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와 시행착오를 통한 교수자의 전문성 발달 과정
![[사진출처=캔바]](https://cdn.lecturernews.com/news/photo/202511/190503_453578_5640.png)
[한국강사신문 박숙희 칼럼니스트] 10년 전 모 기업 팀장 대상 리더십 교육을 앞두고 한 달간 준비를 했다. 이미 리더십 강의를 많이 하고 있었던 터라 문제 될 게 없었지만, 팀장들이 관련 주제로 워낙 교육을 많이 들어서 웬만해서는 반응이 없을 수 있으니, 좀 더 새로운 내용으로 준비해 달라는 담당자의 요구가 명확했다.
관련 내용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사례를 수집하고 준비하면서 교수설계를 완전히 새롭게 구성했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했는데, 교육 당일, 한 참가자가 질문을 던졌다. “저희 조직 구조에서는 그 방식을 적용하기 어려운데 실제 대응 방안은 무엇입니까?”
8시간의 긴 교육이었고, 다행히 강의 피드백은 좋았지만, 내가 준비한 내용에는 그 맥락에 대한 답이 없었기에 스스로 그날의 강의가 마음에 계속 걸렸다. 몇 년이 지나서야 문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교수자는 모든 게 완벽해야 한다는 완벽주의 자체가 원인이었다.
교수자 상당수는 완벽한 통제를 전문성의 기준으로 삼는다. 모든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하고, 모든 변수를 예측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교육 현장은 딱 정해진 절차가 아니라 상호작용의 과정이다. 따라서 교육기관과 학습자의 배경, 조직 맥락, 학습 동기가 각기 다르다 보니 현장의 변수를 완전히 통제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더 많이 준비하고 요구조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주변에 있는 15년 차 경력의 후배 강사가 나에게 물었다. "경험이 쌓일수록 예측 못 한 상황이 현장에서 더 많이 보입니다. 언제쯤 이런 것들이 안정될까요?" 답은 명확하다. 영원히 안정되지 않는다. 바로 그것이 교육 현장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완벽주의는 실패를 병리적으로 만든다. 한 번의 실수가 전체를 무효화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패는 전문성 발달의 핵심 기제이다. 도널드 쇤(Donald Schön)이 '성찰적 실천가(reflective practitioner)'에서 강조했듯, 진정한 전문가는 자신의 실천 속에서 끊임없이 성찰하고 질문하며 새로운 의미를 발견해 내는 사람이 진정한 전문가라고 했다. 내가 현장을 통해 배운 핵심도 성공한 강의가 아니라, 힘들고 어려웠던 강의에서 역량이 쌓이고 개인적 통찰을 깨우치게 된 것이 매우 많다.
그렇다면 어떻게 실패를 성장의 자원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 20년 현장 경험에서 발견한 세 가지 원칙을 제안한다.
첫째, 실패를 기록하고 분석하는 습관이다. 강의가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았을 때 대부분은 빨리 잊으려 한다. 하지만 성장하는 교수자는 다르게 접근한다. 무엇이 틀어졌는지, 학습자는 어떻게 반응했는지, 내가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기록한다.
나는 '강의 성찰 일지’를 10년째 쓰고 있다. 형식은 매우 간단하다. 교육 직후 10분만 투자해 세 가지를 적는다. 예상 밖의 상황, 나의 대응, 다음에 시도할 것. 이 기록이 쌓이면서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상황에서 내가 경직되는지, 어떤 질문에 취약한지, 어떤 대응이 효과적인지. 이 메타인지적 성찰이 교수 역량을 키웠다.
둘째, 동료 피드백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혼자 성찰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자기 맹점은 스스로 보기 어렵다. 동료 교수자와 상호 수업 참관이나 사례 공유 모임을 자주 만들어야 한다. 예전에 5명의 강사와 '강사 스터디'를 만들었다. 한 달에 한 번 모여 각자의 성공, 실패 사례를 공유한다. 처음엔 실패를 드러내기 두려워했다.
