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를 놓고, 베개를 붙잡아라” — 복구의 첫걸음은 잠이다.

[사진출처=한국수면관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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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황병일 칼럼니스트] 사업 실패나 투자 손실을 겪은 사람들은 절박한 마음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진다. 그러나 불안과 초조 속에서 내린 결정은 대개 또 다른 실패로 이어진다. 수면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수면은 단순한 쉼이 아니라 냉정을 되찾고 분별력을 복원하는 가장 강력한 투자다.

살다 보면 한순간에 무너지는 일을 겪는다. 사업이 실패하거나, 믿었던 투자에서 손해를 보거나, 혹은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재산이 증발되기도 한다. “이거 하면 돈 된다”, “이건 안전하다”, “이번엔 진짜 기회다”라는 말에 혹해 재산을 잃은 사람들은 손실의 충격보다 “다시 회복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더 깊이 사로잡힌다.

문제는 바로 그때다. 그 틈을 타서 까마귀 같은 사람들이 냄새를 맡고 다가온다. “이번엔 다르다”, “복구의 기회다”라는 말로 불안을 파고든다. 사람은 위로와 희망에 약하다. 잠 못 이루는 날이 길어지고 불안이 깊어질수록, 이성보다 본능이 앞서고 판단은 흐려진다. 결국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내민 손이, 안타깝게도 또 다른 지푸라기를 붙잡는 결과로 이어진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손실회피편향(Loss Aversion) 이라고 부른다. 사람은 같은 크기의 이익보다 손실을 두세 배 더 크게 느낀다. 한 번 잃은 돈을 되찾으려는 심리가 이성을 마비시키고, “이번엔 진짜 회복의 기회”라는 말에 또다시 돈을 끌어다 넣는다. 여기에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까지 작용하면,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만 받아들이며 위험 신호는 외면한다. 결국 악순환은 반복된다.

수면이 부족한 뇌는 전두엽의 통제 기능이 떨어지고, 감정의 중추인 편도체가 과활성화된다. 전두엽은 지난 과오와 위험을 분석하고 “지금은 기다려야 한다”고 판단하지만, 편도체는 “지금 당장 벗어나야 한다”고 외친다. 즉, 수면이 부족하면 감정 브레이크는 약해지고, 가속페달만 밟히는 셈이다.

이때 사람은 ‘위험’을 살피기보다, 당장 좋아질 것 같은 ‘희망’을 선택한다. 논리보다 감정이 앞서고, 냉정한 판단 대신 즉각적인 위안을 좇는다. 그래서 지푸라기라도 잡은 심정으로 내민 손이 결국 붙잡은 건, 안타깝게도 또 다른 지푸라기인 경우가 흔하다.

이때는 차라리 몸을 움직이며 단순한 일을 하는 것이 낫다. 육체를 움직이면 생각이 단순해지고, 복잡한 뇌가 잠시 쉴 수 있다. 지쳐 있는 마음을 달래는 데는 불안한 거래보다 노동의 땀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어려울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장밋빛 희망이라는 감정의 불빛은 따뜻해 보이지만, 이성의 불이 꺼진 어둠 속에서는 방향을 잃기 쉽다.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위험 판단의 리셋 시스템이다. 어려울수록 체념한듯 푹 자야 한다. 수면을 잘하면 점차 절망 같던 일이 조금씩 다르게 보인다. 감정이 잦아들고, 마음의 중심이 잡히며, 분별력이 돌아온다. 냉정함이 돌아오면 불안은 줄고, 불안이 줄면 의사결정은 단단해진다.

이것이 수면경제의 핵심이다. 잘 자는 것이 곧 올바른 결정을 위한 가장 강력한 행동경제학적 실천이다. 삶의 위기에서 지푸라기를 잡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다시 일어서는 사람은 지푸라기 대신 베개를 붙잡은 사람, 즉 수면과 신체활동을 통해 자신의 리듬을 회복한 사람이다.

오늘 밤, 지푸라기를 잡기 전에 눈을 감아라.
수면의 혜택이 경제자산과 건강자산을 다시 일으킬 최고의 회복 자산이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황병일 칼럼니스트는 수면경제 전문가로 한국수면관리협회 회장, 네이처슬립 수면코칭연구소 대표로 활동 중이다. 단국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박사과정 중이다. 수면전문브랜드 까르마 창업자다. 한국수면산업협회 이사로도 활동했으며, 매일경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했다. 현재 유튜브 ‘잘재남TV’를 운영하고 있다. '수면이 자산이다' 슬립패시브인컴 SPI 플랫폼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수상경력으로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우수논문상, 석탑산업훈장, 제40회 무역의 날 천만불 수출의 탑, 산업기술혁신대상 등이 있다. 저서로는 <우리에게 잠자는 8시간이 있다>,  <나는 자다가 성공했다>, <베개 하나로 돈방석에 앉은 남자>, <인생을 바꾸는 숙면의 기술(역서)> 등이 있다.

집에 있을 법한 메모리폼 베개를 1999년 국내최초 개발을 시작으로 26년 동안 수면사업을 진행해 온 경험과 배움을 기반으로 ‘황병일의 수면경제’라는 칼럼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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