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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엄정식 칼럼니스트] 11월 27일 새벽, 누리호 4차 발사가 눈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발사는 민간 기업(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 조립, 운용까지 주도하는 최초의 시도이다.
누리호 4차 발사는 단순히 우주 기술의 연구나 검증을 넘어, 국내 산·학·연이 공들여 개발한 다양한 탑재체를 우주로 실어 나르는 ‘우주 수송’ 시대의 시작이다. 동시에 우리는 누리호 4차 발사가 갖는 우주 안보(space security)의 중요성과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누리호 4차 발사에 탑재된 기술에는 우주 잔해물을 제거와 우주 교통 관리 소프트웨어, 우주 환경과 통신 분석, 고효율 추진 기술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우주 활동의 지속 가능성을 향상시키고 우주 자산의 안전한 활용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우주 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 우주 안보의 관점에서 하나씩 살펴보자.
우주교통관리와 잔해물 감소 기술 확보
우주 안보 기술로는 우주 잔해물 감소 기술이 있다. 국내 기업 우주로테크가 만든 ‘코스믹(COSMIC)’ 위성은 ‘위성 자체 폐기’기술을 검증한다. 이 위성은 3개월이 지나면 위성 내 폐기 장치를 이용해 스스로 속도를 줄이고 궤도를 낮추다가, 지구 대기권으로 내려오면서 대기 중에 타버리도록 설계되었다. 이는 우주 잔해물을 없애기 위한 대응 기술이다.
이 과정에서 우주교통관리 기술도 검증한다. 코스믹은 지구 대기 쪽으로 내려올 때, 다른 위성이나 우주 잔해물과 부딪히지 않도록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움직임을 조정한다. 이는 혼잡해지는 저궤도 환경에서 충돌 위험을 줄이고, 우주 자산의 안전한 운용을 보장하는 우주 안보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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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상황인식과 통신 환경 안정화
안정적인 우주 활동을 위해서는 우주 환경이 위성 운용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누리호의 주탑재 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에는 우주상황인식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탑재체들이 있다. 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개발한 ‘아이엠맵(IM-MAP)’은 우주에 있는 플라스마가 주변 전파나 통신, 위성 궤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측정한다.
한국천문연구원의 우주용 카메라 ‘로키츠(ROKITS)’는 오로라를 촬영하며 태양 활동이 지구의 대기와 통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이처럼 우주 기상(space weather)에 대한 분석은 우주 자산의 손실을 방지하고, 국방 및 민간 통신망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필수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에트리샛’은 우주로 신호를 보내는 기술을 검증한다. 해양센서 부표에서 수집한 해수 온도, 파도 높이 등의 데이터는 에트리샛을 거쳐 지상 수신소로 전달되는데 기후 모니터링은 물론 광범위한 해상에 대한 정밀 감시로 발전할 수 있다.
고효율 추진 기술의 자립
이번 누리호 발사는 이전보다 무거운 위성들을 궤도에 올린다. 따라서 효과적인 궤도 조정을 위해 고효율 연료인 ‘하이드라진'’이 사용된다. 하이드라진은 500㎏ 중대형, 중소형 이상의 위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연료로, 우주 공간에서 강한 추력을 낼 수 있고 효과적인 우주 기동을 할 수 있다.
특히, 해외 지원 없이 국내 연구팀이 하이드라진 연료의 중화 과정을 수행한다는 점은 안보적 함의가 있다. 고성능 추진체의 취급과 운용 기술의 자립은 우리나라가 중대형 이상의 전략적 위성을 설계하고 운용하는 데 있어 기술 주권을 확립하는 것이다. 위성 운용의 안정성과 기동성은 우주 안보의 필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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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와 함께 발사대에 오르지 못한 우주 안보 역량
이처럼 누리호 4차 발사에는 다양한 우주 안보의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으며, 민군 이중용도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누리호 4차 발사는 우리나라 우주 안보를 체계적으로 반영하고 있진 못하다. 누리호는 발사대에 올랐지만, 우주 안보 역량은 그렇지 못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누리호 4차 발사에 우주 안보 기술과 탑재체가 반영되지 못한 점이다. 이번 탑재체 선정에서 탈락한 기술 중에는 우주 사이버 기술을 위한 큐브위성도 있었다. 향후 누리호 발사부터는 탑재체 선정 기준에서 우주 안보 기술과 자산이 반영되어야 한다.
또한 누리호 발사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국방 및 정보 위험 상황과 적대적 위협 상황을 실질적으로 반영하지 못했다. 만약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나 물리적 방해가 시도된다면, 누가 어떤 절차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고 대응할 것인가?
우주 발사의 권한이 목적에 따라 우주항공청과 국방부로 구분된 것처럼 체계를 잡아가고 있지만, 우주 안보 상황에 대한 체계는 없기 때문이다. 우선, 국가우주안보전략서가 수립되어야 하며, 국방·정보 조직과 인력이 향후 누리호 발사에는 다양한 시나리오 대응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
우주 기술과 경제가 발전한 이후에 안보를 챙겨서는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잘못을 범하기 쉽다. 무엇보다 경제 안보가 중요한 우주 개발 환경에서 우주 자산을 보호하고 적대적 행위에 대응할 수 있는 우주 안보 역량을 함께 발전시키지 않는다면, 어렵게 확보한 우주 자산과 경제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국방, 경제, 외교 어느 영역에서도 우주 역량에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그만큼 취약성도 커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엄정식 칼럼니스트는 우주 그리고 우주와 관련된 지구상 활동이 매일 새롭게 만들고 있는 중요한 가치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우주안보 전문가이다.
한양대, 숙명여대, 국립외교원, 국방대학교 등 다양한 곳에서 우주의 국방, 경제, 외교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우주에서 꿈과 비전을 갖도록 공개 강연도 하고 있다. 특히 우주에 대한 다양한 주제와 수많은 정보를 안보적 관점에서 통찰하고 복합적으로 분석하면서, 우리나라 우주안보를 위해 활발히 기여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외교학(안보) 박사를 취득하고, 공군사관학교 군사전략학과에서 교수로서 미래전, 국가안보를 가르치고 있다. 한국우주안보학회 상임이사로도 활동하며 우주 교육과 학술 교류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저서로는 『우주안보의 이해와 트렌드』, 『미래전의 도전과 항공우주산업』(공저), 『우주 전장시대 해양우주력』(공저) 등이 있다.
우주에 진심인 엄 교수는 [엄정식의 우주안보사관학교]라는 네이버 블로그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으며, 우주 공간의 국방, 경제, 외교와 관련된 흥미로운 국내외 이슈를 다룬 [엄정식의 아웅다웅 우주 이야기]라는 칼럼을 연재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