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챗지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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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김태현 칼럼니스트] 법은 체벌을 금지한다. 그러나 많은 부모는 여전히 “말이 안 통하면 매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나는 교육하는 사람으로서 체벌에 반대하지만 동시에 알고 있다. 체벌은 빠르다.

하지만 교육은 빠름이 아닌 바름을 추구해야 한다. 무엇이 바른 것인가? 사랑이다. 아이가 잘못했어도 훈육에는 반드시 사랑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

이 글은 “무조건 체벌을 하면 안 된다”를 되풀이하지 않는다. 정말 충분히 체벌에 대한 기준을 고민했는가를 묻는다. 내 감정, 사회의 규범, 아이의 이해를 모두 통과한 기준이 있었는가 고민해봐야 한다.

체벌은 교사도, 부모도, 아이도, 어느 누구도 진심으로 원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누가 때리고 싶어하겠는가. 반대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누가 맞고 싶겠는가.

대부분 폭력은 사랑이 없는 분노에서 유발된다. 상대를 때리고 싶은 마음의 동기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마음에서 나온다.

체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 체벌을 하고 있는 부모는 여전히 많다. 그 부모들은 아이들을 분명 사랑할텐데 그럼에도 체벌을 반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개 즉각적 통제의 유혹, 대안 기술의 부재, 사회 규범의 혼선 때문이다. 아래에서 법 · 데이터 · 교육 대안을 차례로 점검하며, “체벌을 하지 않고도 훈육이 가능한 기준”을 함께 세워보면 좋겠다.

1. 법과 현재 인식

법은 명확하다. 부모 체벌의 법적 근거는 사라졌다. 법무부의 ‘민법 제915조 징계권 삭제’ 보도자료에 따르면(2021.1.8), 이제 부모의 체벌은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인식은 그것을 뒤따라가지 못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2023 가정 내 체벌금지 인식 및 경험 조사’ 보도자료에 따르면, 응답자의 68%는 여전히 징계권 삭제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녀 훈육을 위한 신체적 체벌 가능 여부에 대해 ‘어떤 경우에서도 사용하면 안 된다’고 응답한 비율은 359명(35.9%)으로, 2020년(30.6%), 2022년(34.4%)에 비해 소폭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으나, 10명 중 6명이 아직까지 체벌 일부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자녀 체벌의 이유로는 ‘자녀의 행동 문제를 고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31.7%)’, ‘잘못된 행동에는 부정적 결과를 경험해야 하기 때문에(26.1%)’, ‘자녀 나이가 어려 말로 훈계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18.6%) 순이었다.

2. 체벌 기준의 실체: 데이터가 말한 ‘네 문장’

정규희 외의 ‘훈육과 학대의 경계: 텍스트 마이닝을 통해 살펴본 자신과 타인의 체벌 기준’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체벌을 단일 행위로 판단하지 않고 주체 · 대상 · 원인 · 양상 · 결과가 얽힌 다차원 구조로 보았다. 자신과 타인의 입장에서 학대와 훈육으로 생각되는 체벌을 묘사한 참여자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크게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기준이 있음을 발견했다.

1. 부모가 가진 기준에 의해 시작되었다면 훈육 VS 기준이 없이 시작되었다면 학대

2. 체벌을 받는 목적을 아이가 이해하고 이를 통해 아이의 행동이 교정되었다면 훈육

VS 아이가 무서워했다면 학대

3. 부모가 이성적으로 행동했다면 훈육 VS 화나 기분에 의해 감정적으로 체벌했다면 학대

4. 체벌의 빈도, 강도, 사용도구, 체벌 양상의 정도가 받아들일 수 있는 낮은 수준이면 훈육

VS 아니면 학대

또한 체벌에 대한 자신의 기준과, 타인의 기준 묘사에 있어 다음과 같은 차이점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먼저 자신의 기준을 묘사할 때에는 체벌의 원인과 결과 같은 주관적인 측면이 주를 이루었다. 반면 타인의 기준을 묘사할 때에는 체벌의 양상과 같은 단순하며, 객관적 묘사가 주를 이루었다.

