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브랜딩디렉터 윤혜경의 ‘잘 나가는 이야기’

[한국강사신문 윤혜경 칼럼니스트] 당신은 엘레강스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한국인이라면 ‘엘레강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1962년 패션계에 데뷔한 이래 50여 년간 한국의 대표적 패션 디자이너로 활약한 고(故) 앙드레김이다. 그는 국내 첫 남성 패션디자이너로 세계 곳곳에서 패션쇼를 열며 한국 패션의 위상을 높였다.

1999년 11월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패션쇼를 열었을 때 샌프란시스코 시장이 '앙드레 김의 날'로 선포할 만큼 민간문화 외교사절로도 통했다. 수많은 일류 연예인들이 앙드레김 패션쇼 무대에 오르는 것을 명예로 여겼으며, 타계한지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명성에 견줄 만한 국내 디자이너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 만큼 그의 퍼스널 브랜드 파워는 독보적이었다.  

[사진출처=SBS 슈퍼모델선발대회 영상 스틸컷]
[사진출처=SBS 슈퍼모델선발대회 영상 스틸컷]

그렇다면 그는 왜 살아생전 엘레강스를 주창했었던 것일까? 그가 주창한 ‘우아함’에 대하여 조금 더 심도 있게 들여다보자. 우아함이란 무엇인가? 우아함은 행동 기술의 철학이다. 세련된 행동방식이나 잘 다듬어진 방식이란 뜻으로 마음에서 출발하여 행동을 통해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인 것이다. 실제 이 단어의 어원을 살펴보면 라틴어 동사 엘리게레(eligere)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엘리게레는 본래 ‘과일을 따고 나무를 뽑아 버리다.’라는 의미였다. 이 단어의 형용사형이 엘레간스(elegans)였고, 12세기에 이 단어에 비롯된 프랑스어 엘레강(elegant)이 나왔다. 엘레강스(elegance)는 15세기 말 형용사 엘레강(elegant)에서 파생된 명사다. 따라서 엘레강스는 마치 과일 나무에서 최상의 과일만 따듯이, ‘여러 가지 중에서 엄격하게 선택된 것의 고상함’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우아함의 힘은 거절에서 기인하기도 한다. 엄격하게 선택된 것으로서 사치스러운 덧셈의 미학이 아닌 거절과 절제에 기반한 뺄셈의 미학이다. 철저한 비움과 간소함을 통해 숭고하리만치 정신의 골격만을 남기는 태도, 그것이 진정한 엘레강스이다. 더함으로 넘치는 과함이 아닌 빼기를 통한 절제를 통해 나 자신을 아름답게 꾸미는 일에서부터 우아함은 곧 시작되는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엘레강스라는 단어는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잘 어울리는 표현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불한사전을 보아도 ‘우아한 여자[남자]; 고상한 체하는 여자[남자]’라고 정의하면서, 남자는 [ ] 안에 넣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마찬가지다. 1950년대 소위 ‘엘레강스 스타일’이 크게 유행하였는데, 이 스타일은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패션이었기 때문이다. 엘레강스 스타일의 대표적인 디자이너는 디오르(C. Dior), 발렌시아가(C. Balenciaga), 샤넬(G. Chanel) 등이다.

특히 1947년 디오르는 ‘뉴룩(New look)’을 발표하였는데, 전쟁 중에서 경직된 남성적인 복장에서 가는 허리, 부드러운 어깨를 표현함으로써 여성다운 우아함을 강조한 트렌드였다. 그만큼 엘레강스는 최상의 과일을 따듯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 속에 깃들어있는 강인함을 우아함이란 이름으로 인간 스스로의 선택적 삶에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나는 이러한 행동 기술의 철학에 기반하여 성공하는 리더들의 이미지 브랜딩 전략으로 ‘ACT(행동)하라!’를 강조 하고자 한다. 첫째, 스스로 바꿀 수 없는 지금의 내 상황을 인정하고 그 무엇에 대해 불만을 갖거나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현재 주어진 환경의 나 자신을 우선 수락(Accept)하고 받아들일 것! 둘째, 현재의 내 상황에서 가장 최상의 것을 선택(Choose)할 것! 셋째, 선택했다면 스스로를 돌보는 일(Taking care)과 타인을 배려하는 일에 절대 소홀하지 말 것!

