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로우 성우 학원 고재균 성우 인터뷰

[한국강사신문 정헌희 기자] KBS <역사기행>, KBS·MBC·SBS <스페셜>, EBS <명의>, EBS <다큐프라임>, <TV, 책을 말하다> 등 다큐멘터리 내레이션 약 400편, SK텔레콤, 삼성전자, 엘지전자 등 홍보 영상 내레이션 약 5,000편, TV광고 내레이션 약 400편 등을 녹음한 ‘내레이션 대가’ 고재균 성우를 만났다.

고 성우는 2000년 1월 KBS 28기 성우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지상파와 뉴스채널에서 ‘OO 스페셜’이라는 작품에 내레이터로 수백 번 참여해서 ‘스페셜 성우’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제2롯데타워 개막식(불꽃놀이)의 내레이션을 맡았고, 특히 우리나라의 박물관, 전시관, 유적지 등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현재는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으며, 인플로우 성우 학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에 ‘성우 100명의 인터뷰’를 연재했고, 유튜브 <아날로고 tv>에 ‘성우 100명의 시낭송’을 올린 바 있다.

25년간 성우의 길을 묵묵히 걸어오며, 내레이션의 새 지평을 연 고 성우의 야기를 들어보았다.

고재균 성우와 인터뷰 중(제2롯데타워 개막식 내레이션 포함)

Q. 성우는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는지요?

대학 졸업을 1년 여 앞두고 제 미래와 직업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그때는 IMF 사태가 터져 다들 힘들어했고 대학 졸업 예정자들도 취직할 곳이 없던 때였어요. ‘앞으로 20년 후 나는 어떤 사람일까? 무슨 일을 하면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하고 고민했었죠. 

그러다 좀 뜬금없는데 성우가 돼서 KBS <병원 24시>와 같은 휴먼 다큐멘터리의 내레이터로 활동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그때부터 고시 공부하듯 정보를 모으고 성우가 되기 위해 전력투구했죠. 그리고 감사하게도 1년 만에 성우가 됐습니다.

<병원 24시>의 내레이터는 김도현 성우입니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선생님 중 한 분이신데요. 성우가 돼서 처음 선생님을 성우실에서 뵀을 때의 감동이 지금도 생생하네요. 김도현 선생님과 같은 내레이터가 되고 싶어서 매일매일 연습하고, 많이 따라 하고, 모니터링 하는 등의 훈련을 했습니다.

Q. 성우로 활동하시면서 언제 보람을 느끼세요?

제가 참여한 작품을 보고 사람들이 좋아하고 인정해 줄 때 보람을 느낍니다. 좋은 작품을 만나 연기를 하고 내레이션을 하면 온 몸에 전율이 올 때가 있어요. 그런 작품을 하고 나면 시청자들뿐만 아니라 경쟁 관계에 있는 동료 성우들도 ‘잘봤다’라는 이야기를 해줍니다. 그럴 때 제가 이 일을 제대로 하고 있구나 하고 느끼고 행복합니다.

저는 일에 있어서는 완벽을 추구하는 스타일입니다. 제 자신을 다그치면서 연습하고 작품에 참여하는데요. 모니터링을 하면서 제 부족함을 찾아내 고치는데 집중하는 게 습관이에요. 그래서 스스로 힘들 때가 많지만, 그것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준 힘입니다.

고재균 성우 저서
고재균 성우 저서

Q. 강의는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는지요?

성우로 활동 하다가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2년간 준비해서 ‘내레이션’을 주제로 졸업 논문을 썼고, 그 논문을 바탕으로 『내레이션(커뮤니케이션북스, 2018)』’이라는 책도 출간했죠. 그 후 연기와 내레이션에 대한 제 경험과 지식을 전하고 싶어서 강의를 시작했어요.

대학에선 제 전공인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쳤고요, 학원에서는 연기를 가르치다가 내레이션 강의를 시작했어요. 연기를 잘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많으니까 제가 내레이션을 가르쳐보면 어떨까하는 제안을 받았어요. 강의를 열고 정말 즐겁게 일했어요.

다큐멘터리, 광고, 홍보 영상을 구해서 더빙해보고 같이 분석하고 교정하는 방식으로 강의를 했는데, 학생들의 반응이 좋아서 행복했습니다.

[사진출처=inflowvoice 인스타그램]
[사진출처=inflowvoice 인스타그램]
인플로우 성우 학원 강사진, 왼쪽부터 고재균 성우, 박희은 성우, 방우호 성우
인플로우 성우 학원 강사진, 왼쪽부터 고재균 성우, 박희은 성우, 방우호 성우

Q. 하시는 강의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하는 수업은 내레이션이에요. 내레이션은 글의 마음을 읽는 작업이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연기자의 읽기이고요. 다큐멘터리, 광고, 홍보, 시 낭송, 오디오 북 등 내레이터가 활동하는 영역은 광활합니다.

