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챗지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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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김태현 칼럼니스트] 인기 있는 선생님은 아이들을 웃게 하고, 감동하게 한다. 관계의 기술이 만든 결과다. 외모나 일회성 이벤트로 얻는 인기는 오래가지 않는다. 

나는 아이들이 붙여준 별명 ‘기린쌤’으로 수업한다. 강원도에 있는 한 학교에서 캠프를 진행하고 1년 뒤 다시 그 학교를 찾았을 때 우연히 계단에서 들었다. “야, 오늘 기린쌤 오신대!” 일반적으로 아이들에게 하루 왔다가는 특강 강사의 이름은 쉽게 잊혀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기린쌤은 아이들에게 오래도록 남았다.

얼마전에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내가 수업을 해준 학생이 스무 살이 되어 연락을 주었다. 이 경험은 내게 확신을 주었다. 인기는 교육을 움직이는 에너지이며, 의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이 주장은 연구로도 뒷받침된다. 김남희·김종백(2011)의 논문에 따르면, 중학생 664명을 분석한 결과 교사–학생 애착이 학생의 기본심리욕구(자율성·유능감·관계성)를 채우고, 그 힘이 수업참여를 밀어 올리며, 참여가 학업성취로 이어졌다. 단순한 ‘친절’보다 '정서적 유대'가 핵심 변수였고, 이 경로는 남녀 모두에게 동일했다. 요점은 간단하다. 마음이 모여야 참여가 생기고, 참여가 성취로 이어진다. 다시 말해, 인기란 목적이 아니라 수업과 성장을 위한 수단이다. 이 글은 그 인기를 만드는 네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인기 있는 선생님이 되는 4가지 방법

1.관찰력 —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

인기 있는 선생님은 먼저 관찰한다. 친해지려는 마음이 앞서 치근덕거리거나 질문 공세를 퍼붓지 않는다. 그런 접근은 아이들에게 부담이 된다. 처음에는 대답을 해주던 아이들도 어느 순간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거나 대화를 피할 방법을 찾는다. 관계 형성은 무작정 다가가서 말을 거는 일이 아니라 적당한 거리에서 소통하는 일이다. 인기있는 선생님은 아이를 관찰한 후 이야깃거리를 찾아 짧게 말을 건다. 그리고 필요 이상으로 묻지 않는다. 이 한 끗 차이에서 아이들은 감각적으로 알아차린다. 대화가 통하는 선생님인지, 피하고 싶은 선생님인지.

여기서 내가 말하는 ‘알잘딱깔센’은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교실 관계의 핵심 역량을 압축한 언어다. ‘알아서’는 상대의 맥락을 먼저 파악하는 주도성, ‘잘’은 내용과 타이밍의 정확성, ‘딱·깔끔’은 메시지의 명료성, ‘센’은 정서적 공감과 분위기 읽기를 뜻한다.

이 네 글자가 한국의 빠른 리듬과 과잉 소통 시대에 널리 쓰이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모두가 말은 많지만 정작 상대의 심리를 읽어 주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하지 않아도 필요한 것을 정확히 제공하는 태도’를 갈망했고, 그 요구가 ‘알잘딱깔센’이라는 짧은 언어로 합쳐졌다.

물론 이 표현이 조직에서 ‘눈치’를 강요하거나 부당한 지시를 포장하는 데 오용되기도 한다. 내가 말하는 알잘딱깔센은 그와 정반대다. 권력으로 강요하는 눈치가 아니라, 사랑으로 먼저 읽는 배려다. 교사는 학생의 신호를 읽고, 필요를 확인하며, 적당히 개입해야 한다.

2.기억력 — “오! 어떻게 아셨어요?”

기억은 관심의 증거다. 가장 활용하기 좋은 요소는 이름이다. 나의 경우는 출강을 하다 보니 짧은 시간에 많은 아이들을 만난다. 때문에 아이들 모두의 이름을 오래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속도가 중요하다.

나는 가능하면 1교시가 끝나기 전에 나의 수업을 듣는 모든 아이들의 이름을 익힌다. 틈날때마다 집중해서 외운다. 다른 강사들은 6교시가 끝날 때쯤 겨우 아이들의 이름을 익히지만, 나는 쉬는 시간에 다 외우려고 한다.

