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챗지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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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김태현 칼럼니스트] 여름이 되면 우리는 더위를 이기기 위해 보양식을 찾는다. 삼계탕, 장어, 추어탕 같은 음식은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지친 몸을 회복하고 기운을 북돋는 지혜가 담겨 있다. 특히 초복, 중복, 말복이라는 세 번의 복날은 계절의 피로를 씻어내고 새 힘을 주는 상징이다. 교육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학기 중 아이들이 겪는 지적·정서적 피로는 여름 더위 못지않게 강하다. 그렇다면 교육에도 복날 보양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올여름,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세 가지 ‘교육 보양식’을 소개한다. 이름하여 행복, 극복, 축복이다.

1. ‘행복’을 주는 교육

‘행복’이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인지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어떤 아이는 친구와 노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고, 어떤 아이는 가족과 함께한 식사 시간이 가장 따뜻할 수 있다. 그만큼 행복은 정해진 모양이 아니라, 저마다의 삶 속에서 피어나는 고유한 감정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지는 아이의 ‘행복한 삶’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의 행복 지수는 22개국 중 최하위였으며, 점수는 79.5점에 불과했다. 유니세프가 발표한 아동 웰빙지수 보고서에서도, 학업능력은 4위로 높았지만, 정신적·육체적 건강은 각각 34위, 28위로 나타났다. 이는 ‘공부는 잘하지만 삶은 힘든’ 아이들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다.

그래서 나는 복날의 첫 번째 교육 보양식으로 ‘행복’을 담고 싶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당장 시험을 잘 보지 않더라도, 그들의 삶이 조금 더 즐겁고 따뜻해지길 바란다. 아이들이 원하는 삶, 아이들만의 행복을 스스로 누릴 수 있는 힘과 선택지를 넓혀주는 것 그게 바로 교육이 해줄 수 있는 가장 본질적인 일 아닐까?

국내 연구에서는 자아존중감이 아동의 행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고, 특히 학업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고 말한다. 즉, 아이들의 행복은 단순히 ‘느낌’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믿는지, 그리고 학교와 가정에서 얼마나 존중받고 있는지에 따라 좌우된다.

지난번 출강을 했던 한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한 아이가 가방을 메며 나를 바라보더니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 오늘 너무 재미있었어요.”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속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수업 중에 느꼈던 작은 성취감, 친구와 나눈 웃음, 선생님의 따뜻한 눈빛과 말투… 그런 하루의 조각들이 차곡차곡 쌓여, 그 아이에게는 ‘좋은 하루’가 되었던 것이다.

나는 그 순간 다시금 느꼈다. 교육은 단지 미래를 준비하는 훈련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것을. 오늘 하루 교실과 가정에서 아이들이 평소보다 조금 더 웃을 수 있는 것. 그것이 어쩌면 우리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건강하고 따뜻한 교육 보양식일지도 모른다.

2. 어려움을 ‘극복’하는 교육

중복 무렵이 되면 더위가 가장 심해진다. 사람들은 이 시기에 보양식을 먹는다. 오늘을 버티기 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이어질 더위를 이겨낼 힘을 기르기 위해서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살아가면서 자신의 행복을 향한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를 마주하며 책임지고,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늘 우리의 기대처럼 흘러가지 않는다. 삶은 유한하고, 세상은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들로 가득하다. 결국 아이들은 크고 작은 문제와 마주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교육은 그 어려움을 뚫고 나갈 힘을 길러주는 것이 되어야 한다.

흔히 '학습된 무기력'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어릴 적 얇은 줄에 묶여 자란 코끼리는, 성체가 된 후에도 그 줄을 끊지 못한다. 이미 마음속에서 “나는 못 해”라는 생각에 갇혀버린 것이다.

나도 사실 학습된 무기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

조금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는 스무 살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두발자전거를 배웠다. 어릴 적, 나는 겁이 많았고, 보조 바퀴를 떼는 게 너무 무서워서 자전거를 늘 보조 바퀴가 달린 채로만 탔다. 이후 자연스럽게 자전거를 타는 일이 줄어들면서 ‘나는 자전거를 못 타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마음 깊이 자리 잡았다. 친구들이 자전거를 타자고 하면 속으론 무척 타고 싶었지만, “나는 못 탈 거야.” “어차피 안 될 거야.”라는 생각에 시도조차 피하게 됐다.

그런 내가 스무 살이 되어, 여러 도전과 성공을 경험하면서 자신감이 생기자 문득 오랫동안 두려워했던 자전거에 다시 도전하고 싶어졌다. 친한 친구들을 불러 한강에 가서 가르쳐달라고 했고, 놀랍게도 나는 10분 만에 자전거를 마스터했다.

그 경험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교훈을 남겼다.

