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에서 만나는 인공지능의 지혜로운 활용 방안 찾기

구조화와 구분자 융합 [사진출처=imafe fx]
구조화와 구분자 융합 [사진출처=imafe fx]

[한국강사신문 이용호 칼럼니스트] 손 안의 스마트폰만 열어도 인공지능과 대화하는 시대다. 검색, 글쓰기, 번역, 기획, 코딩까지 챗봇이 곁에 있다. 마치 개인 비서처럼, 원하는 답을 몇 초 만에 보여준다. 하지만 정작 많은 사람은 이런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내가 분명히 다 적었는데, AI가 딴소리를 하네?”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을 때면 답답함이 밀려온다. 이때 대부분은 AI의 한계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문제의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질문을 어떻게 했는가, 다시 말해 프롬프트를 어떻게 짰는가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서 강조되는 원칙이 있다. 바로 “구조화와 구분자의 사용”이다.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보여줘야 한다는 뜻이다. 사람도 두서없이 길게 말하는 친구의 이야기는 집중하기 어렵듯, AI도 산만하게 쏟아진 정보를 이해하기 힘들다. 그래서 두 번째 황금키라 불리는 이 원칙은, AI와 효과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반드시 익혀야 하는 기술이다.

사람과 대화를 떠올려 보자. 누군가 “회사 홈페이지 개선안을 제안해 주세요. 우리 회사는 IT 솔루션 업체이고 고객은 중소기업이에요. 현재 사이트는 속도가 느리고 모바일 최적화가 안 되어 있어요. 예산은 500만 원 정도입니다.”라고 쉼 없이 말한다면 어떨까. 정보는 풍부하지만 정리되지 않아 혼란스럽다. 듣는 이는 어느 부분이 핵심인지 헤매기 쉽다. AI 역시 마찬가지다. 글자가 아무리 많아도 구조가 없으면 흐름을 잡지 못한다.

반대로 똑같은 내용을 이렇게 제시한다고 상상해 보자.

목적: 회사 홈페이지 개선안 제안

회사 정보: IT 솔루션 업체, 고객은 중소기업

현재 문제: 속도 저하, 모바일 최적화 부족

예산: 500만 원

내용은 동일하지만 가독성은 완전히 다르다. 사람 뿐만 아니라 AI에게도 이 방식은 큰 차이를 만든다. 논리적인 틀 속에 담기면, AI는 맥락을 훨씬 정확히 이해하고 답을 내놓는다.

여기에 ‘구분자’라는 무기가 더해지면 효과는 배가된다. 구분자란, 정보를 확실히 나누는 표시다. 삼중 따옴표("""), 대괄호([ ]), 꺾쇠괄호(< >), 하이픈(-), 번호 매기기 등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고객 리뷰 분석을 맡긴다고 해보자. 리뷰 텍스트와 요청 사항이 하나의 문장으로 섞여 있으면, AI가 어디까지를 데이터로 보고 어디서부터 지시사항으로 이해해야 할지 헷갈린다. 하지만 리뷰를 """ 안에 넣고, 요청은 별도로 적어두면 혼동이 사라진다. 마치 책에서 본문과 주석을 구분하듯 말이다.

이 원칙은 특히 긴 텍스트나 코드, 데이터와 함께 작업할 때 빛을 발한다. 구분자가 없으면 분석해야 할 문장과 사용자의 요구가 한데 섞여 오류가 발생하기 쉽다. 하지만 적절한 구분자를 쓰면 “여기가 데이터고, 저기가 요청이다”라는 신호가 명확해진다. AI는 그 신호를 따라 작업을 더 정확히 수행한다.

그렇다면 구분자는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상황마다 어울리는 방식이 있다. 긴 인용문에는 삼중 따옴표가 좋고, 옵션이나 항목 구분에는 대괄호가 적합하다. XML이나 HTML처럼 태그 구조를 모방할 땐 꺾쇠괄호가 유용하다. 섹션 구분에는 하이픈, 순서나 단계에는 번호를 활용하면 된다. 핵심은 일관성이다. 한 프롬프트 안에서 다양한 구분자를 뒤섞으면 오히려 혼란을 키운다. 나만의 스타일을 정해두고 꾸준히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제 중요한 비밀 하나를 더 얘기해야 한다. 정보의 위치는 결과를 좌우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위치 편향(Position Bias)’이라고 부른다. 사람도 글을 읽을 때 처음과 끝에 나온 내용을 더 오래 기억하듯, AI도 서두와 말미에 제시된 정보를 강하게 반영한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조건이나 지시사항은 중간에 묻히지 않도록 앞뒤에 배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신제품 광고 문구를 써 달라, 하지만 너무 과장되지 않게 해 달라”라는 조건을 마지막에 덧붙인 경우를 보자. 중간에 파묻힌 정보보다 마지막의 조건이 강조되면 좋지만, 반대로 중간에 숨어 있으면 AI가 놓칠 수 있다. 그러나 처음과 끝에 명확히 써두면, 과장된 표현 대신 균형 잡힌 문구가 나온다. 결국 구조화는 단순히 보기 좋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전략적 배치다.

