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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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오상진 칼럼니스트]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많이 자신의 과거 경험에 사로잡혀 있다. 나이가 들수록 과거 성공경험에 의존하는 정도는 더욱 심해진다. 개인이건 기업이건 마찬가지이다.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그로인해 성공을 해왔던 사람일수록, 이 현상은 더욱 심해지기 마련이다.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기존의 성공 공식은 못해도 중간은 가지만, 새로운 시도는 잘해야 본전이기 때문이다.

왠지 모르게 그로 인한 정신적, 물질적 투입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변화가 빠르지 않은 시대에는 기존의 성공경험이 통했다. 하지만, 변화와 혁신의 시대에서는 오히려 독이 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에서는 경험이 많은 경영자를 영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폭넓은 경험은 기업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경이 빠르게 변하면 과거의 경험에 의존하는 것이 오히려 위험해진다는 것이다.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Bergson)은 “경험을 통해 터득한 법칙은 그것이 성립되었을 때의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오히려 해가 된다.”라고 지적한다. 어쩌면 지금이 그런 상황일지도 모른다. 실제 많은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신경과학 분야에서는 두 가지 요인을 언급하고 있다. “패턴인식(pattern recognition)”과 “감정태깅(emotional tagging)”이다. 연구에 의하면 이 요소들은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먼저 “패턴인식(pattern recognition)”은 뇌가 정보를 받아서 통합하는 과정을 말한다. 그런데 과거의 경험과 판단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새로운 상황이 주어지면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패턴을 인식하고, 판단한 다음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이다. 상당히 빠르고, 효율적이며, 합리적이 시스템이다. 하지만 때론 자신의 “경험의 덫”에 빠지는 편향을 만들어낸다. 인간의 사고는 늘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감정태깅”은 의사결정을 할 때 사람들의 기억장치 속에 저장된 경험이나 생각들에 감정적인 정보를 갖다 붙이는 것을 말한다. 미국 오리건대 심리학자 “폴슬로빅(Paul Slovic)”은 감정이 여러 형태의 판단이나 의사결정에 정신적 지름길로 작용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감정휴리스틱(affect heuristic)”이라고 명명했다.

사람들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감정에 따라 판단하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판단의 경험에 ”감정의 꼬리표(emotional tag)”가 붙어 추후 비슷한 상황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또 다른 “경험의 덫(experience trap)”인 것이다.

“경험의 덫”으로 무너진 대표적인 기업은 코닥이다. 필름카메라 시장의 성공경험을 고수하다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대처하지 못해 처절하게 무너진 것이다. 핸드폰 시장의 최고 강자였던 노키아의 몰락도 마찬가지 이다. 스마트폰에 대응하지 못한 이유는 바로 그들의 성공경험을 고집했기 때문이다. 비아그라로 큰 수익을 올리던 한국화이자는 한미약품 등 후발주자들이 내놓은 유사 제품으로 고전을 하고 있고, 세계의 많은 항공사 들은 사우스웨스트 항공이나 라이언 에어 같은 저가 항공사로 인해 힘들어 하고 있다.

전통적인 ATL 매체사(TV, 신문, 라디오, 잡지)들은 네이버, 구글, SNS 등 다양한 디지털 매체로 인해 고통 받고 있으며, 아마존, 알리바바, 텐센트, 카카오 등은 유통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PC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가 모바일 시장에서 대패를 한 것도 그들의 성공 경험의 덫에 걸린 셈이다. 많은 회사의 경영자 들이 이러한 시장의 변화를 인지하고 못하고 과거의 방식으로만 대처하려고 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경험의 포로가 된 것이다.

지금까지의 성공이 그들의 눈을 멀게 하고 변화를 가로 막았던 것이다. “창조적 파괴”의 저자 "리터드 포스터(Richard Foster)"는 “오늘날 시장 지배 기업은 내일의 잠재적인 패자”라고 말했다. 그래서 성공은 변화의 가장 큰 적이고, 기업의 세계에서는 성공이 실패의 어머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험의 덫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첫 번째는 기존의 성공모델을 과감히 잊어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환경에서 과거의 성공 경험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훔치고, 베끼고, 창조해야 한다.

두 번째는 오래된 경험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데이터를 보고 의사결정을 하는 분석적 사고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직관적 사고가 필요 없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두 가지를 적절하게 혼용해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방법은 경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잘못된 휴리스틱을 막아줄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오픈마인드와 다양한 사람과의 협업을 통해 다채로운 경험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 일수록 경험의 덫에 빠질 가능성이 크기에 늘 의심하고 열린 시각을 가져야 한다.

※ 참고자료 : 오상진의 『나는 왜 괜찮은 아이디어가 없을까?(비즈니스북스, 2016)』

칼럼니스트 프로필

오상진 칼럼니스트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영감을 주는 크리에이터로서 20여년간 기업, 기관, 대학에서 창의력 및 아이디어 발상법, 혁신 등을 강의해오고 있다. 2014년까지 제일기획에서 HR 디렉터로서 창의적 인재들을 양성하는 일을 해왔고, 현재, 국내 유일의 경영전문대학원대학교인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에서 기업교육전공 PhD과정 주임교수 및 국내최초 HRD관련 전문강사를 양성하는 HRD Instructor MBA 과정 주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창의와 혁신, 아이디어 발상, Trend Sensing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프로젝트와 연구를 진행 중이며, 최근 사용자 중심의 창의적 문제해결 방법인 Design Thinking, Living Lab 관련 프로젝트 및 강의를 진행 중이다. 국내 유수의 기업과 기관들에서 글로벌 시대 직장인들에게 필요한 창의적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있는 그는, 모호할 수 있는 아이디어 발상과 창의력 관점에 대한 이야기를 손에 잡히는 이야기로 위트 있게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저서로는 『아웃 오브 박스』, 『나는 왜 괜찮은 아이디어가 없을까?』, 『生不出好創意 就賺不了錢!』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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