3개월간 1,000명을 만나면 1,000명의 이름을 완벽히 오래 기억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빨리 외워보려는 노력의 차이에서 아이들은 마음을 연다. 아직 친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선생님이 먼저 내 이름을 정확히 부르면 아이들은 놀라며 묻는다. “어? 제 이름 어떻게 아세요?” 그 순간 빗장이 열린다. 이름을 빨리 외우고, 오래 기억하는 것 이 기본적인 것만 잘 이루어져도 아이들과의 관계 형성은 더욱 잘 될 수 있다.

또 이름 뿐 아니라 아이들이 발표하거나 쉬는 시간에 와서 이야기하는 에피소드들을 잘 기억해뒀다가 교육적으로 피드백을 주거나 사례를 들어줄 때 그 아이에게 직접 설명해주면 아이들은 또 한번 감동을 받는다. 바로 이런 포인트들이 인기를 결정 짓는 요소들이다.

3.섬세함 — “아 뭐야~~~♥”

얼마 전 지인과 일식당을 갔다. 돈카츠 정식과 소바 정식이 대표 메뉴로 있길래 하나씩 시켜서 나눠먹기로 했다. 돈카츠는 얼마든지 나눠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소바가 알고보니 자루소바였다. 자루소바는 소바육수가 따로 나온다. 나눠먹기 어렵다. 필요하다면 육수를 돈을 내고 따로 시켜야했다. 육수를 따로 시키려고 하던 찰나 사장님이 유심히 지켜보시더니 인원수에 맞게 소바육수를 서비스로 주셨다. 우리의 반응은 어땠을까? 일어나서 박수 치고 음식을 더 시켰다. 그리고는 사장님께 말씀드렸다. “사장님 맨날 올게요”. 이런 작은 사소한 섬세함이 단골을 만든다.

교실도 같다. 작은 섬세함이 아이들의 마음을 훔친다.

섬세함은 사랑을 교육 환경 안에서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능력이다. 사소해 보이지만 교실의 공기를 바꾼다.

나는 아이들에게 주는 점수에도 스토리를 붙인다. “방금 박수친 친구들은 4포인트.” 그리고 묻는다. “왜 4일까?” 순간의 정적 뒤에 아이들의 추측이 이어진다. “오늘이 4일이라서요?”, “죽을 사…?” 그때 웃으며 말한다. “사랑해서.”

아이들의 반응은 세가지다. 1.좋아한다, 2.오그라든다, 3.경악한다. 그러나 이 이후부터는 아이들이 먼저 외친다. “왜 4일까?” “사랑해서요!” 그럴때는 2포인트를 준다. “왜 2일까?” 아이들이 말한다. “2% 부족해서요?”, “이겨서요?” 정답은 “이뻐서.”

누군가는 기겁하고, 누군가는 더 난리치며 좋아한다. 그러나 싫어하는 아이는 없다. 표현을 많이 받아보지 못해 어색해하는 학생들이 있지만, 이렇게 재밌게 표현하면 금세 나의 사랑 표현에 익숙해진다. 이런 사소한 섬세함이 아이들의 마음을 훔친다.

나는 AI 리터러시 캠프도 진행하는데 가끔 휴대폰 데이터 (와이파이) 문제로 수업시간에 휴대폰을 활용하기 어려운 학생이 한두명씩 생긴다. 그때 나는 데이터가 부족한 학생을 위해 개인 핫스팟을 켜주는데 이때도 나의 사랑 표현을 녹인다.

바로 핫스팟 이름을 바꿔놓는것이다. 나의 핫스팟 이름은 '너를 위해 준비했어♥'이다. 이름을 보고 빵 터진 아이들이 비밀번호를 물어본다. 그럼 그때 말해준다. "네 이름 두번 적으면 돼" 비밀번호는 '1004,1004(천사천사)'. 그럼 아이들이 뒤집어진다. 

4.추억 포인트 — “쌤 보고 싶다...”

인생을 살다 보면 학창 시절의 선생님 한두 분이 향수처럼 스칠 때가 있다. 그 기억을 더 선명하게 불러오는 추억의 아이템들도 찾아보면 집에서 한두 개씩 나온다. 사진, 손편지, 롤링페이퍼, 타임캡슐, 사인 같은 것들이다.

