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학교 장교수의 경영미학
[한국강사신문 장기민 칼럼니스트] 도시의 식탁은 어디에서 시작될까. 대형마트 진열대나 온라인 장보기 화면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농촌의 시간과 손끝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농업 법인의 브랜드 전략은 단순한 상품 홍보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먹거리를 대하는 태도를 새로 쓰는 작업에 가깝다. 농업회사법인(유)가온누리는 바로 그 지점에서 눈에 띄는 중소기업이다. 윤은주 대표는 농업 전문 법인의 대표답게 생산과 유통을 넘어 연구개발과 브랜드 구축을 동시에 추진하며, 지역 농업의 미래를 설계해 나가고 있다.
최근 농식품 산업은 네 가지 압력을 동시에 받고 있다. 기후위기와 생산비 상승, 농촌 인구 감소, 유통 구조의 급격한 변화, 그리고 소비자의 까다로워진 눈높이다. 단순히 ‘좋은 농산물’을 재배하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원물의 품질은 기본이고, 가공과 저장, 배송과 판매, 스토리와 디자인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체계로 엮어야 한다. 가온누리는 이 흐름 속에서 생산과 브랜딩을 분리하지 않고, 한 덩어리의 전략으로 바라보는 점이 인상적이다.

브랜딩의 관점에서 보면 농업회사의 미학은 화려함이 아니라 정확함이다. 어디에서, 어떻게 재배되었는지, 어떤 공정을 거쳐 가공·포장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철학을 담아 시장에 나오는지를 투명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가온누리는 품질 관리와 제품 개발에 대한 내부 R&D를 강화하면서, 소비자와 유통 파트너에게 전달되는 언어 역시 차분하게 다듬어 가는 모습이다. 포장과 라벨, 소개 문구, 온라인 콘텐츠 같은 작은 접점들이 하나의 톤으로 정리될 때 비로소 브랜드가 힘을 갖는다.
문화·예술·도시·미학을 강의하는 입장에서 볼 때, 가온누리의 행보는 ‘농업의 이미지’ 자체를 바꾸는 실험이기도 하다. 농업을 더 이상 낙후된 산업이나 힘든 노동의 상징으로만 보지 않고, 정교한 기획과 디자인, 데이터와 기술이 결합된 종합 비즈니스로 바라보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농산물의 원산지와 스토리를 도시의 라이프스타일과 연결해 해석해 내는 작업은, 단순한 상품 설명을 넘어 일종의 문화 콘텐츠에 가깝다.
산업 전반을 보면, 앞으로 두각을 나타낼 농업 법인의 공통점은 비교적 분명하다. 첫째, 생산과 가공의 표준화에 대한 집요함이다. 재배 방식, 수확 시기, 선별·저장·가공 공정이 문서와 데이터로 관리될수록 품질의 흔들림이 줄어든다. 둘째, 로컬리티를 해석하는 능력이다. 특정 지역의 토양과 기후, 재배 역사와 사람들의 삶을 브랜드 스토리로 번역할 수 있는 기업일수록 소비자와의 정서적 거리도 좁혀진다. 셋째, 사회적 가치와 수익 구조를 함께 고민하는 태도다. 친환경, 공정 거래, 지역 상생 같은 키워드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기본값에 가깝다.
이런 기준으로 바라보면, 농업회사법인(유)가온누리는 분명 주목할 만한 위치에 서 있다. 윤은주 대표가 강조하는 연구개발 활동은 단순히 ‘새로운 상품을 하나 더 만드는 일’에 머물지 않는다. 기존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저장성과 안전성을 개선하고, 유통 과정에서의 손실을 줄이는 일 모두가 핵심 전문성을 키우는 R&D다. 여기에 소비자의 취향 변화를 읽어내고, 가정·급식·외식 등 여러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는 형태로 제품을 설계하는 작업까지 더해지면, 농업 법인의 역할은 한층 넓어진다.
한국강사신문의 독자들과 연결되는 지점도 있다. 농업은 더 이상 농촌만의 일이 아니다. 교육 현장에서 다루는 진로·창업·ESG·도시재생 등의 주제와도 긴밀히 맞물려 있다. 가온누리와 같은 기업들의 사례는 학생들에게 ‘농업=전통 산업’이라는 고정관념을 넘어, 기획과 디자인, 경영과 기술이 종합적으로 요구되는 미래 산업의 한 축이라는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 축적되는 데이터와 브랜드 전략, 생산과 마케팅의 사이클은 강의·체험·프로젝트 수업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확장될 여지가 크다.
물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을 것이다. 원자재 가격 변동과 기상 리스크, 인력 수급 문제, 유통 단가 압박 등은 농업 법인이 상시적으로 마주하는 현실이다. 그러나 이런 리스크를 단기 변수로만 보지 않고, 장기적인 구조 개선과 브랜드 체력 강화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면, 가온누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단단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생산성·안전성·지속가능성을 동시에 높이는 방향으로 연구개발을 이어간다면, 그 자체가 이미 강력한 브랜딩이다.
정리하자면, 농업회사법인(유)가온누리는 농업과 브랜딩, 지역성과 미래성을 한 프레임에서 바라보려는 기업이다. 도시의 식탁과 농촌의 시간, 상품의 품질과 기업의 철학을 한 호흡으로 연결하는 시도는 결코 쉽지 않지만, 우리 사회가 꼭 필요로 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나는 미학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이 기업의 다음 행보가 한국 농업의 이미지와 구조를 어떻게 바꾸어 나갈지 계속 지켜볼 생각이다. 조용하지만 단단한 변화는 언제나 이런 곳에서 시작된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장기민 칼럼니스트는 한국외대 도시・미학 지도교수이다. 디자인과 경영학, 경제학을 융합적으로 전공한 도시계획학 박사이다. 경영계획학자, 계획평론가, 도시평론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네이버에서는 장교수로 검색된다. 전액 장학생으로 인하대를 수석 졸업하며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외대에서 경영학을, 인하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한양대와 국민대에서는 디자인을 전공해 디자인 석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에서 Young CEO를 위한 경제학을 강의했고, 한양대학교에서 디자인창업론을 강의한 이력이 있다. 인하대학교에서도 창업에 대한 강의를 했다. 경희대학교에서 학부생들에게 창업학을 강의했다. 현재 서울창업기업원 기업경영관리지원본부를 책임하고 있고, 한국경영환경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국내최초 재무제표 디자이너이다. 매일경제신문, 중부일보, 조세금융신문, 한국강사신문 등의 언론사에 기자이자 칼럼니스트로 소속된 저널리스트이다. 경기도 부천시청과 인천광역시청에서도 기자활동을 했다.
저서로는 『도시의 MBTI』, 『도시는 다 계획이 있구나』, 『도시, 미래를 그리다』, 『모든 비즈니스는 창업이다』, 『하버드씽킹』, 『플랫폼씽킹』, 『10대의 진로를 위한 디자인경제』, 『홍대앞은 왜 홍대를다니지않는사람들로가득할까』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