바로, “무기력은 마음속의 벽일 뿐이며, 그 벽은 의외로 쉽게 무너질 수 있다”라는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이 그런 벽 앞에서 멈추지 않도록 도와줘야 한다. 작은 실패 앞에서 무너지지 않게, 또다시 도전할 수 있게. 그 힘은 자신을 믿어주는 한 사람, 그리고 반복되는 작은 성공 경험에서 시작된다. 교육이란 결국, 아이 스스로 “나는 할 수 있다”라는 마음을 품게 해주줘야 한다. 무더운 더위를 보내는 시기 속에 아이들이 스스로 어려움을 잘 극복할 수 있게 '극복'의 보양식을 차려주자

3. 잘 살도록 ‘축복’하는 교육

말복은 여름의 끝자락이다. 이 시기에 먹는 보양식은 단순히 더위를 넘기기 위한 음식이 아니라, 다가올 계절을 준비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아이들을 ‘지금만 잘 살게 하기 위해’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 그것이 진짜 교육이다.

아이에게 가장 따뜻한 보양식은, 사실 인정과 축복이다. 나는 학교에 출강을 나갈 때 하나의 원칙을 세웠다. 바로 “아이를 혼내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이미 너무 많은 곳에서 혼나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에게, 학교 선생님에게, 학원 선생님에게, 그리고 심지어 선배에게.

그렇게 자주 혼나는 아이들에게 내가 굳이 또 하나의 꾸중을 보탤 필요가 있을까?

그래서 다짐했다. “나는 가서 온전히 사랑만 전해주고 오자.”

물론 아이들과 대화하다 보면 잘못된 행동에 대해 분명히 짚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화를 내는 대신, 차분하고 진심 어린 말로 전달한다. 그러면 놀라운 일이 생긴다.

수업이 끝난 뒤, 아이들이 나에게 편지를 쓴다. “선생님 저를 인격적으로 대해주셔서 감사해요.” 나는 혼을 내지 않았을 뿐인데, 아이들은 그것을 존중받는 경험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축복은 꼭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를 한 사람으로 대하는 태도 자체가 바로 축복이다. 그리고 그 축복은 아이들의 마음속에 ‘나도 더 잘 살아 보고 싶다’라는 마음을 피어나게 한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지만, 사람은 축복 속에서 자라난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올 여름에는 아이들에게 축복의 보양식을 차려주자

마치며: 교육 보양식 3종 세트

복날 음식이 지친 몸을 회복시키듯, 교육 보양식은 아이의 마음과 미래를 지킨다. 행복은 지금을 웃게 하고, 극복은 내일을 살게 하고, 축복은 아이를 사람답게 키운다.

교실과 가정에서 행복, 극복, 축복이라는 세 가지 교육 보양식을 차려주자. 이 세 그릇은 아이들이 평생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내면의 영양분이 될 것이다. 그리고 더위가 지나간 후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 올여름 우리가 아이에게 건넨 따뜻한 교육 한 끼가, 그 아이의 인생을 얼마나 멀리 데려다주었는지를.

칼럼니스트 프로필

김태현 칼럼니스트는 진로와 자기주도학습, 리더십 분야에서 활동 중인 청소년 교육 전문가이자, 청소년 성장의 방향을 제시하는 커리큘럼 디자이너다. 교육 현장에서 '기린쌤'이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하게 불리며, 눈높이를 맞춘 소통과 따뜻한 메시지로 청소년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고 있다.

중학교 3학년이라는 이른 시기부터 자신의 진로를 주도적으로 탐색한 그는 라디오 DJ, 최연소 행사 전문 MC, 유튜브 크리에이터, 라이브커머스 쇼호스트 등 다양한 미디어 경험을 통해 꿈을 현실로 바꾸는 도전의 과정을 실천해왔다. 이 같은 개인의 성장 여정을 바탕으로, 현재는 수많은 청소년들에게 진로와 학습의 본질, 자신만의 길을 설계하는 법을 전하고 있다.

다이나믹스쿨 전임강사이자, 사단법인 한국청소년육성회 남대문지구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아우르는 다양한 교육 현장에서 진로, 자기주도학습, 리더십을 주제로 활발히 강의하고 있다.

특히 급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교육이 놓치기 쉬운 본질을 지키되, AI와 같은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미래형 교육 콘텐츠’ 개발에 힘쓰고 있으며, 학생들이 자기만의 속도로 성장하고 자신의 삶을 주도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태현 칼럼니스트는 『김태현의 10대 교육』 코너를 통해 청소년들이 겪는 학습 불안, 진로 불안, 비교 불안 등 실제 교육 현장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교사, 학부모, 교육 관계자들에게 날카로운 통찰과 실천 가능한 대안을 함께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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