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챗지피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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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김태현 칼럼니스트] 수업에서 아이들이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교과 내용이 아니라 교사라는 사람 그 자체다. 같은 주제를 다루더라도 어떤 선생님은 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또 어떤 선생님은 시작부터 흥미를 잃게 만든다. 이는 단순히 교재나 수업 방식의 차이가 아니라, 교사 개인이 지닌 카리스마의 차이다.

흔히 카리스마라고 하면 눈빛이나 말투, 제스처 같은 외형적 요소를 떠올리기 쉽다. 물론 이러한 비언어적 표현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기술적 차원에 머무른다. 시간이 지나면 학생들은 기술 너머의 본질을 본다. 결국 교육자의 카리스마는 단순한 표현력이 아니라, 그 사람의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힘이다.

그 내면을 결정짓는 핵심은 바로 가치관과 직업관이다. 뚜렷한 가치관을 가진 교사는 어떤 상황에서도 일관성을 지킨다. “웃음과 감동을 주는 사람”이라는 가치관을 가진 교사는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 속에서 웃음을 얻고 감동을 경험하게 한다. 그것이 곧 카리스마로 나타난다. 또한 분명한 직업관을 지닌 교사는 수업을 단순한 업무가 아닌 사명으로 받아들인다. “나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들을 있는 모습 그대로 무조건 사랑하겠다”라는 직업관을 가진 교육자는 어떤 선입견이나 편견도 없이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줄 수 있다.

아이들은 결국 수업의 내용만이 아니라 교사의 존재에서 인생을 배운다. 그래서 교육자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로 꾸며낸 외형이 아니라,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진정한 카리스마다. 그리고 그 카리스마는 교육자의 마인드셋, 삶의 방향, 가치관과 직업관에서 비롯된다. 학생이 수업에 몰입하고 깊이를 느낄 수 있게 만드는 힘은 바로 교사의 내면적 깊이에서 나온다.

1. 가치관: 나는 어떤 사람인가

가치관은 교육자의 존재감을 결정하는 첫 출발점이다. 교육자라는 옷을 벗고, 한 사람으로서 거울 앞에 서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누구에게도 솔직한 나를 보여줄 수 없고, 학생들에게도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없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처럼 교육자는 반드시 생각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성인과 어른이 다르듯, 나이만 찬 사람이 아니라 자신만의 답을 가진 사람이 교육자가 된다. 그 답을 아이들에게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답도 있다”는 것을 은은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교육자의 자질이다.

그렇다면 나의 가치관은 무엇일까? 나는 웃음과 감동을 주는 사람으로 사는 것을 가치관으로 삼고 있다.

어릴 적 내가 가장 사랑했던 TV 예능 프로그램은 무한도전이었다. 지금도 식사할 때 챙겨볼 정도로 여전히 나의 ‘밥친구’다. 나는 무한도전을 보면서 처음으로 꿈을 가지게 되었다. 중학교 시절, 질풍노도의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이었다. 학교에서 짜증 나는 일이 있었고, 집에 와서도 가족들과 부딪혀 기분이 좋지 않았다. 결국 방문을 닫고 혼자 TV를 켰다.

마침 내가 좋아하는 무한도전이 재방송 중이었다. 채널을 돌린 지 10초도 되지 않았는데 화면 속 박명수 삼촌의 얼굴을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버렸다. 그 순간 우연히 TV 옆 거울을 보게 되었는데,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인상을 쓰고 있던 내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불과 몇 초 전과 전혀 다른 내 얼굴을 보며 나는 놀랐다. “와, 이게 방송의 힘이구나.” 그 순간 나는 ‘웃음’의 힘을 처음으로 깊이 느끼게 되었다.

무한도전은 웃음만 주지 않았다. 우토로 마을에 계신 할머니께 고국 음식을 배달해드리는 장면, 가봉 대통령 경호실장에게 어머니가 직접 빚은 만두로 만둣국을 끓여주는 장면을 보면서 나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웃음을 넘어선 깊은 ‘감동’을 느꼈다. 그때 처음 꿈이 생겼다. “나도 누군가에게 저렇게 웃음과 감동을 주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이후 나는 라디오 DJ, 최연소 행사 전문 MC, 라이브커머스 쇼호스트 등 다양한 무대에 도전했다. 가장 방황이 많은 시기에 진로를 찾고 도전한 경험은 지금 내가 아이들에게 전하는 진로 교육의 밑거름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학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는 수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같은 내용을 가르쳐도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더 와닿게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이 고민은 아이들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나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 결과, 수업 시간은 나와 아이들 모두에게 기쁨이 된다. 아이들은 수업을 놀이처럼 즐기고, 나는 아이들과 웃으며 감동을 나눈다. 어떤 날은 6교시 수업이 60초처럼 짧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이들은 “6초 같다”고 말한다.

