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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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김이율 칼럼니스트] 어떤 일을 하기에 앞서 망설이는 사람이 부쩍 많다. 망설이는 이유를 따져보면 원래부터 그 일에 대해 별 의지가 없을 수도 있고 아니면 지나친 계획과 준비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바람에 행동할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사실 의지가 없거나 계획과 준비에만 집착한다는 것은 결국 이 한 가지로 귀결된다. ‘두렵다’이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미래가 두려운 거고 실패가 마주칠 고된 현실이 두려운 거고 비참하게 무너질 실패가 두려운 거다. 그러기 때문에 망설이기만 하다가 끝내는 스르르 뒤로 물러나고 만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뒤로 물러난 후 깨끗이 그 일을 단념하면 그만이지만 두고두고 후회를 하게 된다.

“내가 왜 그랬을까? 그때 할 걸.”

후회도 후회지만 미련도 떨쳐 보내지 못한다.

“난 그 일 아니면 안 되는데 어떡하지? 해야 하고 하고 싶은데….”

후회와 미련은 나날이 커지고 마음은 더 혼란스럽고 심란해진다.

영화 「우리 선희」에서 나오는 장면 하나를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유학 준비를 하던 선희가 추천서를 받기 위해 대학 담당교수를 찾아간 장면이 있다. 벤치에 앉은 둘. 교수 (김상중 분)와 선희 (정유미 분)의 대화인데 대충 이렇다.

“유학가려면 최소 3,4년은 걸릴 텐데 대학원 가려고 그러는 거니? 갖다 오면 서른 하나둘, 너 영화 만들려고 그러는 거 아냐? 만들 거면 만들면서 배우는 게 낫지 않나? …난 말이야. 선희, 네가 지금 힘들어도 끝까지 가봐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 괜히 학교 같은 곳 가면은 사람은 또 시간을 벌겠지 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어. 그렇게 되면 결국은 끝까지 안 가도 된다는 핑계를 만들고 말지.”

“교수님, 저도 이거 꽤 오래 생각하고 결정한 거예요. 포기하고 그러기에는 그 시점이 좀 지난 것 같아요.”

“선희야, 너 같은 경우에는 사람과 부딪치며 뭔가 만드는 걸 힘들어하잖아. 그니까 결과물이 생기지 않아서 지치게 되는 거지. 그런데 사람과 부딪치지 않고 영화를 만들 순 없잖아. 난 네가 자꾸 부딪치고 사람들과 뭔가를 만들려고 하고 그러면서 사람들과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으면 한다. 힘들어도, 그지?”

인생의 시간은 길지만 기회라는 이름으로 주어지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어차피 할 일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하는 게 좋다. 그렇다고 준비도 없이 무턱대고 덤비라는 게 아니다. 한 60% 정도만 준비되었다면 일단 일을 진행하라. 100% 완벽한 준비란 있을 수 없다. 아무리 준비가 철저해도 막상 그 일을 진행하다보면 돌발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두려운 건 다 마찬가지다. 그것을 표현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일 뿐. 어차피 현장에서 겪어봐야 한다. 넘어지고 부딪치고 까이고 쓴맛을 봐야 그 일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고 나의 한계와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 겪어보지 않고 말할 수 없고 피하면 얻을 수 없고 가보지 않고 볼 수 없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김이율 칼럼니스트는 광고회사 ‘제일기획’, ‘코래드’ 에서 카피라이터로 근무했다. 현재는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미래를 읽는 통찰로 책 집필에 전념하고 있으며 더불어 책쓰기 코칭 및 인문학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펴낸 책으로는 『너만 바라보며 언제나 따듯한 봄날이었지』『가슴이 시키는 일』『잘 지내고 있다는 거짓말』『과거에게 먹이를 주지 마라』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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