 들면 이를 바로 잡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제대로 된 방법으로 알차게 훈련하고 남은 시간은 다양한 작품 감상에 할애하는 것이 오히려 좋습니다.

특히 성우공부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애니메이션 더빙 연기를 보며 무작정 따라하는 것은 가능한 지양해 주길 바랍니다. 애니메이션 더빙은 움직이는 화면의 캐릭터 이미지에 소리를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다소 부자연스러운 억양이 나타나기도 하고 장르의 특성상 비현실적인 캐릭터와 설정이 많아 대부분 일상적이지 않은 과장된 연기가 많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성우의 목소리에 매료되어 무작정 따라하다 소위 말하는 ‘더빙조’가 생긴 채로 학교나 학원에 들어와 내용과 상황에 맞지 않게 모든 연기를 더빙하듯 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되는데, 이러한 더빙조를 제거하기까지는 그것이 생기게 되는데 걸린 시간의 두 세배 이상이 든다는 사실을 명심해 주세요.

Q. 앞으로의 계획이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지금까지는 성우로서 그리고 지망생들을 가르치는 강사로서 저에 대한 PR을 거의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저 저에게 주어진 수업시간에 충실할 뿐이었죠. 제 나름대로 열심히 하니 학생들로부터 강의평가 100점 만점이라는 점수도 2년 연속 받게 되고, 그러면서 자신감과 용기가 생긴 것 같아요. 이제부터는 SNS나 유튜브 채널(성우 박희은)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제 자신의 교수법이나 열정 등을 어필해보고자 합니다.

인플로우 학원에서 특강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지망생으로서 혼자 연습하는데 방법을 잘 모르거나 배우면서 공부를 하고 있어도 좀처럼 실력이 늘지 않는다면 인플로우의 문을 두드려보시기 바랍니다. 그 선택으로 여러분의 하루하루, 나아가 인생이 바뀔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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