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iStock]
[사진출처=iStock]

[한국강사신문 정인호 칼럼니스트] ‘탁구 게이트’의 중심에 선 축구 대표팀 미드필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되었고, 이강인을 광고 모델로 쓸 경우 불매 운동을 암시하는 소비자 댓글이 잇달아 달렸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협상에서도 감정을 통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다음의 실험을 통해 검증해보자. 연구자는 한 명의 피실험자에게 10달러를 주었다. 대신 이 돈을 무조건 다른 사람과 나누어야 하는 조건이 붙어 있다. 만약 그 돈을 다른 사람과 나누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지 못하게 된다. 피실험자는 다른 사람과 돈을 나누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다른 사람에게 1달러를 주겠다고 하니 거절당하는 비율이 무려 75퍼센트에 달했다. 사실 1달러라도 그냥 주겠다고 하면 받는 게 이득인데도 말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들이 1달러를 받는 것에 대한 생각보다, 상대방이 9달러를 갖는 것에 대한 생각이 크기 때문에 이 거래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액수를 늘려 3달러를 주겠다고 제안을 해도 60퍼센트가 넘는 사람들이 거절한 반면 돈을 반반씩 나누자는 제안에는 95퍼센트가 동의했다. 이처럼 우리는 자신의 실질적인 이득을 생각하기보다 상대방과 비교를 하면서 비합리적인 판단을 할 때가 많다. 따라서 협상을 할 때는 이러한 상대의 비이성적인 측면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우선 감정적인 지불을 하면서 서서히 태도를 이성적으로 이끄는 것이 좋다.

감정이 상식을 뛰어넘은 실제 사례를 살펴보자. 미국 풋볼리그 슈퍼스타 출신으로 영화배우를 했던 O.J.심슨은 1994년 6월 전 부인인 니콜 브라운과 그의 남자 친구인 로널드 골드먼을 흉기로 무참하게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었다. 그러나 1년 4개월여간에 걸친 치열한 법정 공방 끝에 심슨은 LA 형사배심원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수많은 물증이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왜 무죄를 받았을까? 심슨이 무죄를 받았던 이유는 의외로 아주 단순했다. 배심원들이 대부분 LA 시내에 거주하는 소수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즉 인종적인 요소가 무죄 판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검찰 측 증인으로 나선 형사의 인종차별적인 태도는 배심원들로 하여금 심슨에게 동정심을 갖게 만들었다. 배심원들은 딱딱한 느낌의 검사를 좋아하지 않았고 신뢰하지도 않았다. 결국 검찰 측 주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반면 심슨 변호사 측은 배심원들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갔다. 대표 변호사인 조니 코크란은 다음과 같이 단 한마디로 모든 복잡한 상황을 단순화시켰다. “장갑이 그의 손에 맞지 않으면 그를 풀어주어야 합니다.” 검사가 핵심적인 증거로 제시한 장갑이 심슨의 손에 맞지 않으니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단순한 말이었다. 결국 재판은 심슨의 변호사측 승리로 돌아갔다.

심슨의 사례가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까? 죄를 짓고도 무죄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협상이든 사람의 감정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절대 일방적인 논리만을 밀어붙여서는 안된다. 그러면 합의를 이끌 수 없고 반감만 쌓이게 된다.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거래관계에서 조차 자신을 인간적으로 대해주는 사람을 우선시하겠다고 대답한 비율이 무려 응답자의 90퍼센트에 달했다. 반면 우선시하지 않겠다는 비율은 15퍼센트 밖에 되지 않는다. 이 설문조사는 인간적 관계, 감정적 공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세상의 모든 만물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사람의 본성이다. 사람이란 본래 자기 말에 귀 기울여주고, 감정과 가치를 인정해주고, 의견을 물어주는 사람에게 보답하기 마련이다. 그게 변하지 않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다. 늦긴 했지만 이강인이 런던 찾아 손흥민에게 사과를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나아가 SNS 문자보다는 보다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국민에게 반성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야 한다. 스포츠든 협상이든 사람의 본성이 우선이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사진출처=GGL리더십그룹]
[사진출처=GGL리더십그룹]

정인호 칼럼니스트는 경영학 박사이자 경영평론가, 협상전문가로서 현재 GGL리더십그룹 대표로 있으며, 《한국경제》, 《헤럴드경제》, 《브릿지경제》, 《이코노믹리뷰》, 《KSAM》 등의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국내외 기업과 기관을 대상으로 2,500회 강연을 했으며, 스타트기업 사내외 이사 및 스타트업 전문 멘토로도 활동하고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인호의 강토꼴’을 8년째 재능 기부로 운영하고 있으며, 유튜브 채널 《아방그로》를 통해 경영, 리더십, 협상, 예술, 행동심리학 등 통찰력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저서로는 《부자의 서재에는 반드시 심리학 책이 놓여 있다》,《다시 쓰는 경영학》, 《아티스트 인사이트》, 《언택트 심리학》, 《화가의 통찰법》, 《호모 에고이스트》, 《갑을 이기는 을의 협상법》, 《가까운 날들의 사회학》, 《다음은 없다》, 《소크라테스와 협상하라》, 《당신도 몰랐던 행동심리학》, 《협상의 심리학》, 《HRD 컨설팅 인사이트》 등 다수가 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저작권자 © 한국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