예를 들어 자신의 기준일 때는 ‘아이를 바른길로 인도하기 위한 체벌은 훈육’, ‘아이가 무서워하면 학대’와 같은 주관적인 내면의 동기와 관련된 묘사가, 타인의 기준에서는 ‘살살 때리면 훈육’, ‘멍이 들면 학대’와 같은 객관적인 겉모습이 주로 기술되는 식이었다.

이 연구에서 체벌을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이들이 전체 응답자 359명 중 253명(70.5%)에 다다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우리가 체벌에 대해 가진 이중적이며, 방어적인 태도를 어느 정도 드러내 주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것이다. 체벌의 ‘적절한 기준’에 대한 이해는 불분명하고, 이해를 했다 해도 사람마다 다르게 적용한다. 즉 ‘새로운 법적 기준’과는 별개로 각자가 가진 암묵적 자기 기준이 작동한다. 그러므로 “체벌을 해야/말아야”의 이분법이 아니라, 자신의 훈육 기준을 밖으로 꺼내고 검증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3. 체벌은 아이 발달에 무엇을 남기는가

공정원의 ‘부모의 신체 체벌이 아동·청소년 발달에 미치는 영향 및 관련성 분석: 해외 문헌에 대한 체계적 고찰’(2015)에 따르면 부모의 신체 체벌은 사회적 행동, 정서, 인지 발달에 부정적 관련성을 보인다.

교육은 두려움으로 아이를 빠르게 순응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기조절을 길러 장기 습관을 만들도록 가르치는 일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체벌은 잠깐의 멈춤을 얻을 수는 있어도, 아이에게 평생의 흉터를 남기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또한 한국일보의 2022년 보도에 따르면, 과거 학대·강한 체벌을 경험한 사람일수록 현재 아동학대를 덜 심각하게 볼 가능성이 통계적으로 확인되었다.

이 결과는 “과거 경험 때문에 지금 인식이 낮아졌다”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두 가지가 함께 나타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현장에서 활용할 때는 이런 경우를 주의 신호로 보는 게 좋다. 과거 체벌 당한 경험이 있는 부모는 자신의 기준선이 낮아져 있을 수 있으므로, 체벌의 경계에 대한 점검과 체벌을 대신할 방법을 찾도록 먼저 도와야 한다. 체벌 대신 무엇을 할 것인가를 구체화하고, 반복 연습해야 한다.

4. 현장 과제

세이브더칠드런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법을 모르는 비율은 높고, 부모교육 참여는 낮았다. 응답자 10명 중 9명(90.6%)은 부모교육 의무화에 찬성했고, 97.7%가 부모교육 필요를 밝혔다. 그럼에도 실제 참여 경험은 25.7%에 그쳤다.

부모교육 미경험자의 88.1%는 참여 의향이 있었지만, 현재까지의 참여 여부는 체벌 인식 차이에 영향이 미미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부모가 양육 정체성을 정립하고, 체벌의 부정적 영향과 긍정 양육의 효과를 실제로 연습·체득할 수 있는 질 높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숙명여자대학교 아동복지학부 강지영 교수는 “부모들이 신체적 · 비신체적 체벌을 대신할 수 있는 양육 기술을 직접 연습하고 체득할 수 있는 질 높은 부모교육에 접근할 기회 확대가 필수적이다. 더 나아가 자녀가 없거나 미혼인 성인에게도 아동권리 교육·캠페인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5. 독자의 자가점검

실제로 나는 교육 환경에서 말을 잘 듣는 아이들보다 말을 안 듣는 아이들, 흔히 말하는 ‘문제아’들을 더 많이 만나왔다. 일진 무리들을 데리고 교육도 해봤고, 우울이 있는 아이들, 자해를 하는 아이들도 많이 만났다. 가정에 여러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도 너무 많이 만나봤다. 학교 끝나고 경찰서로 가야되는 아이들, 얼마 전 소년원을 다녀온 아이를 데리고도 교육해봤다. 학교 선생님들도 오랜 시간 시도하다 포기한 그런 아이들을 ‘하루’라는 시간을 통해 변화시켜왔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체벌했을까? 아니다. 그들에게 그 누구도 주지 않았던 ‘사랑’을 부어주었다.