내레이터는 주관적 해석과 객관적 표현 사이에서 고민하는 존재인데요, 내레이션은 누구나 조금만 배우면 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잘하는 건 어렵고 뛰어나게 잘하는 건 정말 힘들죠. 절대 평가의 영역이 아니라 기준을 정하기가 쉽지 않은 분야인데요,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어떤 연기에 매료되는 순간이 있듯이 내레이션도 상대방에게 감동을 주고 여운이 남게 할 수 있으면 잘한거에요. 각인까지 시켰다면 훌륭한 내레이터인거고요.

인플로우 성우 학원에서 저는 모든 수강생들에게 ‘좋은 내레이터가 되는 방법’에 대해 강의하고 있어요. 강사로서 저의 역할은 잘한다는 것의 기준을 정해주기보다는 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피드백을 해주는 겁니다.

요즘은 채널이 많아지면서 개인 유튜브나 오디오북, 시 낭송 등에 관심을 갖는 분들도 많이 늘었어요. 내레이션을 혼자 연습하고 해보면서 재미를 느끼시는 분들도 많아졌고요. 그래서 인플로우 성우 학원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도 기획 중에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 '아날로고 tv-소담'
유튜브 채널 '아날로고 tv-소담'

Q. 고 성우님 강의에 차별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한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어요. 성우가 되고 나서 진학한 대학원에서도 방송을 전공했고요. 저는 전공 특성상 책을 읽고 토론 하는 활동이 몸에 배었어요. 제가 학교 다닐 때는 매주 한 번 이상 세미나를 했고 방송이나 신문의 내용에 대한 분석도 많이 했습니다. 그 때는 취직하려고 공부도 열심히 했는데 덕분에 내레이션을 위한 분석과 표현을 다른 사람들보다 좀 잘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지금까지 다큐멘터리, 홍보, 광고 등 약 5,000편 이상 작업을 했어요. 운도 좋았고 노력도 많이 했는데 작업에 참여하면서 쌓은 경험이 제겐 실력이 됐어요. 그래서 이론과 실제 경험이 합쳐진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제가 시범을 보여줄 수 없는 내레이션을 수강생들에게 강요하지 않아요. 제가 보여줄 수 있어야 배우는 사람도 믿고 따라오게 되죠. 수업에서는 빛깔 좋은 내레이션이 아니라 글의 마음을 읽은 내레이션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남이 쓴 글에는 그 사람의 마음이, 의도가 담겨있습니다. 그것을 연기로 읽어내는 것이 내레이션의 기본이에요. 강의는 개개인의 필요와 수준을 고려해서 하는데 방송사나 녹음실에서 최근 입수한 자료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성우 100명의 인터뷰 [사진출처=고재균 블로그]
성우 100명의 인터뷰 [사진출처=고재균 블로그]

Q. 탁월한 성우가 되기 위해 필요한 3가지는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첫째 선천적인 목소리와 듣는 능력입니다. 성우라는 직업군에서 자신의 연기를 각인시킬 수 있는 목소리와 듣는 능력은 좋은 연기자가 되는 필수 요소입니다.

둘째 자신을 객관화하는 노력입니다. 자기 자신을 아끼는 마음 2큰 술, 자기 자신을 평가하고 바로잡으려는 마음 10큰 술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타인을 이해하고 사랑하려는 마음은 연기자가 가져야 하는 기본 덕목이에요. 연기는 생명에 대한 것이고 생명은 아련하고 애틋하잖아요. 또 소중하고요

Q. 성우를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성우가 되고 싶다면 누구든 환영입니다. ‘성우’ 멋진 직업입니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다 보면 힘들 때도 많지만 충분히 도전해 볼 가치가 있고 노력 할수록 얻게 되는 물질적, 정신적 보상이 정말 큽니다. 하지만 성우가 되기 어렵잖아요? 방송사에서 몇 명 뽑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해 덤벼보세요. 후회는 안 남긴다는 마음으로요. 최선을 다하시겠다면 열렬히 응원할게요.

Q. 앞으로의 계획이나,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올해 25년 차 성우가 됐습니다. 올해는 제 목소리를 담는 유튜브 제작을 좀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 그리고 많은 분들을 만나 강의도 열심히 하고, 라디오 드라마나 더빙 연기도 많이 하고 싶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께 행복이 늘 가득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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