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강사신문 강은영 칼럼니스트] K는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말수가 적고 조용한 데다 나서는 것을 싫어하는데 어릴 적 발표를 하고 나서 친구들의 비웃음을 받은 일이 쐐기를 박았다. 많은 사람 앞에서 이야기할 때면 망칠 거라고 예견함으로써 숨이 가빠지고 목소리가 덜덜 떨리며 안절부절못한다. K가 발표 불안증을 극복하는 길은 요원해 보인다. 우리는 왜 수시로 불안해하는 걸까? 불안은 공포 회로가 활성화될 때 나타난다. 공포는 스트레스 반응을 작동시킴으로써 위험에 처했을 때 정면으로 맞서거나 위험으로부터 달아나게
[한국강사신문 강은영 칼럼니스트] 중학교 때 친구 집에서 시험공부를 종종 했다. 앉자마자 공부하는 나와 달리 친구는 책상 정리에 공을 들였다. 성격이 깔끔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공부가 하기 싫어 미루는 거였다. 느린 속도로 정리를 마친 그녀는 다음으로 계획표를 만들곤 했다. 정리와 계획 수립하느라 지쳐서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는 동안 나는 한 과목 공부를 끝마쳤다.무언가를 할 때 자꾸 미루면 뇌는 시작하기도 전에 에너지를 잃고 지친다. 시작이 반이라고 일단 시작부터 해야 한다. 정신의학자 에밀 크레펠린의 작동
[한국강사신문 강은영 칼럼니스트] 얼마 전, 테니스를 열심히 하는 남편이 왕복 4시간을 들여 중고 채를 사왔다. 굳이 교통지옥인 주말에 가야겠냐며 한 소리 했지만 요즘 테니스 채가 공급이 안 되고 있는데 찾던 제품을 좋은 가격에 샀다며 아이처럼 좋아했다. 그런데 (본인 표현에 의하면) 선수처럼 멋지게 점프해서 서브를 넣다가 땀으로 손이 미끄러져 채를 바닥에 내리꽂았고 금이 가고 말았단다.채를 연신 쓰다듬으며 마음이 아파 죽겠다고, 애인이 다친 것처럼 멜로 눈깔을 하고 바라보았다. 그 마음 짐작 못할 바는 아니나 나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강사신문 강은영 칼럼니스트] 처음 책을 출간했을 때 친족, 지인들로부터 많은 축하를 받았다. 몇 권씩 사주는 지인들이 있었는데 친한 사이면서도 한 권을 사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느낌으로 다 안다). 아, 이 사람 배가 아픈가 보구나!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도 내 쪽에서 선 하나를 긋고 그 밖으로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나라면 한 권 사줄 텐데, 서운함과 더불어 내 마음도 꽈배기처럼 꼬였다.가까운 사람에게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 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과는 달리 부러움과 내 처지를 비관하는 마
[한국강사신문 강은영 칼럼니스트] 지난 주말, 새벽 4시 반쯤 일어났다가 한 시간 뒤 다시 잠들었다. 새벽 기상이 몸에 익은 후 한 번 일어나면 다시 잠들지 않는데 그날따라 제발 누워달라고 온몸이 아우성을 쳤다. 다시 누워 2시간가량 더 자고 일어났는데도 계속 자고만 싶었다. 점심을 먹은 후 낮잠을 또 자고 나서는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무겁고 맹해진 느낌이 들었다. 잠 귀신이 붙었나 싶은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잠을 너무 많이 잔 날은 어쩐 일인지 종일 자고 싶다. 아침 식사 후 간식을 먹은 날은 종일 주전부리를 달고 산다
[한국강사신문 강은영 칼럼니스트] 나는 어릴 적부터 대식가였다. 오 형제 중 막내였는데 언니 오빠 증언에 의하면 식탐이 대단했다. 밥그릇을 보고 "여기도 비었네, 저기도 비었네" 하는 통에 빈틈이 없었단다. 끼니마다 자기 얼굴만 한 머슴밥을 먹어 치웠다니 지금까지 형제들의 단골 웃음 소재가 될 법도 하다.환경을 탓하고 싶지만, 식탐과 먹성은 타고났나 보다. 자제력이 뛰어난 편인데 음식 앞에선 쉽게 무너지고 먹는 거로 스트레스를 풀곤 했었으니까. 자기 관리에 철저한 내가 가끔 과식하는 걸 변명하자면, 배가 불러도 입이 만족스럽지 못하
[한국강사신문 강은영 칼럼니스트]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1년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은 연간 4.5권의 독서를 한다. 이는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을 포함한 것으로 2019년 6.1권에 비해 하락한 수치다. 1인당 독서량이 수십 권에 달하는 OECD 선진국 중 꼴찌 수준으로 조사가 잘못된 거라고 믿고 싶어질 정도다.놀라운 점은 코로나 시기에 오히려 독서량이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져 책을 읽기에 좋은 환경인데도 책을 멀리하는 것이다. 책을 읽기 어려운 이유로는 성인의 26.5%는 일
[한국강사신문 강은영 칼럼니스트]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의 명대사다. 햄릿을 읽어보지 않았거나 모르는 사람도 이 대사만큼은 들어봤을 것이다. 정보가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는 사소한 일에도 흔히 말하는 결정 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뇌의 정보처리 용량에 비해 처리할 정보가 많을 때 결정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햄릿처럼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오랫동안 고민하는 증세를 햄릿 증후군(hamlet syndrome)이라고 한다.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이라면 신중한 선택이 필요
[한국강사신문 강은영 칼럼니스트] "엄마, 나 좀 안아줘!"우리 집에서 귀여움과 애교를 담당하고 있는 둘째 아들은 시도 때도 없이 안아달라고 한다. 올해 6학년인 녀석이 하는 행동이 퍽 귀여워 나는 글을 쓰거나 설거지를 하다가도 두 팔 벌려 힘껏 안아준다. 아마도 아이가 자라면서 잔소리가 늘어나고 내 두 눈에 가득했던 사랑과 스킨십은 줄어들었기 때문이리라. 그걸 느낀 아이는 수시로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신체적 접촉과 사랑이라는 감정의 연관성은 수많은 연구에서 밝혀졌다. 얼마 전 흥미롭게 본 기사 중에 첫 만남에서 키스
[한국강사신문 강은영 칼럼니스트] 우리가 누군가를 싫어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서로 맞지 않거나 상대가 잘못했거나 먼저 나를 좋아하지 않는 등. 하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싫은 사람이 있다. 이때도 우리는 그에 합당한 이유나 핑곗거리를 찾으려고 한다. '네가 그런 행동을 했기 때문에 내가 미워할 수밖에.' 스스로 정당하다고 이해가 되면 아무 죄 없는 사람도 미움받아 마땅한 사람이 되고 만다.누군가를 싫어하는 마음이 있으면 신발 안에 돌멩이가 낀 듯 신경 쓰이고 불편하다. 그 사람을 마주치기가 껄끄럽고 피하고만 싶다. 안 만나도 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