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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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유영만 칼럼니스트] 언어가 틀에 박히면 생각도 틀에 박혀서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생각은 불가능합니다. 타성에 젖은 언어를 반복해서 사용하면 자신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동원하는 언어의 틀에 갇힙니다. 언어적 점성(粘性)이 생겨서 다르게 생각하는 길을 원천 봉쇄당하지요. 언어적 점성이라 함은 귀뚜라미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으레 ‘귀뚤귀뚤’이라는 의성어가 연상되는 현상 같은 것이지요. 언어적 점성이 생기면 웬만한 노력으로는 그 점성을 깨고 다른 언어를 연상할 수 없습니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언어적 점성에서 벗어나 다양한 표현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책상 위에 책이 ( )’라는 문장의 ( ) 안에 들어갈 말을 한번 생각해보세요. 어떤 표현이 떠오르나요? ‘책이 놓여 있다’, ‘책이 누워 있습니다’, ‘책이 쌓여 있다’ 정도를 생각해냈다면 그만큼 수평적 연결망의 다양화가 좁은 사람입니다. ‘책상 위에 책이 춤을 춥니다’, ‘책상 위의 책이 다른 책과 대화를 나눕니다’, ‘책상 위의 책이 침묵과 속삭입니다’와 같이 다양한 분기점을 보이는 것은 방대한 독서의 산물입니다.

풍부한 배경지식 간 연상 기회를 확대하면서 틀에 박힌 표현에서 계속해서 벗어나는 것이죠. 독서를 통해 다양한 언어를 익히고 사고의 깊이와 지평을 심화하고 확산한 결과입니다.

우치다 타츠루의 『소통하는 신체』에 ‘언어의 해상도’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해상도가 좋은 카메라로 사물을 찍으면 사진 이미지가 선명하지요. 반면 해상도가 낮은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형체가 분명하지 않고 뿌옇습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해상도가 높은 글을 읽으면 무엇을 설명하는지 선명하게 이미지가 그려집니다. 인간의 감정도 미적분 하듯이 잘게 쪼개서 구체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 사람은 그만큼 어휘력이 풍부한 사람입니다.

언어적 해상도가 높은 사람은 자신의 생각과 느낌에 상응하는 적확한 단어를 선정해서 구체적으로 기술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어휘력이 짧은 사람은 감정 표현에 동원할 수 있는 단어가 극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 사람이 쓴 글을 봐도 어떤 감정 상태인지를 알 길이 없습니다. 언어의 해상도를 높이는 방법은 여러 분야의 책을 편식 없이 읽고 적확한 개념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아름다운 문장을 많이 만나는 것입니다.

※ 참고자료 : 『아이러니스트: 내 맘 같지 않은 세상에서 나를 지키며 사는 법(EBS BOOKS, 2021)』

칼럼니스트 프로필/ 작품활동

유영만 칼럼니스트는 지식생태학자이자 한양대학교 교수로 활동 중이다. 유 교수는 한양대학교 대학원 교육공학 석사, 플로리다주립대학교 대학원 교육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삶으로 앎을 만드는 과정에서 철학자의 주장보다 문제의식이 주는 긴장감에 전율하는 경험을 사랑한다. 오늘도 삶의 철학자로 거듭나기 위해 일상에서 비상하는 상상력을 배우며 격전의 현장에서 현실을 매개로 진실을 캐내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아이러니스트』 『부자의 1원칙, 몸에 투자하라』 『책 쓰기는 애쓰기다』 『유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한다』 『유영만의 파란 문장 엽서집』 『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 『한 줄의 글이 위로가 된다면』 『독서의 발견』 『지식생태학』 『나무는 나무라지 않는다』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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