하지만 모두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다는 걸 서로 알게 되면서 ‘심리적 안전감’이 형성되었다. "학습자의 저항, 불만을 어떻게 다루냐?"고 묻자, 다른 동료가 자신의 대응 방식을 공유해 주기도 했다. 이런 실질적 지식 공유를 함께 나누며 훨씬 빠른 성장을 가져왔다.
셋째, 학습자를 성장의 파트너로 인식하는 것이다. 성인학습자는 특히 풍부한 경험을 가진 주체다. 그들 중 일부는 특정 영역에서 교수자보다 깊은 지식을 보유한다. 교수자가 모든 답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 학습자가 강력한 학습 자원이 된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체 하는 것보다 강의 현장에서는 실무 경험이 많은 학습자 중심으로 그들의 경험 공유가 심화 토론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도 좋다. 교수자는 퍼실리테이터 역할만 수행하면 된다. 사후 평가에서 교육 과정 중 해당 세션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교수자는 신이 아니다.
모든 것을 다 알 수가 없다, 모르는 것을 인정했을 때, 학습자들이 학습의 주체로 전환된다. 이는 안드라고지(성인학습 이론)의 핵심 원리이기도 하다. 성인은 자기주도적 학습을 선호하며, 자기 경험을 학습 자원으로 활용할 때 학습 효과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 원칙을 실천하면 교수법이 달라진다. 실수를 은폐하는 대신 함께 해법을 찾으면 학습자의 저항이 위협이 아닌 피드백으로 다가올 것이다.
완벽한 설계도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현장의 상황 대응 역량이다. 따라서 교수자에게도 상황 대응 리더십은 반드시 필요하다.
교수자의 전문성 발달은 완벽함에 접근하는 과정이 아니다. 불확실성 속에서 유연성을 확보하는 과정이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견디는 인내, 학습자의 다양성을 수용하는 개방성,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정직함. 이런 역량이 축적되면서 교수자는 성숙한다.
돌이켜보면 강의를 시작한 초창기 때, 그 실패가 성장의 계기였다. 그때 완벽주의를 버리지 못했다면 나는 여전히 통제 중심의 교수법에 갇혀 있었을 것이다. 실패가 학습자 중심 교육으로 나를 이끌었다.
완벽한 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완벽을 추구하면 교육은 경직된다. 대신 늘 변화하고 개선하는 교수자는 오래갈 수 있다. 실패를 기록하고, 동료와 나누고, 학습자와 함께 배우는 사람. 그것이 성장하는 교수자의 모습이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박숙희 칼럼니스트는 동의대학교에서 교육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교수법전문가, 작가, 콘텐츠기획자, 퍼스널커리어디자이너, 크리에이터로 활동중이다. 개인과 조직의 변화 및 가치창조를 위한 교육과 코칭, 컨설팅 일을 하고 있다.
조직활성화, 조직문화 등 기업 HRD 교육 및 컨설팅과 지식창업, 경력개발을 꿈꾸는 개인에게 지식과 경험을 마케팅하여 성취 경험을 서비스하고 있다.
현재 교육출판콘텐츠기획 더마니에듀 대표로 더 많이 가치를 나누고 더 많이 성장을 돕고, 더 많이 성공을 조력하는 기업의 사명 아래, 진정성 있는 가치를 교육 현장에 실천하고 있다.
삼성, 현대, 롯데, 코오롱, 한화, 볼보 등 유수의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출강 중이며 『액티브클래스』,『경험, 기술, 스토리가 돈이 되는 시대, 지식경영리더십』,『인생이 바뀌는 말버릇』 ,『꼰대탈피리더십』, 『왠지 모르게 끌리는 사람의 30가지 비밀』등의 저서가 있다.
대한민국 최초 액티비티교수법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특허청 상표 출원까지 하여 ‘교수법전문가’ , ‘강사들의 강사’ 로 불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