앙드레김 자서전  [사진출처=My fantasy]
앙드레김 자서전  [사진출처=My fantasy]

위와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단순히 동작이나 표정의 우아함 뿐 아니라 삶의 방식이나 태도에서 우러나오는 우아함, 다시 말하면 스스로 행동하고 움직이는 것에 기초가 되는 엘레강스한 자기편집능력을 발휘하는 자. 결국 엘레강스한 사람은 남녀의 구분이 아니라 자기중심의 삶, 자기존중의 삶, 더 나아가 의사 결정의 삶처럼 스스로 주체적 삶을 사는 사람들이야말로 자기편집능력이 가능한 진정 우아한 사람인 것이다.

다시 앙드레김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그는 1950년대 엘레강스 스타일에 매료되어 한국 패션계에 도입하고자 노력한 사람이었다. 특히 그는 순백의 삶을 살다간 인물로도 유명하다. 하얀 눈으로 덮여있으면 세상에 맑고 깨끗한 사람들만 가득한 것 같아 기쁨을 느낀다고 말한 그는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흰색 의상만 입고 다녔으며, 자신이 타고 다니던 자동차와 매장 아파트 실내도 모두 흰색이었다. 자신의 자서전은 물론 패션 디자인에도 대부분 흰색을 사용했다.

또한, 6년간의 암 투병 중에서도 서울대병원에 기부를 하는 등 세상을 떠나도 기부 활동을 계속 해달라는 유언을 남길 정도로 기부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더 나아가 당시 최고의 팝 스타였던 마이클 잭슨은 앙드레 김의 열혈한 팬으로 화려한 용무늬 자수를 좋아한 나머지 그에게 자신의 전속 디자이너가 되어달라며 백지수표를 건넸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로서 한 개인의 전속 디자이너가 될 수는 없다며 제안을 거절했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앙드레김의 옷을 입고 발표 중인 마이클잭슨 [사진출처=This is it 콘서트 시사회 영상 스틸컷]
  앙드레김의 옷을 입고 발표 중인 마이클잭슨 [사진출처=This is it 콘서트 시사회 영상 스틸컷]

그의 지난 삶을 돌아보면 그는 일반적이지 않더라도 한국을 대표하는 국민 중 한 사람이자 ‘엘레강스'하고 판타스틱한 말투와 차별화된 외모를 가진 한국 패션계의 거목으로서, 스스로 편집하고 선택하며 결정하는 행동기술의 철학을 바탕으로 살다간 그의 삶 자체가 엘레강스였던 것이다.

이처럼 진정한 우아함이란 단순히 표정이나 몸짓에서 우러나오는 우아함뿐 아니라 나 자신을 아름답게 꾸미는 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며, 자기편집능력을 통해 스스로 삶을 큐레이팅하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단지 유행을 쫓고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닌 스스로 선택하고 가꾸어 나가는 행동기술의 철학적 삶이야말로 진정 가치있는 인생이며 보다 나다운 삶이 아닐까.

칼럼니스트 프로필

윤혜경 칼럼니스트는 펀이미지케이션스 대표이다. 항공사 승무원출신으로 호텔 및 교육관련기관 등 다양한 사회적 경험을 토대로 기업 임원, 교수, CEO 등을 대상으로 퍼스널이미지브랜딩 강의를 펼치는 대한민국 대표 강사이자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개인이나 기업의 성격 및 특성을 전략적으로 분석해 최상의 이미지를 디자인하고 코칭 및 컨설팅하는 이미지브랜딩전문가다. 저서로는 왜 유독 그 사람만 나갈까가 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저작권자 © 한국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