만약 내가 이런 가치관 없이 그저 수업만 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수업은 버티기 힘든 시간이 되었을 것이고, 금세 지쳐 도망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바로 이것이 가치관의 힘이다. 실제로 아이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선생님이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올 때부터 뭔가 달랐어요.”, “오늘 수업은 뭔가 재밌을 것 같았어요!” 그 느낌은 어떤 기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바로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교육자의 가치관에서 비롯된다.

2. 직업관: 나는 어떤 교육자인가

두 번째는 직업관이다. 앞서 가치관이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가에 대한 답이라면, 직업관은 교육자로서 나는 어떤 교육자가 되고 싶은가에 대한 답이다. 나는 교사를 포함해 부모, 아이들을 지도하고 가르치는 모든 사람을 교육자라고 부른다. 그런데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 질문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교육자는 교사만을 뜻한다고 오해하고, 스스로 직업관을 세우지 않은 채 아이들을 대한다. 그러면 각자 살아온 대로, 준비되지 않은 모습 그대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고, 결국 아이들은 잘못된 교육 방식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선생님, 부모, 봉사자, 어른이라면 누구든 반드시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① 나는 어쩌다 이 길로 들어서게 됐는가?

② 나는 왜 교육하는가?

③ 나는 어떤 교육자가 되고 싶은가?

① 나는 어쩌다 이 길로 들어서게 됐는가 (계기)

나는 중학생 때부터 ‘웃음과 감동을 주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 그래서 많은 무대에 도전했다. 라디오 DJ, 최연소 행사 전문 MC, 라이브커머스 쇼호스트 등 어린 나이에 특별한 경험을 하며 현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교육회사의 대표님이 제안하셨다.

“진로 교육을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요즘 중·고등학생들이 진로에 대한 불안과 고민이 많으니, 같은 나이 때 진로를 찾고 도전과 성취를 경험해 본 사람이 해주는 이야기가 아이들에게는 너무 귀할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다. 나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처음 학교에 가서 내 이야기를 들려주던 날, 신기한 경험을 했다. 내 앞에 앉아 있는 중학생들을 보니 마치 과거의 ‘중학생 태현이’ 같았다. 사실 나는 그 시절 길은 찾았지만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고, 길을 가겠다고 했을 때 응원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외롭고 두려웠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수업을 마치고 곰곰이 생각했다. “그때 나에게 오늘 같은 수업을 해주는 선생님이 있었다면, 나는 얼마나 큰 위로와 힘을 받았을까?”

그날 이후 나는 계속 진로 교육을 해오고 있다. 지금도 교실에는 초등학생 태현이, 중학생 태현이, 고등학생 태현이, 대학생 태현이들이 앉아 있다. 그들의 나이에 같은 길을 시작했던 내가, 그 시절의 고민과 두려움과 외로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나보다 더 훌륭한 강사님들이 많지만, 나만이 해줄 수 있는 교육이 있다고 믿는다. 나는 학생들에게 단순한 도움을 주는 것을 넘어, 위로를 주기 위해 웃음과 감동이 있는 진로교육의 무대에 서 있다.

② 나는 왜 교육하는가 (동기)

나는 아이들에게 강물을 부어주기 위해 교육한다. 내가 학생이었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것은 다음 단계, 즉 다음 ‘STEP’으로 넘어가는 일이었다.

‘코이의 법칙’을 떠올려 보자. ‘코이’라는 물고기는 작은 어항에서는 10cm밖에 자라지 못하지만, 수족관에서는 30cm, 강물에서는 무려 1m까지 자란다고 한다. 결국 환경이 성장의 크기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나는 우리 사회에 아직도 너무 많은 어항과 수족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교육자는 아이들에게 강물을 부어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말 그대로 물을 부어주는 람, 강사다.

나는 내 삶의 도전 경험을 아이들과 나눈다. 그 이야기들이 아이들에게 강물을 경험하게 한다. “내 환경이 전부가 아니구나, 더 넓은 세계가 있구나.”를 깨닫게 하는 것이다. 아이들을 좁은 어항과 수족관 속에 갇히게 하지 않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도록 돕고 싶다.

그러려면 나 자신부터 강물 속에서 살아야 한다.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해야 한다. 내가 강물에서 헤엄칠 때 그 경험이 곧 학생들에게 부어줄 강물이 된다. 이 과정은 나에게도 도전의 동기가 되고, 나를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살아가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교육한다.

