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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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오명호 칼럼니스트] ‘을인데 어떻게 협상을 하나요?’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협상을 해봐야 뻔하다. 대리보다 부장이 협상을 더 잘하고, 회사를 상대로 연봉 협상을 한다는 건 꿈같은 이야기다. 이를테면, 대기업이 단가 인하를 요청해오면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퇴사를 결심하지 않고서는 회사가 정한 연봉을 거부할 방법은 없다. 옳은 말인가?

‘을’이 ‘갑’에게 어떻게 맞설 수 있느냐고 묻는다. 사람들은 ‘갑을 관계’에선 협상이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틀렸다. 만약 그렇다면 그건 협상의 구조를 모를 때 이야기다.

갑이 단가 인하를 요구하면 을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게 보통이다. 갑은 을이 아니라도 거래할 회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을이 독자 기술을 갖추거나 차별화된 서비스가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비록 을이지만 갑에게 ‘최선의 대안’이 된다면 단가를 양보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매력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아무리 협상 달인이라도 상대에게만 매달리면 답이 없다. 협상은 ‘깰 수 있는 힘’을 가진 쪽이 유리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협상의 목적은 ‘최선의 대안’을 찾는 일이다. 따라서 ‘갑’에게 밀리지 않으려면 좋은 대안을 갖추는 게 우선이다. 대기업과 납품 단가 협상을 한다면 조건이 좀 못하더라도 거래할 다른 업체가 있어야 한다.

연봉 협상도 정확히 이와 같다. 보통은 직원보다 회사가 유리하다. 협상이 깨어져도 다른 사람을 채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다른 방법이 별로 없다는 데 있다. 이 상황을 그대로 두고 협상의 기술을 논하는 건 시간 낭비일 뿐이다. 적어도 나를 찾는 곳이 한 군데는 더 있어야 전략과 방법을 고민해 볼 수 있다.

유능한 애널리스트는 연봉 협상을 준비할 때 이직할 회사를 두세 군데 정도 마련해 둔다. 대안이 없으면 마음에 들지 않는 조건이라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대안을 만들어 두지 않고 불쑥 나와 버리면 이직 협상에서도 불리하다.

스카우트 조건도 현직이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컨설턴트들은 굳이 이직할 의사가 아니라도 2~3년에 한 번씩 더 나은 회사에 지원해보라고 말한다. 자신의 능력을 체크해보는 역할과 함께 대안을 확보하고 관리하라는 현실적인 조언이다.

연봉협상과 관련해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많은 직장인들이 자신은 연봉 협상을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잘못된 생각이다. 꼭 테이블에 앉아서 계약서를 주고받아야 협상이 아니다. 연봉 협상 없이 회사에 다니는 사람은 없다. 회사는 직원에게 채용 조건으로 연봉을 제시했고, 직원은 그걸 수락했기 때문에 출근하는 것이다.

인사담당자와 테이블에 앉아서 협상한다 해도 달라질 건 없다. 만약 당신이 회사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던가, 다른 회사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경우 혹은 퇴사 후 치킨집을 열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다면 매한가지다.

공부 열심히 하지 않고 좋은 대학에 갈 수는 없다. 음식 맛없고, 서비스 불친절한 식당을 성공하게 할 방법은 세상에 없다. 협상을 잘하려면 나와 내 제품의 매력과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게 바로 좋은 대안을 확보하는 길이다. 다른 사람이 탐내는 제품이나 사람은 언제나 그 값어치가 높아지기 마련이다. 대안의 힘이 곧 협상의 힘이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오명호 칼럼니스트는 기업협상교육 전문회사 <열린협상연구소> 소장이다. 삼성그룹, 신세계, KCC, 한라, 동원, 아모레퍼시픽 등 기업 실무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협상 실습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금융연수원,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지자체인재개발원, 법무연수원 등 공공기관 및 공직자를 대상으로 협상 및 갈등관리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협상의 한 수>와 <협상이 이렇게 유용할 줄이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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