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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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오명호 칼럼니스트]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가격이다. 협상하면 ‘잘 깎는 방법’을 제일 궁금해 한다. 기술은 다양하다. 저마다 경험으로 터득한 '필살기'들이 있다. 하지만 ‘내가 해봤는데’로는 성공확률이 높지 않다. 협상은 주어진 상황과 상대의 처한 입장, 성향 등에 따라 다르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원리를 아는 게 중요하다. 협상 상황과 입장은 케바케(case by case)지만, 변하지 않는 원리가 있다. 원리를 모르고 기술을 앞세우면 결과는 뻔하다. 하수의 기술은 화려하다. 기술도 원리 안에서 사용될 때 자연스럽다. 기술이 기술로 드러나면 더 이상 기술이 아니다. 원리를 알아야 응용이 가능하다.

가격 협상의 대표적 원리는 가격 제안을 누가 먼저 하느냐다. 가격 제안을 먼저 하는 게 유리할까, 기다리는 게 유리할까?

첫 제안의 원리다. 대부분 후자를 택한다. 상대방의 패를 먼저 까 보겠다는 의도다. 내가 먼저 제안했다가 상대의 허용 범위 안에 쉽게 들어가 버릴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측면도 있다. 상대가 생각보다 높게 제안해버리면 거기에 갇힌다. 깎는데 급급해 협상의 주도권을 뺏겨 버린다. 둘 다 문제가 있다.

원리에는 원칙과 예외가 있다. 원칙은 먼저 제안하는 게 유리하다. 정보가 있다는 전제다. 시장조사를 통해 시세를 잘 알고 있고, 목표도 미리 정했다. 그럼 먼저 제안하는 게 유리하다. 협상의 기준점을 선점하는 효과 때문이다. 구매자는 목표보다 낮게 제안해서 양보하고, 판매자는 목표보다 높게 제안해서 깎아주겠다는 의도다. 정보조사와 목표설정이 관건이다. 협상 고수들은 먼저 제안하는 걸 선호한다.

예외는 정보가 없을 때다. 시장조사도 안했고, 목표 가격도 못 정했다. 이 경우 섣불리 먼저 제안하면 낭패를 겪을 수 있다. 상대가 생각보다 쉽게 ‘OK’ 해 버릴 때다. 잘했다고 생각하지만 잘한 게 아니다. 내가 원하는 값을 얻어냈지만, 왠지 당한 거 같고 찝찝하다. 정보가 없을 때는 먼저 제안하면 안 된다. ‘얼마까지 해줄 수 있습니까?’라고 제안권을 넘기는 게 좋다.

이때 주의할 점이 있다. 제안권을 넘길 때도 기술이 필요하다. 첫째, ‘결정한 건 아니고, 둘러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라. ‘가격이 마음에 들면 살 테니, 좋은 가격을 제안해 주시오’라는 의미다. 둘째, ‘예?’하고 화들짝 놀라는 반응을 보여라. 상대 첫 제안은 속에 있는 목표보다 무조건 높다. 별 반응이 없으면 상대는 자기 제안이 ‘통했다’고 인식한다. 그 후부턴 협상의 주도권을 빼앗겨 쉽게 깎기는 어렵다.

알면 보인다. 복잡한 거 같지만, 가격 협상이야말로 원리 안에서 움직인다. 가격 협상 전에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지 알아보자.

첫째, 목표 가격을 정하라. 목표 없는 협상은 방향을 잃는다. 협상의 기술은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목표 가격을 정해야 제안할 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 아니면 상대에게 제안권을 넘겨야 한다. 목표를 잡을 때 지나치게 높거나 낮게 잡으면 협상을 잘하기 힘들다. 협상의 잘잘못 이전에 목표 설정이 잘못 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첫 제안은 목표보다 높게 하라. 협상용어로 ‘Aim high기법’이다. 협상의 주도권을 가져다준다. 주의할 점은 터무니없이 높아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합리적인 수준일 때 가능한 이야기다. 선을 넘는 제안은 다음 스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상대도 대략적인 가격은 알기 때문이다. 첫 제안을 높게 해야 하는 이유는 양보의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서다. 가격협상은 깎으려는 사람과 깎아주는 사람의 경쟁이다. 후자가 고수다.

셋째, 제안 가격의 근거를 마련하라. 내 제안이 단순히 자기주장이나 욕심으로 인식되면 안 통한다. 상대가 받아들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상대가 거부하기 힘든 객관적 사실이나 합리적 근거를 댈 수 있다면 첫 제안 값은 대단히 강력하다. 둘이 공유하고 있는 자료나 정보, 비슷한 사례가 좋은 예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오명호 칼럼니스트는 기업협상교육 전문회사 <열린협상연구소> 소장이다. 삼성그룹, 신세계, KCC, 한라, 동원, 아모레퍼시픽 등 기업 실무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협상 실습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금융연수원,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지자체인재개발원, 법무연수원 등 공공기관 및 공직자를 대상으로 협상 및 갈등관리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협상의 한 수>와 <협상이 이렇게 유용할 줄이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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