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정인호 칼럼니스트] 삼성, LG, SK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직급체계 개편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커리어레벨(CL)로 불리는 직급체계를 폐지하고 임원 밑으로 모두 같은 직원이 된다. 자연스레 직급별 기본 연봉 테이블도 사라진다. 호칭 역시 사라지고 모두 이름 뒤에 ‘님’자를 붙이거나 ‘프로’로 부른다.

SK이노베이션역시 임원 이하 일반 직원에 대해 ‘단일 직급’ 체계를 도입한다. 기존 ‘사원-대리-과장-부장’의 직급을 없애고, ‘PM(Professional Manager)’ 직급으로 통일했다. LG전자는 기존은 연구원(사원)-주임(대리)-선임(과장)-책임(차장)-수석(부장)이었지만 연구원-선임-책임으로 바뀌었다. 주임과 선임을 합쳐 선임으로, 책임과 수석을 합쳐 책임으로 통일시켰다. 대기업의 이 같은 직급체계의 변화는 의사결정의 시간을 줄이고 팀원간 수평적 관계를 확립하기 위함이다.

SK텔레콤은 2007년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직급서열을 파괴한 ‘매니저 제도’를 도입했다.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으로 나뉘던 직급을 폐지하고 ‘매니저’라는 호칭으로 바꿨다. 새로운 직급의 변화는 책임감도 향상시키고 업무 효율화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기업별 직급체계는 크게 다르지 않다. 솔직히 그것은 직급이라는 자부심보다는 사회적 역할에 갈증을 느끼며 끼워 넣은 동네 감투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매니저 제도는 다음의 문제를 내포한다. 사원급도 매니저고, 과장급도 매니저다. HR 업무를 하는 사람도 매니저고, 세일즈를 하는 사람도 매니저다. 즉, 맡은 업무에 대한 업의 특성이 없고 직업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는데 한계를 드러낸다.

세계 최고의 유원지를 운영하고 있는 디즈니랜드는 놀이공원 직원들을 ‘캐스트 멤버(cast members)’라고 부르고 엔지니어와 멀티미디어 전문가들을 ‘이매지니어스(imagineers)’라고 부른다. 미국의 대표적인 음식 체인인 서브웨이(subway)는 생산직 근로자들을 ‘샌드위치 아티스트’라고 부른다. 리셉셔니스트를 ‘첫인상 관리자(directors of first impressions)’, PR 직원들을 ‘브랜드 전도사(brand evangelists)’라고 부른다.

이처럼 새롭게 탄생된 맞춤형 직급 덕분에 직원들은 맡은 역할에 자부심과 주인의식을 갖게 된다. 개인별 맞춤형 직급은 외부 사람과 대화할 때도 좋은 이야깃거리가 된다. 상대나 고객이 특이한 직급에 대해 궁금해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를 자세히 설명하면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맞춤형 직급은 더 큰 가치를 제공한다. 런던경영대학원 댄 케이블(Dan Cable)교수는 난치병에 걸린 어린이들을 지원하는 국제적인 재단인 메이크어위시(Make-a-wish Foundation)의 지부 직원들에게 공식적 직책 외에 재미난 직급을 만들도록 했다. 그 결과 처음에는 회의적이었지만 참신하게 직급 덕분에 스스로 직업에 대한 더 큰 의미를 갖게 했고, 본연의 업무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스트레스 수치 또한 낮았으며, 감정적 소진 정도도 덜 느꼈다. 무엇보다 본인이 더 쓸모있는 사람이라고 느꼈으며 자신의 직업에 대해 더 높은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

당장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을 없앨 수 없다면 기존에 쓰던 직함 외에 각자 재미난 직급을 하나씩 더 만들게 하면 어떨까? 예를 들어 재무부장에 ‘금고지기’, 전염병 전문가는 ‘병원균 킬러’, X선 기술자는 ‘뼈 수색대’, 상담사는 ‘감동 전도사’처럼 말이다.

새로운 변화는 저항을 수반한다. 즉, 반대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당장 큰 비용이 발생되는 것이 아니니 각자의 개성에 맞는 직급을 스스로 만들게 하고, 외부 고객에게도 덜 사무적이고 더 전략적으로 비춰진다면 시도해 볼 만하지 않을까?

칼럼니스트 프로필/ 작품활동

[사진출처=GGL리더십그룹]
[사진출처=GGL리더십그룹]

정인호 칼럼니스트는 경영학 박사이자 경영평론가로서 현재 GGL리더십그룹 대표로 있으며, 《한국경제》, 《헤럴드경제》, 《브릿지경제》, 《이코노믹리뷰》, 《KSAM》 등의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국내외 기업을 대상으로 매년 200회 강연을 하고 있으며, 벤처기업 사외 이사 및 스타트업 전문 멘토로도 활동하고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인호의 강토꼴’을 7년째 재능 기부로 운영하고 있으며, 유튜브 《아방그로》 채널을 통해 경영, 리더십, 협상, 예술, 행동심리학 등 통찰력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저서는 《다시 쓰는 경영학》, 《아티스트 인사이트》, 《언택트 심리학》, 《화가의 통찰법》, 《호모 에고이스트》, 《갑을 이기는 을의 협상법》, 《가까운 날들의 사회학》, 《다음은 없다》, 《소크라테스와 협상하라》, 《당신도 몰랐던 행동심리학》, 《협상의 심리학》, 《HRD 컨설팅 인사이트》 등 다수가 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저작권자 © 한국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