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Shutterstock.com]
[사진출처=Shutterstock.com]

[한국강사신문 정인호 칼럼니스트] 2017년 8월 초강력 허리케인 하비가 미국을 강타했다. 최고 풍속 210㎞로 미국에 찾아온 12년 만의 가장 강한 허리케인이었다. 위기일 때 영웅이 탄생하는 법, 텍사스에서 뗏목을 타고 이재민을 구하기 위해 트럼프가 등장했다. 사실은 2015년의 사진을 디지털 방식으로 조작한 가짜 이미지였다. 사진 속 트럼프는 구명조끼가 아닌 정장 차림인 데다 대통령이 직접 구조 작업에 뛰어드는 일은 관례에도 없고 상식에도 어긋난다. 이렇게 명백하게 가짜 티가 나는 사진인데도 대중은 진위 여부를 가리지 않았고 사진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가짜뉴스로 사회가 혼란스러운 상황이 속출되고 다수의 사람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 문제는 가짜뉴스가 줄지 않고 오히려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된다는 점이다. 워싱턴포스트는 AI가 생성한 가짜뉴스 기사를 게재하는 웹사이트가 49개에서 600여 개로 10배 이상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연구에 따르면 뉴스 12만6000개를 가짜 또는 진짜 뉴스라 분류한 자료를 바탕으로 가짜뉴스의 전파 속도가 여섯 배가 넘는다고 보고했다. 사람들이 가짜뉴스를 공유하는데 더 적극적이라는 증거다.

그렇다면 왜 이런 가짜뉴스가 판치는 걸까? 무엇보다 가짜뉴스는 접근이 쉽고, 재미와 가십거리를 동반하기 때문에 기억에 생생히 남고, 그렇게 친숙해져 본능적으로 믿게 된다. 한번 보고 넘길 수 있는데 스마트폰의 잦은 사용으로 SNS에서 반복・노출된다.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와 예일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18∼89살 사이 페이스북 사용자 2,476명을 대상으로 ‘습관적 사용자’와 ‘일반적 사용자’로 구분하여 가짜뉴스와 정확한 뉴스를 어떻게 전달하는지 조사했다. 조사결과 일반적 사용자는 6퍼센트의 가짜뉴스를, 습관적 사용자는 38퍼센트의 가짜뉴스를 공유했다.

특히 SNS의 추천과 개인 알고리즘은 피드 개인맞춤을 통해 개인의 관심사를 좁히고 다양한 견해를 제한한다. 특정 링크를 클릭할 때마다 소셜미디어의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우리의 취향과 관심사를 파악해 거기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점점 더 많이 반복・제공한다. AI 알고리즘은 고도로 진화하여 우리가 볼 것을 갈수록 매혹적으로 선정・홍보함으로써 현실을 왜곡하게 만든다.

가짜 동영상이나 헤드라인이 취향을 넘어 자신의 가치관에 맞고 자신의 신념을 확증하는 것일 때 사람들은 그것을 가짜로 인식할 동기가 훅 떨어진다. 사람들은 가짜뉴스 때문에 분노와 스트레스와 불안을 느낄수록 자신의 편향에 의지하고 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입증하는 정보를 쉽게 믿게 된다.

소셜미디어가 토해내는 정보의 홍수는 우리에게 인지 과부하를 일으키고, 인지 과부하는 무의식적 편향이 이성을 압도하는 씨앗이 된다. 가짜와 진실의 차이를 알기도 어렵고 신뢰성 판단을 위한 우리의 인지처리를 믿기도 어렵다. 그럴수록 의사결정 속도를 늦추고, 소셜미디어 피드에서 보는 것을 맹목적으로 믿게 된다.

무엇보다 가짜뉴스는 돈이 된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제목으로 독자들의 구독과 클릭을 유도하여 수수료와 거액의 광고료를 챙긴다. 물론 클릭 수에 따라 광고수입이 좌지우지되는 현실을 완전히 외면할 순 없다. 클릭(구독)이 광고료를 결정하는 현실에서 가짜뉴스의 억제는 묘연하다. 저급한 언론, 편향된 뉴스 생산자일수록 선정적이고 과장된 기사 제목을 띄워서라도 독자의 관심을 끌어모으려는 욕구는 줄어들지 않을 테니 말이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사진출처=GGL리더십그룹]
[사진출처=GGL리더십그룹]

정인호 칼럼니스트는 경영학 박사이자 경영평론가, 협상전문가로서 현재 GGL리더십그룹 대표로 있으며, 《한국경제》, 《헤럴드경제》, 《브릿지경제》, 《이코노믹리뷰》, 《KSAM》 등의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국내외 기업과 기관을 대상으로 2,500회 강연을 했으며, 스타트기업 사내외 이사 및 스타트업 전문 멘토로도 활동하고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인호의 강토꼴’을 8년째 재능 기부로 운영하고 있으며, 유튜브 채널 《아방그로》를 통해 경영, 리더십, 협상, 예술, 행동심리학 등 통찰력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저서로는 《부자의 서재에는 반드시 심리학 책이 놓여 있다》,《다시 쓰는 경영학》, 《아티스트 인사이트》, 《언택트 심리학》, 《화가의 통찰법》, 《호모 에고이스트》, 《갑을 이기는 을의 협상법》, 《가까운 날들의 사회학》, 《다음은 없다》, 《소크라테스와 협상하라》, 《당신도 몰랐던 행동심리학》, 《협상의 심리학》, 《HRD 컨설팅 인사이트》 등 다수가 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저작권자 © 한국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