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Trans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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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정인호 칼럼니스트] 중국인들은 심리 조작술이자 협상전술 중에 ‘금방망이 전술’이라는게 있다. 첫 대면을 한 사람에게 갑자기 ‘금방망이’를 맡기는 경우를 말한다. 물론 아무에게나 맡기는 것은 아니다. 친분이 있거나 협상과 비즈니스를 보다 활발하게 하려는 사람의 경우에만 해당된다.

가령, 상대와 함께 사업을 좀 더 확대하고 싶을 때 팔에 매어져 있는 롤렉스시계를 풀어주면서 “잠깐만 이것 좀 맡아주시겠습니까?”등과 같은 행동을 말한다. 여성분들이라면 티파니의 반지 등을 잠깐 맡기는 상황이 될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마치 금방망이를 맡기는 것과 같다. 그대로 시계나 반지를 가지고 도망가 버려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된다면 맡긴 쪽이 패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 중국인은 “어쩔 수 없지 뭐!”라며 금방 포기한다고 한다.

중국인들은 협상과 비즈니스를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처럼 회사 대 회사의 만남이라는 개념은 지극히 희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꿰뚫어 보는 힘은 협상의 첫 단계이자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 첫 단계부터 실패했다면 자신의 힘과 능력이 부족하다고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잃어버린 시계나 반지는 ‘좀 비싸지만 사람 보는 눈을 키우기 위해 지불한 돈’이라고 명쾌하게 결론지어 버린다.

게다가 ‘그 사람과 큰 판의 협상을 전개하려고 생각했는데 시계가 없어진 것에 그쳐서 정말 다행이야. 그를 신뢰해서 협상했다면 큰 손해를 보았을 거야. 그 전에 상대의 인간성을 알게 되었으니 나는 정말 행운아다’라고 생각하는 대범한 사람도 적지 않다. 가히 대륙다운 생각이다.

중국인들의 이런 협상 마인드를 사자성어로 ‘망락인맥(網絡人脈)’이라고 한다. 즉, “인맥이라는 그물을 어떻게 하면 더 넓힐 수 있을까”라고 해석할 수 있다. 행운도 재앙도 모두 사람과의 연결에서 초래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협상은 어떻게 해야 될까? 첫째, 기다리지 말고 먼저 다가가야 한다. 2012년 미국과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놓고 정면으로 대결했다.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아세안에 상당한 힘을 실어줬다. 중국을 포위하고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이란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의도였다.

그런데 가장 흥미로운 점은 친중국이었던 미얀마가 미국의 손을 들어주면서 태도를 바꾸는게 아닌가.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선 최초로 미얀마를 방문했다. 양곤에서 테인 세인(Thein Sein)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오바마 대통령은 미얀마의 민주화 개혁을 높이 평가하면서 앞으로 2년간 1억70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세인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얀마를 ‘버마(Burma)’라고 부르지 않았다. 미국은 그동안 나라 이름을 버마에서 미얀마로 바꾼 것이 군사정권이라는 이유로 버마라는 이름을 고집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러한 행동은 미얀마를 실질적 관계국으로 인정하겠다는 의미가 깔려있었다. 오바마의 이러한 행보로 인해 미얀마는 중국이 아닌 미국의 손을 들어주게 된 것이다.

둘째, 평소 신뢰의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어느 날 당신의 주머니에 100만 원이라는 돈이 있는데 두 명의 친구가 접근해 온다. 첫 번째 친구는 20년 동안 알고 지낸 대학 친구이고, 두 번째 친구는 3개월 전에 새로 이사 온 이웃이다. 한 사람에게만 돈을 빌려줄 수 있는 조건에서 당신은 누구에게 빌려주겠는가? 물론 오래 알던 사이라고 반드시 신뢰의 공간이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진정성이 있을 때 신뢰의 공간은 그 의미를 더해 간다.

협상이 끝나면 성공이든 실패든 협상의 결과와 함께 인간관계가 남는다. 유능한 협상가는 카리스마가 넘치는 사람이 아니다. 책상을 치며 상대를 위협하고 겁먹게 하는 사람도 아니다. 유능한 협상가는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고, 자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사람만이 상대를 편안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입니다. 결국 자기 자신이 됨으로써 상대방과 건강한 관계를 맺으며, 그것이 협상에 좋은 영향을 미치도록 한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사진출처=GGL리더십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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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칼럼니스트는 경영학 박사이자 경영평론가, 협상전문가로서 현재 GGL리더십그룹 대표로 있으며, 《한국경제》, 《헤럴드경제》, 《브릿지경제》, 《이코노믹리뷰》, 《KSAM》 등의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국내외 기업을 대상으로 매년 200회 강연을 하고 있으며, 스타트기업 사내외 이사 및 스타트업 전문 멘토로도 활동하고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인호의 강토꼴’을 8년째 재능 기부로 운영하고 있으며, 유튜브 《아방그로》 채널을 통해 경영, 리더십, 협상, 예술, 행동심리학 등 통찰력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저서로는 《부자의 서재에는 반드시 심리학 책이 놓여 있다》,《다시 쓰는 경영학》, 《아티스트 인사이트》, 《언택트 심리학》, 《화가의 통찰법》, 《호모 에고이스트》, 《갑을 이기는 을의 협상법》, 《가까운 날들의 사회학》, 《다음은 없다》, 《소크라테스와 협상하라》, 《당신도 몰랐던 행동심리학》, 《협상의 심리학》, 《HRD 컨설팅 인사이트》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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