내가 이미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선생님으로 자리 잡았다면 이런 아이템을 남기는 것도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다. 다만 현실에서는 자주 꺼내 보지 않아 잊혀지기 쉽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일상에서 자주 활용하는 아이템을 고른다. 바로 지비츠다. 지비츠는 크록스나 실내화에 꽂는 작은 장식으로, 구멍만 있으면 어디든 꽂을 수 있다. MZ세대와 알파세대가 즐겨 쓰는 아이템이라 자연스럽게 아이디어를 얻었다.

나는 수업을 마치면 기린쌤을 상징하는 ‘기린 지비츠’를 아이들에게 하나씩 선물한다.

왜 기린 지비츠일까? 이유는 이렇다. 애들은 힘들면 보통 고개를 떨군다. 그때 아이들의 시야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이 무엇일까? 자기 신발이다. 그 신발에 기린 지비츠가 떡하니 박혀 있다면, 나를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오늘 하루가 너무 힘들고, 세상에 나 혼자만 남겨져있는 것 같을 때... 자기 신발에 꽂혀있는 기린 지비츠를 본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그래, 나 혼자가 아니야. 기린쌤이 있었지!”

기린쌤의 가르침을 기억하며, 멋진 기린쌤의 제자 ‘기린이’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었다.

이렇게 아이들이 다시 새 힘을 얻는 장면을 상상하며 건넨 선물이다. 물론 상상력이 많이 가미가 됐지만 힘들 때 작은 위안이 될 수 있는 선물을 주고 싶어 나눠주게 되었다.

선물에는 현실성도 중요하다. 아이들은 실내화를 자주 신는다. 지비츠는 크록스가 없어도 실내화에 꽂아 쓸 수 있다. 실내화는 다이소나 문방구에 가면 2천원~5천원이면 살 수 있다. 아이들의 주머니 사정까지 고려한 선택이다.

결국 교육의 목표는 아이들이 스스로, 주도적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힘을 기르는 것이다. 살다 보면 누구나 힘든 시기를 통과한다. 그때 이 작은 상징이 버팀목이 된다. 기린 지비츠와 함께라면 아이들은 수업 밖에서도 쓸쓸하지 않고 외롭지 않을 수 있다.

결론:

인기는 타고나는 재능이 아니라 설계 가능한 방법의 결과다. 그 방법은 관찰, 기억, 섬세함, 추억 포인트다. 더 밑바닥의 본질은 사랑을 기술로 번역하는 일이다. 사랑을 느끼게 하는 구체적 행동이 매 시간 남을 때, 아이들은 말한다. “쌤, 또 보고 싶어요.” 그리고 언젠가 계단에서 이런 소리가 들린다. “야, 오늘 기린쌤 오신대!” 그 순간 우리는 안다. 교육의 본질이 통했다는 것을.
 

칼럼니스트 프로필

김태현 칼럼니스트는 진로와 자기주도학습, 리더십 분야에서 활동 중인 청소년 교육 전문가이자, 청소년 성장의 방향을 제시하는 커리큘럼 디자이너다. 교육 현장에서 '기린쌤'이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하게 불리며, 눈높이를 맞춘 소통과 따뜻한 메시지로 청소년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고 있다.

중학교 3학년이라는 이른 시기부터 자신의 진로를 주도적으로 탐색한 그는 라디오 DJ, 최연소 행사 전문 MC, 유튜브 크리에이터, 라이브커머스 쇼호스트 등 다양한 미디어 경험을 통해 꿈을 현실로 바꾸는 도전의 과정을 실천해왔다. 이 같은 개인의 성장 여정을 바탕으로, 현재는 수많은 청소년들에게 진로와 학습의 본질, 자신만의 길을 설계하는 법을 전하고 있다.

다이나믹스쿨 전임강사이자, 사단법인 한국청소년육성회 남대문지구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아우르는 다양한 교육 현장에서 진로, 자기주도학습, 리더십을 주제로 활발히 강의하고 있다.

특히 급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교육이 놓치기 쉬운 본질을 지키되, AI와 같은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미래형 교육 콘텐츠’ 개발에 힘쓰고 있으며, 학생들이 자기만의 속도로 성장하고 자신의 삶을 주도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태현 칼럼니스트는 『김태현의 10대 교육』 코너를 통해 청소년들이 겪는 학습 불안, 진로 불안, 비교 불안 등 실제 교육 현장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교사, 학부모, 교육 관계자들에게 날카로운 통찰과 실천 가능한 대안을 함께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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