③ 나는 어떤 교육자가 되고 싶은가 (가치)

나는 사랑을 주는 교육자가 되고 싶다. 사랑은 교육을 단순한 의무가 아닌 헌신으로 바꾼다. 있는 그대로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 잘하고 못하는 것을 따지지 않고 한 사람으로 존중하는 것, 그 마음이 아이를 변화시킨다.

내가 아이들에게 정말 사랑을 주는 교육자인지를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아, 선생님이 너 좋아하는 거 알지?”라는 질문을 해보면 알 수 있다. 질문을 던졌을 때 아이들이 망설임 없이 “네!”라고 대답하거나, 쑥스러워하면서도 “저도 선생님 좋아해요”라고 말한다면 그 교육자는 이미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는 교육자다.

그러나 그런 대답을 듣기 어렵거나, 더 나아가 그런 질문조차 꺼내기 힘들다면,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나는 지금 어떤 직업관을 가지고 아이들을 대하고 있는가? 나는 아이를 정말 사랑하는 교육자인가?

직업관은 교육자의 정체성을 세우는 힘이다. 계기는 나의 시작을 기억하게 하고, 동기는 나의 길을 지켜가게 하며, 가치는 내가 어떤 교육자가 될지를 보여준다. 결국 직업관이란 내가 왜 이 길에 서 있는지, 왜 교육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나는 어떤 교육자가 되고 싶은지를 분명히 아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답이 분명한 교육자는 아이들에게 진정한 교육자가 되어 줄 수 있다.

마치며:

이제는 학교가 아니어도 원하는 지식과 정보를 무한히 얻을 수 있는 시대다. 유튜브와 온라인 플랫폼에는 청소년들이 관심 있는 주제를 마음껏 배울 수 있는 콘텐츠가 넘쳐난다. 게다가 인공지능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개인 맞춤형 설명을 제공하며, 피드백과 재가공까지 가능하다. 지식 전달의 영역만 본다면, 교사는 이미 경쟁자가 너무 많다. 곧 로봇의 육체에 GPT와 같은 인공지능 뇌를 장착한 ‘AI 교사’가 교실에 들어올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교육자인가?

나는 단순히 지식만 전달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삶을 나누고 길을 보여주는 사람인가?

교육자는 두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지식만 전달하는 역할이라면 언젠가 기술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 그러나 가치관과 직업관을 세운 교육자, 즉 삶으로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존재 자체로 멘토가 되는 교육자는 결코 대체될 수 없다.

아이들은 교과서 내용으로만 배우지 않는다. 아이들은 교사의 태도, 시선, 말투, 삶의 방향에서 인생을 배운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진짜 교육자는 단순한 전달자가 아니라, 아이와 함께 웃고, 감동하고, 성장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도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교육자의 눈빛과 걸음걸이에서 아이들은 배운다. 기술이 아닌 내면에서 흘러나오는 카리스마가 필요하다. 그것은 교사의 가치관과 직업관에서 나온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김태현 칼럼니스트는 진로와 자기주도학습, 리더십 분야에서 활동 중인 청소년 교육 전문가이자, 청소년 성장의 방향을 제시하는 커리큘럼 디자이너다. 교육 현장에서 '기린쌤'이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하게 불리며, 눈높이를 맞춘 소통과 따뜻한 메시지로 청소년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고 있다.

중학교 3학년이라는 이른 시기부터 자신의 진로를 주도적으로 탐색한 그는 라디오 DJ, 최연소 행사 전문 MC, 유튜브 크리에이터, 라이브커머스 쇼호스트 등 다양한 미디어 경험을 통해 꿈을 현실로 바꾸는 도전의 과정을 실천해왔다. 이 같은 개인의 성장 여정을 바탕으로, 현재는 수많은 청소년들에게 진로와 학습의 본질, 자신만의 길을 설계하는 법을 전하고 있다.

다이나믹스쿨 전임강사이자, 사단법인 한국청소년육성회 남대문지구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아우르는 다양한 교육 현장에서 진로, 자기주도학습, 리더십을 주제로 활발히 강의하고 있다.

특히 급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교육이 놓치기 쉬운 본질을 지키되, AI와 같은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미래형 교육 콘텐츠’ 개발에 힘쓰고 있으며, 학생들이 자기만의 속도로 성장하고 자신의 삶을 주도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태현 칼럼니스트는 『김태현의 10대 교육』 코너를 통해 청소년들이 겪는 학습 불안, 진로 불안, 비교 불안 등 실제 교육 현장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교사, 학부모, 교육 관계자들에게 날카로운 통찰과 실천 가능한 대안을 함께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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