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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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오명호 칼럼니스트] ‘협상과 설득은 어떻게 다른가요?’ 질문을 받고 당황한 적이 있다. 그러게 말이다. 분명 다른 단어인데, 우리는 혼동해 쓴다. 많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조차 협상을 ‘상대방을 설득하는 일’로 정의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먼저,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자.

- 협상 = 어떤 목적에 부합되는 결정을 하기 위하여 여럿이 서로 의논함

- 설득 = 상대편이 이쪽 편의 이야기를 따르도록 여러 가지로 깨우쳐 말함

협상의 사전적 정의가 모호하다. 이걸로는 명확한 차이를 설명하기 어렵다. 협상의 정의를 좀 더 명쾌하게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 협상 = 서로 다른 이해관계나 관점이 다른 둘 이상의 당사자가 합의를 이끄는 과정

이제 풀렸다. 협상은 ‘합의하는 일’이다. ‘이해관계(利害關係)’란 ‘이익(利益)과 손해(損害)가 걸려있는 관계’다. 합의란 ‘서로 의견이 일치함’을 말한다. 설득은 다르다. 합의가 목적이 아니다. 나의 주장이나 요구 등을 상대방에게 관철시키는 일이다. 둘은 목적부터 다른 개념이다. 당연히 접근 방법도 다르다.

협상과 설득의 차이를 이해하는 일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설득하려고 들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성이다. 그게 나에게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협상을 못하는 근본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협상에서 설득하려고 하면 안 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설득은 100 대 0을 기대하게 만든다. 상대를 설득하겠다는 심리는 내 것을 주지 않고 최대한 많이 얻어내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 내 요구에 집중하고, 내 논리에 초점을 맞추며, 내 주장을 전달하는 데 급급하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또 다른 논리로 덮고 차단하게 된다.

둘째, 설득은 상대가 몰라야 가능하다. 상대가 잘못 알고 있거나 혹은 모르는 정보를 알려줄 수 있을 때 설득이 가능하다. 예컨대 고객이 우리 제품의 성능과 특징을 잘못 알고 있거나 시장 상황을 모를 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 설득하려는 과정은 당연히 필요하고 유효하다.

그러나 협상 상대는 모르지 않는다. 서로 간의 입장차, 의견차가 있을 뿐이다. 이럴 때도 우리는 설득하려 든다. 도를 넘는 자신감이다. 상대가 나보다 열등하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상대는 나의 그럴싸한 논리에 넘어가는 바보가 아니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셋째, 설득은 결론이 정해져 있다. 설득하려는 사람은 자기 입장을 고수한다. 자신의 생각을 바꾸면 설득하는 쪽이 아니라 설득당하는 쪽이 되기 때문이다. 스스로 모순이다. 결론을 정해놓고 합의를 이야기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답정너’라는 말이 있다.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를 뜻 한다. 지식백과에 ‘상대방을 고통스럽게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설득하려는 사람은 ‘답정너’와 같다. 결론을 정해 놓고 협상을 해보겠다고? 욕심이고, 착각이다. 상대를 설득하고 싶다면 설득하려고 해선 안 되는 이유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오명호 칼럼니스트는 기업협상교육 전문회사 <열린협상연구소> 소장이다. 삼성그룹, 신세계, KCC, 한라, 동원, 아모레퍼시픽 등 기업 실무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협상 실습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지자체인재개발원, 법무연수원 등에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협상 및 갈등관리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협상의 한 수>와 <협상이 이렇게 유용할 줄이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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