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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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오상진 칼럼니스트] “수십 마리로 출발했던 그들은 약속한 듯 수천, 수만, 수십 마리가 되어 초원을 온통 검게 물들인다. 북쪽으로 북쪽으로 걸어 온지 벌써 4달째다. 녀석들은 이제 탄자니아와 케냐의 접경지대인 마라강 앞까지 다 달았다. 마라강 건너가 바로 이들의 최종 목적지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아직 마지막 관문이 남아있다. 강폭이 30m가 넘는 험난한 마라강을 헤엄쳐 건너가야 하는 것이다. 그들이 만들어 내는 검은 파도는 순식간에 강변으로 밀려온다. 거센 물소리가 용기를 꺽지만 이 힘든 여정을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장이 먼저 앞장을 섰다. 그는 물살과 강폭을 가늠해 본다. 선발대 들이 앞에서 주춤하는 사이 뒤편에서는 또 다른 녀석들이 거침없이 몰려들고 있다. 대장은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어 최대한 강폭이 좁을 곳을 찾아본다. 드디어 대장이 용기를 내었다. 하지만 차가운 강물이 몸에 닿자 마자 용기는 쉽게 사그라지고 만다. 무리들은 그저 대장이 먼저 강물로 뛰어들어 주기만을 바라는 눈치다. 세 번째 도전 끝에 대장이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첫 물고가 터지자마자 그들은 걷잡을 수 없는 홍수처럼 뛰어들기 시작한다. 그들은 250만년 동안 피속에 전해 내려오는 본능에 따라 수 천 킬로미터를 이동해 거센 물살에 도전한다.”

이들은 누구일까? 무엇 때문에 목숨을 걸고 이런 대이동을 하는 것일까? 궁금해진다. 이들은 지구상 가장 경이로운 장면을 연출해 낸다는 아프리카 최고의 여행자 “누(Gun)” 들이다. 탄자니아 세렝게티(serengeti) 초원에서 둥지를 틀고 살다가 건기가 시작되는 5-6월 대 이동을 시작한다. 목적지는 케냐의 마사이 마라(Masai Mara)이다. 수백만 마리가 단지 본능에 의해 움직이는 이유는 생존을 위해서 이다.

세렝게티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정도로 중요한 자연의 보고이다. 수많은 동물들이 이곳의 쾌적한 환경과 더불어 살고 있는 것이다. 바로 안락한 안전지대(Comfort Zone)인 셈이다. 하지만 이곳에 건기가 찾아오면 여지없이 목초가 메말라 끼니걱정을 해야 하는 황량한 곳으로 바뀐다. 누떼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다. 물론 몇 개월에 해당하는 긴 이주 여행은 위험과 고난이 가득하다. 특히 마라강을 건너는 과정은 그동안의 피로와 독수리, 악어떼 등의 포식자로 인해 자칫 잘못하면 죽음을 맞이한다. 그러기에 세렝게티의 안락한 안전지대(comfort zone)에 남아 있거나, 중간에 강 건너기를 포기하고 돌아가는 누떼들은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다.

오직 생존을 보장하는 창의지대(creative zone)는 마사이 마라 뿐인 것이다. 그런데 더욱 아이러니 한 것은 어느 누구도 마라강을 선뜻 건너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장 누(Fist Gun)”가 물속으로 뛰어 들어야 비로서 나머지 누떼들도 물속으로 뛰어든다는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경이로운 장면을 연출해 내는 그들의 여정은 진정한 무버(Mover)인 것이다.

※ 참고자료 : 오상진의 『나는 왜 괜찮은 아이디어가 없을까?(비즈니스북스, 2016)』

오상진 칼럼니스트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영감을 주는 크리에이터로서 20여년간 기업, 기관, 대학에서 창의력 및 아이디어 발상법, 혁신 등을 강의해오고 있다. 2014년까지 제일기획에서 HR 디렉터로서 창의적 인재들을 양성하는 일을 해왔고, 현재, 국내 유일의 경영전문대학원대학교인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에서 기업교육전공 PhD과정 주임교수 및 국내최초 HRD관련 전문강사를 양성하는 HRD Instructor MBA 과정 주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창의와 혁신, 아이디어 발상, Trend Sensing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프로젝트와 연구를 진행 중이며, 최근 사용자 중심의 창의적 문제해결 방법인 Design Thinking, Living Lab 관련 프로젝트 및 강의를 진행 중이다. 국내 유수의 기업과 기관들에서 글로벌 시대 직장인들에게 필요한 창의적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있는 그는, 모호할 수 있는 아이디어 발상과 창의력 관점에 대한 이야기를 손에 잡히는 이야기로 위트 있게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저서로는 『아웃 오브 박스』, 『나는 왜 괜찮은 아이디어가 없을까?』, 『生不出好創意 就賺不了錢!』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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