교육은 어렵지만 단순하다. ‘사랑’하면 된다.

‘사랑’하는 것은 쉬울 수 있지만, 늘 ‘사랑’하는 것이 참 어렵다. 그럼에도 또 다시 사랑해보자.  그 시간을 견디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과거에 체벌을 경험했고, 지금도 훈육 시 체벌이 필요하다고 믿는 분이 있다면 아래 질문을 차분히 고민해 본 후, 체벌 없는 훈육 기준을 세워 보기를 권한다.

<자가점검 질문>

1.그때 맞았던 나는 무엇을 느꼈는가? — 규칙 / 두려움과 서러움

2.지금 내 훈육의 목표는 어디에 있는가? — 장기 습관 / 당장 순응

3.체벌 없이도 실행 가능한 방법을 찾아본 적 있는가?

4.아이(나)는 훈육의 순간 이유를 자기 말로 설명할 수 있었는가?

5.나는 훈육 시 나의 감정 개입을 엄격히 점검하는가?

6.나는 스스로 나의 양육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고 있는가?

마치며:

훈육의 기본은 내 어린 시절의 마음을 돌아보는 것이다. 맞았던 아이는 그 기억을 평생 가지고 간다. 때렸던 부모도 그 장면을 기억한다. 그렇다면 그 기억 속에 과연 사랑이 있는가?

사랑하면 방법을 찾지만, 사랑하지 않으면 핑계를 찾는다.

“말을 안 들어서요.” “방법이 없었어요.”

부모는 금쪽이를 때려서 고칠 생각을 하지 말고, 처음부터 내 아이가 금쪽이가 되지 않도록 사랑으로 훈육해야 한다. 자녀를 때리지 않아도 잘 자랄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설계해야 한다. 본인이 만든 교육 환경을 돌아보라. 아이는 나와 다른 또 하나의 인격체다. 내 자녀지만 나와 다른 사람이다.

말을 안 듣는다고 정말 때릴 것인가.

오늘부터 나의 훈육 기준을 적고, 감정을 멈추고, 아이에게 전하는 모든 표현에 사랑을 담아보자. 그것이 부모도 싫고, 아이도 싫은 체벌을 멈추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리고 그 선택이 곧, 빠름보다 바름을 선택하는 교육이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김태현 칼럼니스트는 진로와 자기주도학습, 리더십 분야에서 활동 중인 청소년 교육 전문가이자, 청소년 성장의 방향을 제시하는 커리큘럼 디자이너다. 교육 현장에서 '기린쌤'이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하게 불리며, 눈높이를 맞춘 소통과 따뜻한 메시지로 청소년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고 있다.

중학교 3학년이라는 이른 시기부터 자신의 진로를 주도적으로 탐색한 그는 라디오 DJ, 최연소 행사 전문 MC, 유튜브 크리에이터, 라이브커머스 쇼호스트 등 다양한 미디어 경험을 통해 꿈을 현실로 바꾸는 도전의 과정을 실천해왔다. 이 같은 개인의 성장 여정을 바탕으로, 현재는 수많은 청소년들에게 진로와 학습의 본질, 자신만의 길을 설계하는 법을 전하고 있다.

다이나믹스쿨 전임강사이자, 사단법인 한국청소년육성회 남대문지구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아우르는 다양한 교육 현장에서 진로, 자기주도학습, 리더십을 주제로 활발히 강의하고 있다.

특히 급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교육이 놓치기 쉬운 본질을 지키되, AI와 같은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미래형 교육 콘텐츠’ 개발에 힘쓰고 있으며, 학생들이 자기만의 속도로 성장하고 자신의 삶을 주도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태현 칼럼니스트는 『김태현의 10대 교육』 코너를 통해 청소년들이 겪는 학습 불안, 진로 불안, 비교 불안 등 실제 교육 현장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교사, 학부모, 교육 관계자들에게 날카로운 통찰과 실천 가능한 대안을 함께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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