물론 구조화에도 함정은 있다. 첫째는 지나친 구조화다. “오늘 날씨 알려 줘” 같은 단순한 질문까지 표와 구분자로 나눌 필요는 없다. 오히려 비효율적이다. 둘째는 일관성 없는 구분자 사용이다. 여러 표시를 뒤섞으면 AI가 혼동할 수 있다. 셋째는 핵심 정보의 매몰이다. 정리만 잘해도 소용없다. 가장 중요한 조건이 중간에 묻히면 효과는 반감된다.

그렇다면 언제 구조화를 활용하는 게 가장 좋을까. 정보가 여러 갈래로 섞여 있거나, 데이터와 지시가 함께 포함된 경우, 복잡한 조건이 많을 때, 단계별 작업을 요구할 때, 출력 형식을 세밀히 지정해야 할 때다. 이런 상황에서 구조화와 구분자는 빛을 발한다.

실생활 예시로 보자.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가 AI에게 상품 설명을 부탁한다고 하자. 그냥 “이 블루투스 이어폰 소개 글 써 줘”라고 하면,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어떤 경우는 지나치게 길고, 어떤 경우는 핵심이 빠진다. 하지만 구조화해 요청하면 달라진다.

상품: 블루투스 이어폰

특징: 소음 차단, 10시간 배터리, 방수 기능

고객 대상: 대학생과 직장인

제외할 내용: 가격 언급 금지

형식: 200자 이내, 활기찬 톤

이렇게 제시하면 AI는 명확한 기준을 따라 작성한다. 재사용도 쉽다. 다른 상품을 넣기만 하면 동일한 형식으로 글이 나온다. 프롬프트가 하나의 템플릿이 되는 셈이다.

구조화와 구분자의 원칙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AI와 사람의 대화를 더 효과적으로 만드는 다리다. 모호한 지시가 아닌, 명확한 설계도를 주는 셈이다. 짧고 애매한 요청으로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느니, 처음부터 조금 길더라도 정리된 지시를 주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

앞으로 AI는 점점 더 많은 영역에서 우리의 협력자가 될 것이다. 글을 쓰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코드를 짜고, 심지어 예술 작업에도 참여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보다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다. 구조화와 구분자는 바로 그 답이다. 사람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된 말이 귀에 쏙 들어오듯, AI도 깔끔히 정리된 지시를 더 잘 따른다.

결국 AI에게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은 특별한 비밀이 아니다. 핵심을 앞뒤에 배치하고, 구분자를 활용해 정보와 요청을 나누고, 논리적인 구조 속에 담으면 된다. 이는 단지 기술적 요령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언어 습관이다. 책더미 속에서 원하는 한 권을 바로 꺼내듯, AI가 필요한 답을 정확히 찾아내도록 돕는 길이다.

앞으로 AI와 함께할 미래는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하지만 구조화와 구분자의 원칙을 몸에 익힌다면, 혼란스러운 데이터의 숲에서도 길을 잃지 않을 것이다. AI와 사람이 더 원활히 협력하는 시대, 그 출발점은 결국 질문을 어떻게 던지느냐에 달려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연락 칼럼에서 소개하는 7개의 황금키 목록은 아래와 같다

1. 명확성과 구체성 (Clarity and Specificity)

2. 구조화와 구분자 사용 (Structure and Delimiters)

3. 역할 부여와 페르소나 설정 (Role Assignment)

4. 예시 제공 (Few-shot Prompting)

5. 맥락 제공 (Context Provision)

6. 출력 형식 지정 (Output Format Specification)

7. 단계적 사고 유도 (Chain-of-Thought)

칼럼니스트 프로필

 

이용호 칼럼니스트는 스마트공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AI 머신비전’ 전문회사인 ‘호연지재’를 경영하고 있다. ‘머신비전’에서 인공지능 딥러닝에 의한 영상처리기술을 자주 적용하다보니 10년 이상 연구한 AI 분야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 현재는 인공지능 커뮤니티인 ‘AI 에이전트 연구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SKT 이프랜드 플랫폼에서 3년 이상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호몽캠프’를 110회 이상 진행한 바 있다.

칼럼니스트는 ‘50플러스 오픈랩’이라는 중장년과 시니어의 디지털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플랫폼에서 수석 가디언즈로 AI 분야의 전도사로 활동하기도 한다.

주요 강의 분야는 “챗GPT 시대 생산성을 4000% 높여주는 인공지능”, “머신비전에서의 인공지능 활용”,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황금키”, “스마트폰 AI 활용하기”, “시니어와 MZ세대간의 소통”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손에 잡히는 인공지능』, 『나는 시니어 인플루언서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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